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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축구는 서커스가 아니다.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10/07/02 00:19
  • 수정일
    2010/07/02 00:19
  • 글쓴이
    Liberation
  • 응답 RSS

http://cafe.daum.net/soccerworldcafe/docO/1418

 

[본문]

 

 

같은 마케터지만, 여전히 마케팅주의의 미몽에서 깨지 못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마케팅" 운운한다.

 

축구가 상품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군데서 증명이 된 바이다.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는 상품을 판매한다는 개념으로, 극도로 저열하고 미시적 접근법이다. 극단적으로, 축구는 상품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를 탄다고 현대자동차의 티셔츠를 입지 않는다.

이마트에서 장을 본다고 "이마트" 엠블럼을 차에 달지 않는다.

 

하찮은 자동차, 슈퍼마켓 체인과 축구구단의 운영을 동일시하는 이상한 "스포츠 마케팅" 이란 넘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스포츠 마케팅은 1939년 8월 26일, MLB(메이저리그 야구)가 중계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야구]다. 베이브 루쓰가 한참 현역으로 뛸 때부터 시작된거다. 그 후로 테니스, PGA골프 등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포츠 마케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활발하게 연구되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미국이 주류적 학문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광고, 스폰서, 프로모션, 세일즈 활동, 홍보 등등이 융합된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요체다. 즉,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법론" 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방법론"에 불과하다. 즉, 스포츠의 인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주된 탐구영역으로 하는 "방법론"이다.

 

마케팅은 결국 스포츠로서의 축구 그 자체를 어르고 달래서 앵벌이를 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지, 축구 그 자체에 단비와 같은 것을 뿌리지 못한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것은 여전히 "K리그"의 문제를 "마케팅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매우매우 편향적이고 소모적인 시각이다.

 

한국은 이미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한 KT-SKT 가 보여준 그 놀라운 마케팅 전쟁을 통해, 전세계 스포츠 마케터들이 연구해야할 호화로운 선진국이다.

 

엠부시 마케팅을 막기 위해서 임의단체에 불과한 서포터즈 클럽을 후원해야 하는 "오피셜 스폰서" 그룹과, 이들을 피해서 어떻게든 저렴하게 "오피셜 스폰서 이상의 홍보"를 노리는 "넌 오피셜"들의 투쟁은 일자나마 스포츠 마케팅을 좀 안다는 필자에게는 거의 "황홀한 연구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SKT의 놀라운 "앰부쉬" 능력은 차라리 경탄에 가까운 실력이다. 오피셜보다 더 많은 노출효과를 노리는 그들이 아이러니하게 현재 K리그 모 구단의 친정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축구는 마케팅으로 살릴 수 없다. SKT의 놀라운 마케팅 능력도 K리그 모 구단의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찌질하게도.  

 

스포츠 마케팅의 원조인 미국은 또 어떤가? MLS의 수준은 이미 유럽 리그에 근접했고, 국가대표도 사실상 [프리미어 리그]의 모국인 잉글랜드보다 뛰어났다.

 

축구가 흥행하는가? 이것도 아니다.

 

 

시시껄렁한 마케팅 이론들로 아무리 쳐 바른다고 축구가 흥행할까?

 

 

대안적으로 바라보라.

 

축구는 인간의 불합리성, 불균형에서 시작한다. 폭력과 투쟁, 전쟁과 피냄새에서 시작한다. 상대에게 이기고 싶은 소박한 "이기심"에서 시작한다.

 

일본과의 우호관계? 웃기지 마라, 한국이 탈락하면 일본이 좋아하고, 일본이 탈락하면 한국이 좋아한다. 이게 축구의 세계관이다. 승패로 모든 것을 잣대질하는 투쟁의 현장이요, 승리를 탐하는 인간의 극단적인 승부욕으로 버티는 처절한 "욕망"의 덩어리.

 

수원삼성과 주빌로 이와타의 ACL 경기.

 

수원의 N석 2층에서 "어서오세요" 라는 걸개를 펼쳐보였다. 훈훈했다. 일본에서 어리버리 넘어온 이와타 친구들은 박수를 쳤다. 매우 우정이 닭살 돋는 풍경.

 

그러나 그 걸개를 모두 펼쳐 보였을때, 이와타의 서포터 석에서는 탄식과 실망, 그리고 분노의 함성이 터졌다.

"어서오세요. 전범국의 여러분"

 

이것이 축구가 해석하는 한일관계며 축구가 내포한 인간의 "불합리성, 불균형"이다. 솔직해져라. 어웨이 팬들은 어웨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들이 쉬엄쉬엄 놀다가면 그들 구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겠는가? 그 만큼 거친 대접을 받아봤어야지.

(단 현행법에서 제한하는 폭력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맛있는거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피크닉 즐기듯 소박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중산층" 축구팬을 경기장에 불러모으자고?

 

맨유의 영원한 주장 로이 킨은 "올드트램포드에 손가락만 빼꼼히 내밀고 새우샌드위치를 씹으며 경기를 보는 인간들이 너무 많이 늘어서 걱정이다" 라고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실제로 "중산층" 관중이 늘었는지, "가족단위"관람이 늘었는지 조사를 했다. GR... 다 쥐뿔이다. 젊어서 맨시티 애들 뒷동네를 털러다니던 훌리건 똘마니 애들이 나이들어 이젠 인공호흡기가 필요함에도 여전히 경기장을 찾는다. 다만 기업들이 확보한 그 잘난 스카이 박스에서나 꽁짜 식사와 관람을 제공받은 "중산층"이 있을 뿐이었다.

 

 

축구관중의 특징은 두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1) 충성도

2) 몰입도

 

충성도는 말 그대로 [선/악] [피/아]의 구분과 그에 따른 소속감이다.

몰입도는 말 그대로 "이번 시즌 우승컵"이 왜 중요한지, 혹은 "강등"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충성도는 만빵이며,

우리모두 16강을 원하기에 몰입도도 최고였다.

 

결국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말 그대로 흥행 대박이다.

 

K리그 구단이 마케팅으로 목을매는 "중산층 소비자"가...

K리그 승점 1점이 어떤 것인지, 컵대회 무관의 설움이 무엇인지 어찌 알 것이며,

좋은게 좋은거 국대선수 구경가서 "월드컵 보다 느린 뻥축구"를 뭐 좋다고 신나라 하겠는가?

 

충성도와 몰입도를 높히기 위한 방안은 전무한 상태에서, 그 나마 마케팅 운운하며 2010년 월드컵의 후광도 하늘로 날려버릴 기세다.

그러니 야구한테 맨날 쿠사리만 먹지. "국대만 존재하는 축구"라고.

 

야구장에 가면 신난다. 말 그대로 중산층 스포츠다. "먹고 마시고 놀다"가 돌아온다.

게다가 치/어/리/더/도/ 있다.

 

KFA에서 조사를 했단다. 축구관중과 야구관중은 제로섬 게임이란다.

야구가 흥행하면 축구가 망하고, 축구가 흥하면 야구가 망한단다. 오 마이 갓.

 

 

이제 제발, 시선을 돌리자. 그 전가의보도 GR맞은 마케팅 타령좀 그만하자.

 

중요한 건 사람이다. 저 이상한 미친 사람들. "맥콜"이라는 정말 "80년대 향수"같은 광고를 여전히 입고 다니는 사람들.

혹은 "녹색옷 입은 미친 새리들"(전북 팬들 죄송 하지만 님들 애칭이 원래...)

 

손에 가슴을 얹고 생각해 보라 K리그 마케터들이여.

그대들이 서포터에 대해서 뭘 아는가? 저 축구 또라이들에 대해서 말이다.

 

 

 

PS. 반말, 용서를 빕니다. 하지만, 정말 속이 터져서 사자후를 토하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여 축구판을 떠난 내가 할 소리는 아니다만, 답답해서 한 자 적는다.

 

이 글을 읽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 많다. 자칭하여 축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선민의식에 가득 빠진 자들, 댓글에서도 여럿 보인다.

이미 축구사이트들은 마케팅 중독자로 화하고, 축구의 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이명박식 자본주의 체제가 '연고이전을 반대하는' 축구사이트의 회원들에게도 완벽하게 내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각있는 개인 심지어는 저 글을 쓴 사람(불행히도 서로 아는 관계이다)조차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축구로 눈을 돌리자면 당장 생존에 더 직결되는 문제인 최저임금이 아른거리고 G20이 아른거린다만..

당장 그저께 최저임금 집회현장에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거의 없었으니..

 

답답하다.

철학이 죽은 세상이고, 철학이 죽은 축구판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긴 겨울을 지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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