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10/07/26

에밀리오님의 [군대가서 뭘 배우지?!] 에 관련된 글.

 

1.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우지 않느냐는 말씀에 하도 열불들을 내시니 그거 말고 뭘 배웠지 생각해 봤다. 오래된 이야기라 지금은 다를까? 이를테면, 부족하면 훔쳐다 채우고 남으면 땅에다 묻는 기술?, 줄 잘 서는 기술? 요령껏 작업 빠지는 기술? 온갖 부정과 비리를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꾹 참아버리는 훌륭한 기술? '기술적으로' 티 안나게 때리고 맞는 기술? 온갖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도 다행히 죽거나 다치지 않고 살아온 기술? 그런 '사회 생활' 잘 하는데에 필수적인 기술들? 

 

2. 학생분들에게 군대 갔다온 이들에게 주는 가산점을 부활 시키려는  문제를 가지고 입장을 정해서 이야기할 것을 주문한 적이 있다. 남성들과 여성들의 입장이 갈린 것은 대체로 일반적이었는데, 여성 중에서도 가산점을 찬성한다는 분들이 있었다. 남자 친구나 오빠가 군대가서 '고생'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니 군대 안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지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한 여성은 자신은 가산점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하더니, 쉬는 시간에 찾아와 그것이 입장을 정하라고 해서 그런 것이지 '본심이 아니었'노라 했다. 이유인즉,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것이다. 

 

3. 그러니까, (일반적일지는 모르겠는데) 한국 사람들이 군대가서 고생하고 나와서 터트리는 분노의 대상이 그렇게 억지로 끌려가서, 더구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거나 젊은 시절 2년을 넘게 허공에 날려버리고, 기억력을 감되시키고, 사회 적응을 힘들게 만드는 비인간적이고 험한 생활을 하게 만든 실체 모호한 국가나 지배집단이 아니라, 이유 불문하고 군대에 안 간( 못 간) 남녀 동료들이되는구나 했다. 

 

4. 여하간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 둘러댄다한들, 총으로 칼로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운 것이 어디 자랑할일인가? 매복, 습격, 몰살 따위 전술을 익히는 것이 좋은 일이냐? 이러저런 끔직한 기술을 가르친 '국가'에게 화를 낼일이다. 그리고 그 온갖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기억들을 치유해줄 것을 요구할 일이다. 동료 남녀들, 그리고 군대가서 사람 죽이는 기술 배웠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정상인'을 탓할 것이 아니다. 

 

5. 방송 강의 중에 나온 발언을 문제들 삼았는데, 그 방송은 학원 강의인가? 아니면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 과정' 중 일부인가? 방송강의를 수능 시험에 엄청 내겠다는 방침으로 봐서는 정규 학교의 보충 학습 시간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교육부가 인정한 공식 학습 프로그램으로...

 

6. 특별히 방송 수업에서는 보통 수업과 달리 국가 방침이나, 군대같은 '민감한' 문제는 이야기하면 안되는가. 중고등학교 일반 교실 수업에서도 그런 '예민한' 문제는 교사 생각을 이야기하면 안되는가? 말하다 걸리는 교사는 바로 쫓겨나는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