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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등록일
    2005/01/07 08:45
  • 수정일
    2005/01/07 08:45
참 내가 나를 돌아봐도 스스로 대견하다. 지난 3개월 건설일용직노동자로 노동현장에서 잘 일을 나갔다. 내가 건설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기엔 삶이 너무 단초하다. 처음 일나간 현장에서 잡은 삽자루 손이 아렸고, 어깨에 맨 철근의 무게가 삶의 무게보다 무거워 힘이 들었고, 비오듯 쏟아지는 땅방울을 흘리면서 기뻣던 기억... 짧은 기간 동안의 경험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처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을 해보았지만 아침 밀려드는 잠과 싸워야 했고, 일이 힘들어 때론 마냥 쉬고 싶어 주저 앉기도 했던 기간... 삶을 이어나가기엔 내가 너무 편안게 생활을 해왔음을 직시하였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본 노동(공장생활과 다르게) 결코 녹녹하지 않다. 오야지의 보챔이 ㅤㄸㅒㅤ론 짜증으로 들리고, 일머리를 몰라 이리저리 바쁘지만 정작 일은 진척이 되지 않았던 기억.... 하나둘 알아나가고 몸이 일에 적응한 요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현장을 이야기하였지만 난 현장에 갈 준비가 덜되었던 것 같다. 오산을 중심으로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일도 다양하게 하였다. 목수/쓰미(조적)/미장/철근 대모도도 해보았고, 도로 표지판을 붙이는 일도 해보았고, 공장 철거하는 일도 해보았고, 공장에 나가 박스 무게를 밴딩하는 작업을 하며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느껴보았다. 힘으로 하는 일을 뭐든지 닥치는데로 하면 잘 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노동도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의 반복임을 깨닫고 가냘픈 몸으로 일을 하는 그 분들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기간 일을 나가 마신 술도 박스로 대략 4상자는 될 것 같다. 평상시 먹었던 술보다 많은 술을 먹고 술에 취해 어찌어찌 다솜교회로 오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 술 먹었을 때 기억과는 다르게 기분좋게 왔던 것 같다. 이전 술을 먹었을때 힘들어 기대고 싶었던 날들이 많아 술을 먹고 우두커니 내 집에 오는 그 길 왜 이리도 씁쓸하거나 쓸쓸했는지.... 가로등 골목에 켜 있는 불빛에 안식을 취하고 싶었던 기억들이 조각조각 나있던 그 때와 다르게 어찌어찌 왔지만 늘 기뻤고 격려를 받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용역 아저씨들로 부터 받은 위로로 내 상처 조각들이 봉합이 되었다. 처음 힘들어 용역나가 무슨 일을 할까 두려움이 밀려드는 시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저씨들과 어떤 일을 나갈까의 기대로 돌아서면서 참 행복하게 용역 사무실에서 우두커니 일을 기다리기도 하였다. 내 생애 30대 가장행복했던 기억들이다. 위로도 받고 격려도 받았다. 진심 어린 조언들도 많이 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 아저씨들과 엊그제 마지막 술자리를 하였다. 그런데 가슴한켠 뭉클하다. 아저씨들과 이후 만남은 이어지겠지만 난 비겁하게 아저씨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돌아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저씨들에게 진솔하게 대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아저씨들 참 고마웠고 죄송해요. 내가 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었네요. 제가 첫 상근비 받으면 아저씨들과 우리 중앙시장에서 한잔해요. 모리스 아저씨도 함께요. 늘 진심어린 말들 삶의 충고로 들으며 살아갈께요.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을 보면서 위안을 받기보다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저씨들이 있었기에 제 짧은 기간 노동...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남들은 노동을 아름답다 말하지만 전 아름답지는 않다고 봅니다. 연실 마셔야 하는 시멘트 먼지... 용역이라 당해야 하는 그 서러움이 있지만 세상 아침이 있으면 저녁이 오듯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간다는 아저씨들의 말 교훈 삼아 살아가렵니다. 처음 잡은 삽자루가 손이 아렸던 아픈들 처럼 이렇게 아저씨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그래도 중앙시장에 나가 아저씨들 찾아 갈께요. 아저씨들 술 조금 드셔요. 고마웠습니다. 정말로.... 아저씨들이 제 글을 볼 수는 없지만 내 마음입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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