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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진찰실에서

    6월부터 출장검진을 한 번 줄이고 원내검진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원내검진이었는데 지난 달에 출장검진했던 곳에서 재검받으러 온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수검자들은 " 어, 여기서도 만나네"하면서 반가와들 한다.  그런데 쳥력재검받으러 온 이들 중 작년보다 더 나빠진 사람이 더 많았다.  물어보면 귀마개, 잘 안 쓰는 사람도 있고 잘 쓰는데 그런 사람도 있다.  검사결과 같이 보면서 더 나빠지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회사는 워낙 유해인자가 심각한데, 그래서 더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참 무심하다. 



   판정하는데 안과에 진료의뢰를 했던 챠트가 올라와 있다.  3년전에 비해 확실한 시력저하.  그러나 원인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만 룩스정도의 조도와 미약하게 노출되는 화학물질..... 어떻게 판정해야 할 것인지 조심스럽다.  내년부턴 이 회사 검진을 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서 효과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역학조사 하라고 했더니 사장이 화가 나서 짜른다는 소문임).   귀가 나빠지는 것은 열심히 검사하고 관리하는데 눈이 나빠지는 것은 좀 소홀한 것이 현행 특검제도의 문제점 중의 하나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하는 자궁암검진. 

간호사가 스펙큘럼을 식염수에 묻히지 않고 그냥 건네준다.  사람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잘 안되었나 보다.  차가운 쇳덩어리를 몸 안에 집어넣을 때 마찰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편안하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한데, 검사를 하는 의사나 기구를 건네주는 간호사나 무심하긴 마찬가지구나.  가르치고 또 가르치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건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전엔 그런게(가르쳐도 소용없는게) 화도 나도 그러더니 이젠 덤덤하다. 

 

    파킨스씨병으로 투병생활을 오래하신, 나이가 좀 드신 분이 각종 암검진을 받으러 왔다.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얼굴표정도 이상해져서 밖에 나가기 창피하다고 하시는데 거의 표 안나니까 좀 놀러도 다니시라고, 그래야 좋아지신다고 이야기했더니 웃으신다.  자궁암 검진을 할 때 성생활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하시며 살짝 얼굴을 붉히신다.  아주 연세가 드신 분 들중에 오랜 세월 성생활을 안 하셨고 그 전까지의 검사결과가 계속 정상이었다면 굳이 불편하게 자궁암 검사를 잦은 간격으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물어본 것이었다.  아프시니까 안 하실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재미라도 있으시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귀찮은데 그냥 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 

어떤 의사가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던 80세 가량의 노인에게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자, 성생활은 계속해도 되는지 질문을 받고 환자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편 어떤 할머니는 질이 건조해져서 가렵다고 하시길래 산부인과 가서 연고처방을 좀 받으시면 낫다고 하자 관심을 보이신다.  가려우면 잠 자기 힘들텐데.....다른 할머니는 혈압약을 먹어도 조절이 잘 안되는데 자세히 물어보니 잠을 잘 못 주무시는 게 가장 괴롭하고 하신다.  아드님이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은 의사라는데 외과의사라 그런지, 자신의 어머니라 그런지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단다. 

 

  오늘 왔던 한 할아버지는 얼마전 4000m 높이의 산에 다녀왔다고 목에 힘을 주신다. 뻐꾸기, 엄청나게 부러워했더니, 할아버지, 함께 갔던 사람중에 최고령자였다고 하시며 목에 더 힘을 주신다. ㅎ 

 

  하여간 원내검진을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난다. 

보통 대학병원까지 와서 일반검진이랑 암검진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병력이 있거나  이런 저런 증상호소도 많거나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아주 건강한 사람들이다. 

그네들의 삶의 주름이 언뜻 언뜻 비칠 때 나를 돌아본다.

아아, 나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아침에 몸이 많이 찌뿌둥하더니  오전 검진을 하고 나니까 가뿐해졌다.

적당한 일은 정말 즐겁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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