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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 more or less
바보인 척 했지
꼭 '척'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것이, 내가 바보스러운 면이 많기도 하고
진짜 바보인 부분도 상당하니까
난 다만 굳이 그걸 감추려 하거나 아닌 척 하지 않았을 뿐이고
아 이렇게 말하면 바보같겠구나 싶더라도
그냥 내뱉었을 뿐이야
뭐 어차피 내 머리에서 나온건데 똑같잖아
대신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소리는 바보같구나 라고 말도 해줬고
있는 척, 잘난 척, 똑똑한 척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일 뿐. 나한테 없는 걸 있는 척 하는 건 참 피곤할 뿐더러
그러다가 나중에라도 없는 게 들통나면 개망신 아니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똑똑하구나 이런 걸 잘하는 구나 편하고 좋구나 라고 좋은 점을 봐주기도 하던데
(이건 참 감사한 노릇)
어제 참 독특한 인간을 하나 만나버렸지 뭐야
아, 예전부터 한 덩어리에 속해 있어서 안면트고 인사는 해 왔지만
왜 하필 어제 나랑 둘만 남겨져서 30여 분을 버티는 상황이 되어 버렸을까
왜 당신은 나한테 급 친한 척 하면서 전혀 듣고 싶지 않은(아무도 안 듣고 싶어할 듯한)
본인 얘기를 다다다다 해댔던 거야 - 게다가 나에 대한 질문까지 섞어서
==> 이러면 최악의 조합
난 그냥 바보야 하하하 , 난 별로 잘 하는 것도 없어 하하하
참 열심히 사는구나 난 그냥 대충 흘려보내고 있어 하하하
그러게 열심히 해야지 아 근데 난 좀 게을러서 하하하
이 몇 마디를 듣고 정색을 하며 그 분의 말씀이
"왜 그래요.. 열심히 해야죠. 좀 잘해요..."
"똑바로 좀 해요.."
"몇 개월 지나니까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뉘는 군요,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과
(날 쳐다보며) 대층 그냥 놀면서 가는 사람들과.."
그 때 나도 동시에 생각했어
'몇 개월 지나니까 나도 대충 감이 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과
말도 섞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오만과 편협함으로 꽁꽁 뭉친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잣대로 남을 어느 정도는 평가하잖아
나도 그래. INTJ라서 아마 상당히 심한 편일걸.
하지만 그걸 입 밖에 내뱉는 것과, 어떤 식으로 내뱉을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닐까
심지어 내가 그걸 evaluation 자체로서 입 밖에 내는 그 대상이
나보다 나이도 경력도 많은 데다가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거의 모르고 있다면
입 밖에 내기는 커녕 마음 속의 평가내용 조차 되짚어 보는 게 - 다들 그러지 않아?
난 나보다 어리더라도, 경력이 짧아도, 한참 봐왔어도, 모두가 같은 평을 내리더라도
지금 내가 보는 저 사람의 모습이 100%가 아닌거다, 난 모르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하려고 또 매번 노력하는데
하하하 참 깜짝 놀랬지, 오래간만에
뭐 전혀 발끈하거나 negative한 생각은 들지 않았어 다만
이 사람은 좀 멀리 해야겠구나 라는 약간의 두려움이 둘었달까
난 항상 바보짓을 해왔지만, 하고 있지만
저런 바보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 겠다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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