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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는 늘 적자이다.

  • 등록일
    2004/08/25 23:24
  • 수정일
    2004/08/25 23:24

오늘도 어김없이 카드값을 정산하고 한달간의 가계부를 작성해 보았다.

뭐 이리도 많은 영수증과 고지서 그리고 카드명세서가 수두룩하냐.... 허리띠를 졸라매서 더이상 졸라맬수 있는 허리가 없는 나로서는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매달 25일은 내가 한달간의 지출에 대한 가계부를 쓰는 날이다.

부지런하지 않은 나로서는 매일매일 가계부를 쓰지 못한다. 하루를 날잡아 한달간의 나의 소비지향성을 분석해본다.

 

웬 책은 이리도 많이 구매하였는지.... 매달 5만원 문화생활비에서 이번 달은 초과지출하였다. 나의 충동구매를 탓해야 하나... 이 놈의 카드를 탓해야 하나.... 그 동안 잘 갖고 다니지 않던 카드를 들고 다녀서 무려 책값으로 73000원을 썼다. 허걱..... 상근비 받는날까지 또 굶는 날의 연속이겠구나.... 사무실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하고 다음 상근비 받는날까지 견뎌야 겠다.

 

통장을 펼쳐보았다. 잔고 340원 흐흐...



지금 내 재산의 전부.... 대출 통장..... 앞으로 값을 돈 34,965,730원이다. 4000만원에서 올 들어 대략 500만원 갚았다. 흐흐 ㅠ.ㅠ

 

매달 25일 날이면 난 로또의 꿈에 사로잡힌다. 가계부 한켠에 마련된 로또복권 구매비용... 이번달은 꿈자리가 그리 좋지않아 저번주를 빠져서 로또복권 구매를  비용 6000원이 지출장부에 적었다.

 

월요일 시작되는 로또복권 구매.... 월요일은 마법에 걸리는 날이다. 로또에 대한 환상.... 당첨되면 무엇을할까.... 나도 졸부처럼 돈을 서울 바닥에 뿌려볼까 다 10원짜리도 한 1천만원을... 남들처럼 무게감 없게 지폐를 던지는 것보다 10원짜리를 뿌리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로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등등 상상의 세계에서 난 마법에 걸린 오즈마법사에서 나오는 허수아비처럼 이리저리 흐느끼며 연거푸 웃음을 지으면서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러나 이 꿈은 늘 희극으로 막을 내린다. 로또복권 번호를 보면서 밀려오는 허무함.... 이 돈이면 요즘 세간에 유행한다는 부드럽고 순한 담배를 살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 아쉬움은 끝내 허무함으로 번져.... 토요일은 꼭 술을 먹게된다. 돈이 없으면 술먹을 거리를 만들어 동생 또는 친구에게 구라쳐 술 얻어먹는다. 이유는 세상에 시련당했다라는 핑계로.... 동생은 매번 주말마다 시련당하냐고 핀잔을 주며, 친구는 니 시련과 고민 같이 안할련다 하면서 나를 피한다. 로또를 핑계로 얻어 먹은 술만해도 장난 아니다. 남동생의 부인인 제수씨는 나를 만나는 것을 금지령내렸단다. 토요일 마다 전화하면 제수씨는 호진(조카의 이름임....)이를 들이밀려... 나의 공세를 조카로 무마시킨다. 그 놈의 조카가 어눌한 말투로 삼촌하면,,,,, 뭐 술먹자는 소리를 못낸다.

 

세상 하이에나로 산다는것이 이리도 어려울 줄이다.

난 정말 하이에나로 명성을 날리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때 일명 김하이에나하면 모르는 녀석들이 없었다. 내가 나타나면 다들 치를떤다. 무조건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꼭 고등학교 매점에서 무언가를 빼서 먹어야 했으니까.... 늘 학교 뒤에서 논다는 녀석들도 나를 당하지는 못하였다. 왜냐 내가 그당시 좀 힘을 썼었다. 싸움은 잘 하지 못하였으나 주먹은 좀 매서운 편이라 장난으로 치고받고 해도 아이들이 엄살을 피운건지... 뼈를 몇명 분질러 뜨렸다. 그후론 뒤에서 노는 아그들도 나는 건들지 않았다. 먹는 야그하다 힘자랑했군 죄송,,,,, 하여간 난 학교 매점을 지키는 파수꾼이었다. 늘 어김없이 점심과 야자 시간에 어김없이 학교 매점 1순위로 도착(학교 매점이 교실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음.)하여 교우나 친구들 용돈 받은 날짜를 수첩에 적어놨다 정보를 캐취하여 그들에게 접근 고로깨와 우유와 과자를 얻어 먹거나 빼서 먹었다.

 

이렇듯 화려한 경력.... 용돈이 없어도 매점을 꼭 이용한 한 내가 이제는 하두 얻어 먹어서인지 친구와 동생이 나를 기피한다. 조금조금 갉아먹을 걸,,,, 흐흐

 

가계부로 돌아와.....

나의 고정지출 1순위 대출금 이자원금 78만원....2순위 국민연금, 의료보험.... 5만원, 3순위 카드이용금 10만원(이번달은 책비용이 큼), 부식비 10만원, 술값 10만원, 답배값 6만원, 수도 전기세 3만원, 통신료 (인터넷 합쳐) 6만원, 보험금 4만원(암보험, 상해보험)를 지출하고 있다. 거의 돈을 받으면 남는 것이 없다. 이번달도 허리띠를 졸라매 보아도 다이어리를 잃어버려 뽀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과외(월 20만원)와 용접 아르바이트(월 20만원)로 연명하고 있다. 과외는 친척을 하기에 건성 건성해도 되고, 용접은 내가 아는 동네 보일러 가게 주인에게 열관리기사 1급 자격증(참고로 전 교도소에 있을때 청소반장을 하면서 자격증 공부에 심취 화학류관리기사 1급, 위험물관리기사 1급, 고압가스기사 1급, 건설기계기사 1급을 취득,... 대학때 현장에 진출하기 위해 용접 기능사 1급 자격증을 취득 지금은 산업기사 2급으로 등재됨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자격증을 한곳에만 대여해줄 수 있다고 해서 1곳에 대여해 주었다. 3년마다 교육을 받고, 5년마다 자격증을 갱신하여야 한다. 이에 난 주민등록증이 필요없다. 국가공인자격증이 신분증이기에... 히히 은행계좌 이용 이상없음. 운전면허 필요없음,,, 갱신에만 신경쓰면 됨.)을  대여해 주어서 인허가를 받게 한 조건으로 년 150만원과 월 2회(회마다 10만원) 아르바이트로 생을 이어가고 있다. 상근활동비는 다른 단체보다 넉넉하게 받고 있다. 기본상근비 70만원 + 연령에 따른 수당 + 호봉수르 합쳐 83만원 정도 받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상근비의 실체이다. 쓰고 보니 자랑하고 있다. 하하 공부는 지지리도 못한 놈이 시험 운은 좋아서 자격증은 많이 땄다... 언제 써먹을려구....

 

참 가계부를 쓰고나니 나도 꽤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활동가들의 경우 60만원 정도(밥값이 본인부담인 경우가 다반사이다.)의 비용으로 활동을 연명하고 있는데.... 나는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돈이 궁하여 어쩔 수 없는 걸... 그렇지 못하면 이 바닥에서 떠나아 하거늘... 흐흐 ㅠ.ㅠ

 

가계부를 쓰면서 참 많은 셍각에 잡겼다.

최소생계비 64만원... 민주노총 제시안 78만원,,,, 참 내 가계부와 최소생계비를 대비해보니 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최소생계비로 연명하는 분들의 생계는 어떨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나야 과외니 용점이니 하면서 활동이외에 부수입이 소득원으로 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최소생계비로 연명하는 분들은 부수입을 벌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뼈 빠지게 일해보았자 남는 것 늘 싸여가는 부채와 하루하루 버거운 나날들이다. 이것조차 복에 겹다고 넉두리 하면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우리내 노동자 민중들은 삶이 고단해도 한숨한번 쒸고 쉼없이 햐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두다리 두팔 그리고 몸뚱아리를 자유로이 노닐며 쉬는 날이 있을까?

 

가계부를 적으면서 늘 적자인 내 가계부에서 난 그나마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발견하였다. 빛이야 갚으면 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노동자 민중들 처럼 삶이 전투이지 않는 나로선 참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밤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제 불평보다는 내가 좀더 남에게 배풀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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