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커밍아웃

아들이랑 둘이 살다 보니, 바깥일에 자연히 제약이 생긴다...

아직 6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둘 수는 없구^^; 그래서 오프라인 모임을 최소로 잡으면서...되도록 아들과 함께 나가려고 한다...그런데...

 

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물어 본다...아들에게...

"아빠랑 엄마 중에 누가 좋아?"(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에게서 버림받을 것같은 아이들의 심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아빠랑 꼭 닮았네...엄마는?"

"엄마에게 동생 낳아달라고 해" (여기에서는 지독스러운 여성 차별을 느낀다. 여성이 애낳은 기계인가?)

"엄마는 어디 있어?"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와 아빠로 구성된 가족의 형태를 당연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런 질문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그런데...그런 질문에 답하려는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아들은 그런 질문에 대부분 대충 얼버무린다...6살인데도 말이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의 마트에 갈 일이 있었다...그 정육점 아줌마가 아들에게 묻는다..."엄마는?"...아들 왈..."엄마는 이제 같이 살지 않아요"...아들은 알만큼 아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자주 만나는 동지들에게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커밍아웃을 한다. 왜냐면 끊임없이, 엄마가 존재하는 가정을 아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는 부자가정이예요"...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의 하나로 아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나와 아들만의 몫이 아니라, 주변의 몫도 있다고 생각한다...근데 주변은 나의 개인적 사정을 모르니 그런 질문이 당연할 것이다. 물론, 그런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소위 정상적 가정의 테두리가 현재 이 사회의 표준적 가정이라는 가정(이데올로기) 속에서이다.

그것이 물어본 사람의 개인적 책임이 아니기에 커밍아웃을 해야 할 것같다...그래서 이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한다. 부자가정이라고....

안타까운 것은 커밍아웃하고나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매우 안타까워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나에 대한 안쓰러움인지, '엄마'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인지....아님 엄마가 없음에 대한 나의 안타까움인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지 오래다...끊임없이 이것이 옳다고 아이에게 되풀이되어지는 상황에 난 분노한다....

 

커밍아웃...그것은 세상에 대한 나의 당당함이자 사회의 일반적 편견으로 인해 아이가 받을 상처에 대해 주변의 배려를 더 요구하는 소극적 행위라고 생각한다...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커밍아웃...적어도 난 세상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아서....적극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싶다...그나마 커밍아웃하고 난 뒤에 나에게 오는 타격이 크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사람들이 물어 본다..."엄마는 어디 있어요?", "밥 하러 집에 갔어요"....별 반응 없다...아니, "아빠가 아이에게 자상하네"라고 말한다...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사람들이 물어 본다..."아빠는 어디 있어요?", "밥 하러 집에 갔어요"...반응 만땅이다..."그런 남편을 둬서 좋겠어요", "참 좋은 아빠네요", "너무 좋겠다", "남편이 참 자상하네요".....이런 사회다....

 

성적소수자든, HIV/AIDS 감염인이든, 모녀(자)가정이든 그 분들의 커밍아웃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억압 속에 있다...난 다행히(?) 이 사회의 남성이기에 나의 커밍아웃은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혜택(?) 속에서도 나의 커밍아웃은 여전히 필요하다....우리는 부자가정이다! ...제발, "엄마는 어디있냐고", "아빠는 어디있냐고" 물어보지 마라...그냥 아이에 대해서만 온전히 관심을 가져주길....아이를 불쌍하게 보지 마라! 아이는 "엄마나 아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것이니까...

나의 배부른 커밍아웃이지만...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