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안도현] 연탄 한장

  • 등록일
    2005/03/31 19:53
  • 수정일
    2005/03/31 19:53
** 산동네에서 자취할때 연탄 100장이 들어오던날 왜 이리도 가슴이 뿌듯하고 겨울이 포근하게 다가오던지... 연탄 창고에 연탄이 꽉 차던 날 정말 행복했던지... 연탄 들어오는 날은 정말 부자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중학생이었던 내가 연탄 들어놓고 뿌듯해 하던 것이 엊그제 갔던데... 눈이 소복히 골목 길에 내려 앉으면 동네 아이들 썰매타서 미끄럼장 만들고 그럴때 연탄재를 던져가며 골목 길을 이어가던 기억이 새록한다. 이 시를 보니 연탄의 따스함이 산동네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시기가 되었지만.... 연탄불 같은 따스함은 잊혀지지 않는다.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