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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었네

  • 등록일
    2004/08/06 16:55
  • 수정일
    2004/08/06 16:55

오늘 열사력을 보면서 이 세상 이리도 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해한해 추가되는 열사 이름을 보면서 열사들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죽음.... 나와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보고 있는 이 또한 여러가지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을까요. 비록 개인의 죽음이겠지만 무수한 사람의 마음속에 가슴 아픔을 주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죽음은 모든이의 가슴에 한 줄기 가시꽃이 각인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전 정은임 아나운서의 죽음에서 무수히 죽어간 노동자 민중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햇살 밝은날 동지들의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던 무수한 열사들.... 그리고 가시는 그길에 열사의 눈물로 퍼부었던 수많은 빗줄기 속에서 늘 결의를 다지던 나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랬던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문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일이 잡히지 않군요.

그래서 모든 열사 그리고 이름없이 비명을 달리한 이들에게 시하나 선사합니다.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었네

 

                                                                           백무산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었네

한사코 길들일 수 없는 얼음과 불꽃의 계절

겨울이 와도 잠들지 않는 불꽃

봄이 와도 꽃 피지 못하는 얼음 속

그대가 와서 뿌리 내릴 흙 한줌 없어

내 마음 거친 빈 들에 나무 한 그루 싶었네

 

한번 심은 후로 저 혼자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돌보지 않아도 쑥쑥 키가 자라고 잎이 피고

내가 발을 헛디딜 때마다 꽃망울 하나씩 터지고

거친 일터 험한 싸움터에는 문득 바람이 불고

한번씩 쏠려 우수수 잎새 나부끼는 꽃잎 지는데

 

내 마음 들에도 계절이 지나는 바람소리 들리고

물소리 깊어지고 앙상한 가지마다 눈 내리 쌓이는데

접어둔 내 어린 꿈들 있어

나래쉼 할 곳 없이 찾아들지 못하더니

새 되어 그 나무 눈 내린 가지에 이제 와 우는데

 

그대 사랑하는 마음 빈 들에 한 그루 심은 나무

잎이 지고 꽃이 다 언후에

내 어린 꿈들 내려앉아 새들 우짖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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