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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도 있으니

  오늘 유기용제 노출이 지독하게 심한 코팅업체 출장검진을 갔었다.  아침에 몸이 너무 무거워서 억지로 일어나 빈속에 커피를 들이붓고 출발하면서 오늘 검진이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은 편이었다.  회사입구에 들어서니 자극적인 유기용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장의 애견이 출장간사이 죽었다고 그 일을 담당했던 노동자가 해고되고, 상무인지 이사인지는 옛날에는 펌프가 없어서 빨대로 빨아가면서 유기용제 써도 아무 일 없었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검진할 때 마다 노동자들이 바뀌는 그 곳.  오늘 74명 검진했는데 작년 수검자중 약 50여명이 바뀌었다.



   현장만큼 심하게 유기용제 노출이 되는 연구소엔 국소배기시설이 설치되었고, 현장은 산업안전공단에 시설개선 지원 자금을 받아 환기시설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에 유기용제 노출이 너무 심해 신경행동검사를 했었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퇴사했다. 

 

  나는 그 젊은이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워낙 열악한 작업조건때문에 사람들이 오래 못 버티는 그곳에서 어쩌면 유기용제 중독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 그들이 나가는데 기여를 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젊고 똑똑한 이들은 나가고 다른 데 갈 데도 없는 이들은 남아서 유기용제에 취해서 그냥 살아간다.

 

그래도 이제라도 개선을 하기로 했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검진한 사람중에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기용제 취급자의 반이상이 지난 일년간 새로 입사한 사람이니 그런 것 같다.

 

기억에 남은 세 남자이야기를 적는다.

 

1. 요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젊은이.  아픈지 일년이 되었다.  의사가 엠알아이 찍어보라 했는데 돈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작업개선, 자가치료 등등  설명하고 두 달뒤에 증상호전이 없으면 정밀검사를 사측에 권해보자고 했다. 

 

2. 한 남자가 팔에 약 10Cm가량의 피부병변이 있어 물었더니 작업하다가 롤러에 말려서 그리 되었다 한다. 산재치료중이냐 물어보니 "뭐, 이런 거 가지고 산재를 다 한대요?" 한다.  사측에서 공상으로 치료를 해 주고 있다고 한다. 

 

3. 담당자가 바뀌었다. 경제학 전공이라는 보기에도 총명해보이는 그는 윗사람들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가며 산업안전공단에 시설개선자금을 요청하는 서류를 만들고 수검률을 거의 100%가 되도록 검진을 준비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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