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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검정 고무신 지붕으로 날다.

  • 등록일
    2004/08/30 01:33
  • 수정일
    2004/08/30 01:33

어렸을 적 시골에 살았다면 검정 고무신을 신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어릴적 그 질기고도 질긴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이 검정 고무신은 정말 만능 신발이였다.

물가에가면 그 신발은 배가 되거나 물고기를 잡는 도구로 사용하였으며, 산에 가면 고무신은 과일을 담는 그릇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벌 또는 곤충은 잡는 도구로 사용하였고, 운동을 할때는 만능 스포츠화였다.

 

이렇듯 다용도로 사용하는 검정 고무신은 결코 쉽게 자신의 최우를 우리들에게 선사하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난다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 질기기로 정평난 검정 고무신이었다. 한번 사면 거의 1년을 신고도 바닥을 들어내지 않는 이 고무신은 정말 생명력이 끊질겼다.

 

이 생명력을 끝내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보지만 내 어린 시절 능력으론 이 검정 고무신과의 인연을 끝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참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검정 고무신의 생명력에 난 순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앞집 녀석이 학교를 가는데 그전과 다른색의 고무신을 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시골에서 유명상표로 통하는 국제상사에서 만든 왕자표 흰고무신..... 신작로를 따라 학교를 걷고 있는 나에게 그 고무신은 마치 황금신발과 같은 서광을 비추면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난 이 고무신이 왕자표인지 아닌지 부터 확인할 요량으로 앞집 녀석에게 다가가 온갖 구라를 쳐가면서 검정 고무신의 상표를 보여줄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그녀석은 아버지가 거금 3000원(당시 검정 고무신은 내가 알기로 장터에서 600-800원대 였다.)을 주고 장에서 사다주었다 나에게 자랑하면서 있다가 학교에 가면 보여준다고 나에게 그 흰 고무신의 상표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흰고무신에 대한 자랑....부러움에 몸이 소스라쳤다.(시골에서 산 나의 또래 그 당시 아이였다면 흰 고무신에 대한 부러움(지금의 나이키, 아이다스, 아식스, 푸마 등의 스포츠 유명상표)은 현재 메이커와 비교가 안된다. 촌놈이 무엇을 바라랴 새로운 것에 대한 점유욕은 인간의 기본욕구가 아닌가.)

 

나는 사실 흰 고무신을 무진장 신고 싶었다. 이에 나는 그 녀석의 자랑을 듣다가 부러운 나머지 학교가던 길을 방향을 180도 바꿔 집 방향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니 집에 부모님은 없었고, 키우던 닭과 돼지가 있었다. 그래서 부모를 찾아 동네한바퀴.... 밭에서 일하는 부모를 발견.... 가방을 내동댕이 치고 학교안가 나도 흰고무신 사줘 땡깡을 부렸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버지가 들고 있던 삽자루와 어머니가 들고 있던 호미대가리였다. 학교가서 공부하라고 이렇게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 부모에게 가던 학교를 가지않은 것도 용납이 안되는데 그 마당에 흰 고무신 타령을 하고 있으니 부모는 기가 막힐 노릇이였다.

 

그날 나는 학교를 파하고 난후 동네가 떠내려가도록 곡소리 나게 뭇매를 맞았다. 다시는 가방을 내동댕이 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고서야 어머니의 몸둥이(소나무 자루)가 춤을 멈추었다.  어머니의 매가 전부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매에 이어 큰형에게 콧물이 나올 정도로 욕을 얻어먹었다. 그리고 누나에게 가슴 사뭇치는 말도 들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이 시간은 나에게 있어 지옥에서 보낸 하루 추억이라고나 할까.... 정말 아픔과 두려움의 시간이였다. 그러나 내가 이로인해 흰 고무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나고.... 아니올시다. 나는 방법을 달리하여 흰 고무신 얻기 아니 사주기 작전에 돌입하였다.

 

내가 주로 시골에서 담당하던 일은 닭과 돼지 밥을 주는 일이였다. 그리고 산 언덕배기 텃밭을 가꾸는 일이였다. 나는 부모님이 나에게 전적으로 맏겨논 부역을 거부하였다. 물론 흰 고무신을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으면서.... 요즘 공부가 워낙 많아서 못하겠다고.... 공부한다면 다른 일은 몰라도 이해 하시는 부모님인지라 일정 정도 멱혔다. 그래서 나는 일을 안하면서 흰 고무신을 어떻게 부모로부터 얻을 수 있을까? 고심에 빠졌다. 그럼과 동시에 그 닭과 돼지도 나의 고심에 동참하였는지... 살이 도통 오르지 않았다. 닭아 돼지야 미안타......

 

그러던중 난 기발한 생각을 하게되었다. 고무신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나의 생각은 닫았던 것이다. 이에 난 형 몰래 검정 고무신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늘 수업시간 이외에 늘 나를 감시하듯 마크하는 형과 누나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다.

 

내 생각이 실천하기 위해서 우선 형과 누나의 시선을 피해야 했다. 이에 난 친구집에 놀러간다는 핑계를 대고 뒷산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그리고 무엇을 했냐고.... 난 내 검정 고무신을 땅속깊숙이 묻어 버렸다. 내 검정 고무신이여 영영 안녕하면서 매장을 하였다. 그리고 위풍 당당하게 집으로 왔다.

 

형은 나의 발을 보더니 신발은 어디갔냐고 했다. 이에 난 고무신이 놀다가 없어졌다고 둘러댔다. 조금 있다가 형의 보고를 받고 일을 마치고 온 아버지가 나에게 신발을 어쨌냐고 물었다. 나는 이에 고무신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를 믿지 않은 눈초리로 너 혹시 검정고무신 엿이나 아이스께끼로 바꿔 먹지 않았냐고 추궁을 하였다. 난 계속해서 놀고 있는데 검정 고무신이 없어졌다고 농을 쭈욱 폈다. 그러나 아버지의 추궁하면서 나의 말을 믿어주질 않았다. 난 고심하는 척하다가 말을 하였다. 아차!! 잠시 생각해 보니께 없어진게 아니라 마을회관 앞에서 축구를 하나가 검정고무신이 벗겨져 하늘로 높이 날아갔는데 안보인다고 하였다. 이에 집안은 네 고무신 찾기 위한 대대적 수색작업이 벌어졌다.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들은 내 검정 고무신을 찾기 위해 동네 지붕이란 지붕은 죄다 찾아보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집안이 동네 지붕을 구석구석 찾았지만 날씨가 밤인지라 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아버지는 일단 신발은 내일 아침 일찍 찾아보자고 하였고, 나의 추궁또 끝났다.

 

나의 작전을 실패로 돌아갔다는 판단이 머리에서 번득였다. 나는 방에 들어와 잠을 자지 못하고 동생들과 형이 잠들기를 마냥 기달렸다. 그리고 가슴졸이며, 밤 정오가 넘어서 산으로 향하였다. 산길을 그냥 걸으면 무섭겠으나 그 때는 오로지 검정 고무신을 내가 말한 지붕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념하여서인지 검정고무신이 매장된 장소를 찾기위해 겁없이 올라갔다.

 

검정고무신을 매장한 곳이 찾기 쉬운곳이라서 금방찾았다,

그리고 검정고무신을 지붕위로 날려보냈다. 검정고무신과 나의 인연은 악연이라는 것을 되뇌이며, 지붕위로 날렸다. 그리고 작전이 실패보다는 내일 있을 불호령을 모면하였다는 안도감에 쥐죽은 듯이 집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였다.

 

아침 아버지는 형, 누나, 동생, 그리고 나보러 학교가기전에 검정 고무신을 찾아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째 분명 지붕으로 날려버린 고무신이 안보이는 것 아닌가? 분명 어제 지붕위로 날려 안착한 검정 고무신을 확인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검정 고무신이 도깨비 쒸인것인지 다리가 달린 것인지 없었다. 그 집주인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검정 고무신은 켜녕 지붕에서 무엇하나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째 이런일이.... 이에 형, 누나, 동생, 나는 찾는 것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 고무신이 다리가 달려서 없어졌는지, 하늘로 날개달고 날아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형들도 이때 나를 거들어 아버지의 불호령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도대체 검정 고무신은 어디로 간거야.....

 

아버지는 형에게 돈을 주고 학교가다가 가게에서 신발을 사주라고 돈을 주었다.

난 기대에 부풀어 혹시 아버지가 흰고무신 사주라고 형에게 돈 주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맨발로 신작로를 걸어갔다. 늘 걷지만 앞이 안보이는 그 길이 왜 이리도 가까이 느껴지는지 날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몸은 왜 이리 가뿐한지.... 그러나 나의 생각은 상상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전보다 질긴 검정고무신을 형이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난 결국 이 작전에서 흰 고무신을 승리의 전리품으로 얻지 못하였다. 검정 고무신과의 인연을 나의 필연이라 생각하고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이 없어서 근근덕지게 생활하던 부모님은 아마도 많은 형제들에게 흰 고무신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돈이 없으니 공평하게 다들 검정 고무신을 사주신 것 같다. 누구 하나가 흰 고무신을 신을 수 없었던 시대였으니까...

 

그런데 지붕으로 올린 고무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난 상상컨데 검정 고무신이 지붕위로 날다 역추진력을 받아 달나라로 날아가지 않았나 그냥 생각해보았답니다. 없어졌다고 하는 것보다는 낳잖아요..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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