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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상반기 마지막 검진

  아침 6시20분, 손석희씨로부터 포스크 건설 노조가 파업을 풀고 자진해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출근, 이 동네에서 유명한 장기투쟁 사업장이었던 곳으로 검진하러 출발했다.  원래 다른 병원에서 작업환경측정, 검진, 보건관리대행을 했었는데 작년부터 우리 병원으로 넘어왔다.


  상반기에 또 파업을 했고 바로 얼마전 전원복직이 결정되었지만 공장은 아직도 약 30%정도만 가동되고 있었다. 소음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그게 겨우 기계 1대 돌릴 때 나는 소리였으니 기계가 다 돌아가면...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세계에 5대밖에 없다는 70억원 짜리, 50도 인쇄가 가능한 기계를 들여왔단다. 소음도 기껏해야 70데시벨 정도에 유기용제 노출도 적으며 단 한명의 노동자만 있으면 되는 장비이다. 이 장비를 추가구입하고 인원을 감축하려고 했었다는 것 같은데 전원복직으로 결정이 났다니 다행이다.

 

  작업환경측정결과를 보니 소음이 초과, 유기용제는 노출기준의 반이하. 작업이 별로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서 해석해야겠다. 오랜 투쟁끝에 복귀해서 그런지 모두들 얼굴이 밝고 작업과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기용제 작업자 중 일부가 중추신경증상을 호소해서 신경행동기능검사를 13건 냈다.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가 많기도 했지만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많은 것 같더라.

 

  혈압. 지난 해에는 노사간의 갈등이 최고에 달했을 때라 모두들 높았는데 오늘은 대부분이 정상 혈압이다. 노동자도 관리자도 마찬가지.

 

  피부질환이 4명있었는데 작업과 관련이 있는 지 평가가 필요하다. 옛날엔 아무리 작업을 많이 해도 그런 증상이 없었는데 복귀이후 한 두 달안에 양 팔에 접촉피부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화학물질의 교체가 있었을까? 이름이 바뀐 약품이 있냐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 당연하다. 우리 간호사가 정리한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에이포용지로 여러 장이고 그게 다 비슷비슷한 화학물질들이니 무엇인가 바뀌었다 해도 현장 노동자들이 알기는 어렵겠다. 일단 증상이 좀 심한 사람만 사진을 2장 찍었고 피부과 진료 의뢰를 했다.

 

  마지막쯤에 온 수검자가 매일 소주 2병, 담배 2갑을 피운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노조 사무장이란다. 지난 2년동안, 그러니까 투쟁기간 내내 사람만나느라 그랬단다. 파업전으로 몸을 만들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다고 하면서 요즘 조금씩 줄이고 있다고 웃는다.

 

  어쨌거나 이렇게 힘들었던 상반기 출장 특검이 끝났다.

출장검진은 끝났지만 일차검사에서 비정상인 사람에 대해 여름 내내 이차검진이 진행될 예정이니 마냥 편한 여름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올해 나의 목표중 하나에 특검 제대로 하기가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한 것은 특검 문제점 파악하기 정도였다. 

 

  검진이라는 게 100명중에 90명은 정상이고 나머지 10명은 뭔가 조사나 중재가 필요한 사람이다보니 깜빡 하면 놓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특검에서 뭔가를 놓치는 일은 심각하다. 지난 번 DMF 취급 작업자의 간기능 이상을 일반질환으로 판정한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소식을 듣고 아, 나도 저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은 땀이 났다. 검진팀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여러 사람이 보고 또 보아야 문제를 걸러내고 예방할 수 있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 지 자신이 없다.  

 

  방학때 좀 정리해서 하반기에는 진짜 제대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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