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구원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뻐꾸기님의 [연구원 노동자들에 대한 검진] 에 관련된 글.

  지난 가을 검진한 뒤 특수검진 결과 상담하러 갔었다.  바빠서 작업장을 돌아볼 생각까진 없었는데 상담을 하다보니 눈으로 보지 않고는 이해가 안 가서 결국 그 넓은 땅을 휘젓고 다녀야 했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처녀총각 연구원들은 화려한 중앙사무동이 아니라 각 연구동에서 근무한다. 



엔진을 시험가동하는 곳에서 배기가스 문제를 말하길래 작업장까지 가 본 것인데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그냥 적어만 둔다.  그 부서 담당자는 한 무리의 하얀 가운(의사,간호사, 산업위생사)을 보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귀찮으니까. 그가 말하기를 이 연구실의 실내공기의 질은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매우 양호하다. 

문제는 그가 일하는 곳 말고 그 옆의 실험실이었다.  별 생각없이 설계한 실험실이라 젊은 연구원들은 시험가동해야 할 기계들과 같은 공간에서 하루종일 일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평상시는 괜찮으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배기가스나 화학물질에 순간 고농도 노출되는 게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작업환경측정기록엔 이들의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일단 정확한 작업환경평가를 해보자고 정리하고 나왔다.

 

다음은 특검때 매캐한 냄새를 호소했던 사람이 일하는 곳.  우리 산업위생사에게 그 곳의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보고서를 쓰라고 했었고 읽어보니 절삭유관리가 잘 안되는 것이 문제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그후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가 본 것인데..... 작업자가 뜨아한 반응을 보인다.  알고보니 그의 불만은 사무실과 실험실이 분리되지 않아 하루종일 나쁜 공기를 마신다는 것이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해결되지 않았을까 물어보니 지난 번 부서장이 매사 귀차니스트라 그냥 묵살해왔기 때문이란다.  보건담당자한테 물어보니 의사소통만 잘 되면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라 하여 함께 간 신참 산업위생사한테 이 문제에 대해서 보고서를 써서 회사에 주라고 했다.  아래 사진은 옆에선 선반기계가 작동하는데 한 쪽에서 사무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의 증거이다.

 

 

마음이 바쁜 뻐꾸기는 그냥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오려는데 보건담당자가 다른 실험실로 데리고 간다.  지난 특검에서 한 번 고농도 유해가스에 노출된 이후 몇 달동안 기침을 했던 사람이 일하는 곳을 보여준다.  환기설비없이 쓰는 이 장비엔 방청유 등이 묻은 금속제품을 넣고 열을 가한뒤 꺼내는데 그 때 화악 노출되는 가스를 대량 흡입한 것이다.  다행히 이 장비는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단다. 그리고 그 때 그 연구원은 검사후 이상소견은 없었고 기침도 사그러들어 잘 지내고 있다.

 

 

열성 담당자를 따라 여기저기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그의 업적을 보았다.  소음이 발생하는 여러 대의 기계가 있었던 곳을 그가 기안해서 결재받고 기계마다 격리시키는 대 공사를 했다.  매우 훌륭한 보건담당자가 아닐 수 없다.

 

 

이 곳 보건담당자에게 뭔가 남다른 구석, 인간적인 냄새가 났다.  젋은 연구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작업환경개선에도 꽤 신경을 쓰더라.  그의 직업력을 조사해보았더니 과거 CF 촬영 스탭을 했었는데 재미는 있지만 너무 고되서 그만두고 그냥 펜대잡고 산지 몇년되었다 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도 많다.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