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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자료이긴 한데, 법 관련 이야기들이라

 "최근 급증하는 국제결혼, 인권침해 심각"  

"최근 급증하는 국제결혼, 인권침해 심각"

[프레시안 2004-08-28 16:27]
 
[프레시안 최서영/기자]  "19살 베트남 여성를 아내로 맞은 45세 한국 남성이 '아내가 아침에 늦
게 일어나고 고등학생 아들의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하고, 소비자보호원에 수속
비등 비용 반환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낸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17일부터 시작된 고용허가제를 전후로 불법체류자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이주노동자 중 약 35%에 달하는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10여년간 외국인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 10만명, 작년만 2만명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주최로 26일 열린 '이주여성의 노동권과 인권' 토론회에서는 공장 등에
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희롱ㆍ성폭력과 최근 급증한 국제결혼으로 인한 갈등 등
이주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에서 2003년까지 한국남성과 혼인한 외국인 여성의 수는 총 10만2
천1백68명으로, 1990년 한해 6백19명이었던 것이, 2003년 한해만 1만9천2백14명으로 늘어나 최근
들어 국제결혼이 부쩍 늘은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혼인신고한 여성 중 중국(70%) 다음을 차지
하는 것이 필리핀, 태국, 러시아, 몽골 등 제 3세계 여성(22%)으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민정 이주여성쉼터 국장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등의 플랭카드를 쉽게 볼 수 있듯이 현
재 국제결혼에 서 베트남 여성이 35%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캄보디아, 키르기스즈
탄등에서도 오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빈부격차 심화와 더불어 국제결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제결혼은 주로 결혼정보회사, 통일교 등 종교단체, 개인브로커 등을 통해 이루어지
는데, 나이 많은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20대 전후반의 여성이 늘면서, 가정 내 성적 학대 뿐 아니
라 무급 식모나 종업원 취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에 와서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위장결혼, 창녀등 편견에 시달린다. 요즘은 신부의 도망시 부모의 금전적 보상을 계약
조건에 명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위장결혼 위험으로 영주권 확대나 귀화조건 완화 어려워"
 
 현재 출입국관리법상 아내에 대한 신원보증은 남편이 해야 하다. 남편이 신원보증을 하지 않거
나 철회하는 경우 이주여성들은 미등록자가 된다.
 
 김 국장은 "아내가 가출하거나 혹은 할까봐 남편이 일방적으로 신원보증을 철회하거나 일부러
해주지 않는 경우, 이들은 신분 불안을 겪어야 한다"며 "영주권 제도의 확대와 귀화기간심사기간
축소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규홍 법무부 입국심사과 사무관은 "국제결혼은 대부분 이주의 수단으로 이용되며,
위장 결혼의 위험 때문에 이주여성들에게만 현재 귀화심사기간인 2년을 완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밝혔다.
 
 '저소득 한국여성을 위한 기관들의 이주여성에 대한 개방과 이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필
요성'에 대해 김기환 여성부 인권복지과장은 "여성정책 10년째지만 솔직히 이주 여성 정책은 거
의 없다"며 "이주여성 정책 수립에 로또복권기금 활용을 제안했으나 내국인 것도 모자란다며 삭제
됐다. 우선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이주여성의 신분으로 쉽게 성희롱ㆍ성폭력의 대상돼"
 
 이영아 안양이주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은 "생산직은 필리핀ㆍ인도네시아, 가정부ㆍ식당 등 서비
스직에는 중국 교포, 유흥업소 등 성산업에는 러시아ㆍ필리핀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
다"며 "최근 이주 현상의 특징은 이주의 여성화"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남성에 비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고용주 혹은 한국인 동료, 이주남성들로부터 성희롱ㆍ성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
다"며 "중간관리자의 집요한 추근거림과 기숙사 침입을 견디가 못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
던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작년에 대대적인 등록으로 22만의 미등록노동자 중
18만명을 합법화시켰으나, 사업장 이동의 자유 금지라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다시 불법체류자가
1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외국인노동자의 정주화는 절대 안돼"
 
 이에 대해 윤영순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사무관은 "고용허가제 취지 자체가 내국인 고용 기회
는 보호하고 3D 업종 인력은 보완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하면, 이들이 3D업
종을 회피하고 임금상승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사업장 이동 제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규홍 법무부 사무관도 "불법체류자의 합법화와 영주권 부여는 정주화 우려가 있어 절대 안된
다. 게다가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방법"이라며 "3D 업종 단순노무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정주화
되면, 저소득층으로 남고, 그 자녀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용주들 배만 불리고, 국민만 그로 인한
모든 부담을 지게 된다"고 불법체류자 엄단의 뜻을 밝혔다.
 
 그는 "다만, 일본의 경우는 송출 수수료 부담을 사용주가 지고, 송출비리 국가와는 철저하게 거
래를 안 하기 때문에 거액의 브로커 부담으로 필사적으로 체류하려는 한국의 외국인노동자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일본 정부처럼 당장 기업에 송출수수료 지원과 함께 기업 부담을 강제할 순 없
지만 단계적인 브로커비용 대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금연 이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현장에서 보면 고용안정센터의 근로감독관들이 직무유기하
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 순환보직으로 전문성 없이 소극적인 데다가 '우리가 뭘
할 수 있나'라며 자조적이기까지 하다. 비정규직 상담원들만 죽어난다"며 "이주민 문제는 단속만
으로 해결이 안된다. 누가 가난해서 들어오는 것을 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요즘은 몽골과 파키스
탄으로부터 가족단위 불법체류도 급증하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
다.

최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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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의 코리안 드림

조선일보 기사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

가슴에 번호표 달고 한국남자와 어색한 만남
에이즈검사∼결혼식 이틀만에 전쟁 치르듯
이국 땅 가는게 낯설지만 가난을 탈출할수 있으니…


베트남 여성 웨옷센(20)씨. 그는 16일 아침 제단에 향을 피웠다. 호찌민시에 위치한 결혼 정보회사 ‘시클로’의 사무실 겸 숙소. 국제 결혼을 꿈꾸는 다른 10명의 여인 틈에서 그는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상에게 빌었다. 김치를 담그고,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웨딩드레스를 만져보는 베트남 예비 신부들은 모두 ‘코리안 드림’을 간절히 꿈꿨다.

대나무 소파가 놓인 응접실. 한국 남자 한 명이 앉아 있다.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베트남 여성 11명은 긴장했다. 무릎을 한쪽으로 모으고 앉아 있는 여성들 얼굴 위로 한국 남자의 어색한 시선이 지나갔다. “어휴, 미안해서 어떻게 누굴 골라요. 이제 그만 올려보내세요.” 20분 만에 한국 남자는 더 이상의 면접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식당을 하는 인천에 사는 무직의 김장호(35·가명)씨. 김씨는 초혼 상대를 찾고 있었다. “어머니를 모시자”는 말에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김씨는 이제 베트남에서 배우자를 찾고 있다.

김씨는 11명의 실물 면접 이외에 화상 면접도 시도했다. 옆방으로 옮긴 그는 ‘2006년 4월’이라고 적혀 있는 1시간30분 분량의 CD를 틀었다. 모니터에는 가슴에 번호표를 단 150명의 여성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얼굴에서 시작한 카메라의 앵글은 전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이 역시 20분 만에 그는 포기했다. 이미 김씨는 조금 전 면접을 본 11명의 여성 중 두 명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센씨는 이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김씨가 센씨와 또 다른 아담한 체구의 베트남 여성(21)을 상대로 질문했다. “나는 아직 무직이지만 곧 직장을 구할 겁니다. 나이 많은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를 모실 수 있습니까?” 두 여성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난 이국(異國) 남녀의 대화는 침묵의 시간이 더 길었다. 김씨도 여성들도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후보가 되면 여성들도 질문을 할 자격이 있지만 남자의 나이, 직업, 가족 상황을 말하면 베트남 여성들은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다”고 했다.

방을 빠져 나온 뒤 반나절, 센씨는 초조했다. 착해 보이는 인상이 맘에 들었지만 그 한국 남자가 자기를 선택할지는 알 수 없었다. 호찌민시로부터 4시간 거리의 궁벽한 농촌의 처녀. 그는 1년 전부터 국제 결혼을 꿈꿨다.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다. 센씨는 “작은 할머니의 딸이 3년 전 대만 남성과 결혼했는데, 덕분에 시멘트 집을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코리안 드림’을 그리고 있었다. 센씨는 열흘 전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 뒤 한 차례 면접을 봤지만 선택되지 못했다.

담배를 빼물고 서성이던 김씨는 마침내 센씨를 골랐다. “어머니가 키 큰 여성을 데려 오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 어머니 밥 차려 드리는 것 보는 게 소원이에요.”

짝을 찾은 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에이즈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얼마 전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에이즈 감염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 후 결혼식 전의 에이즈 검사는 의무사항이다. 1시간 반 만에 둘 다 ‘음성’, 합격 판정을 받았다.

반지를 교환하고 축배를 드는 간단한 의식의 베트남 결혼식, 신부 부모와의 인사, 뙤약볕 아래의 정장 차림 야외 촬영을 이틀 만에 전쟁 치르듯 해치웠다. 6박7일의 베트남 국제 결혼, 800만원이 드는 이 결혼식에는 김씨 외에 안산의 한 공장에서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는 장재룡(44)씨와 인천 공장의 대표인 김원영(52)씨가 각각 23세의 베트남 신부를 재혼 상대로 맞았다. 경험이 있는 김원영씨는 베트남어를 공부했고, 장재룡씨는 휴대용 컴퓨터에 베트남어 번역 프로그램을 담아 왔다.

하지만 초혼의 김장호씨는 정작 둘만 남게 되자 소통(疎通)의 문제를 드러냈다. 김씨는 센씨와 아침을 먹는 도중 한국측 가이드에게 물었다. “거참, 보디 랭귀지면 다 통할 줄 알았는데, 아니데요. 자꾸 이렇게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손을 귀 옆까지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베트남식의 ‘모르겠다’는 표현이다. 신부가 “당신 말을 모르겠어요”라고 했지만, 그 말을 못 알아 듣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차라리 내가 베트남 말을 배우는 것이 빠르겠어요”라고 답답해 했다.

그날 밤 센씨는 호텔 방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회화책을 꺼내 뒤적이며 삐뚤한 한글로 편지 쓰는 연습을 했다. 며칠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이 호적을 만들어 보내 비자를 받기까지는 길게는 두 달이 걸린다. 그때 부칠 편지의 내용이다.

‘부모님께 안부 전해 주세요. 건강하세요.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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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길에서 만난 이주여성들의 삶

길에서 만난 이주여성들의 삶
 
[오마이뉴스 2004-06-24 18:10] 
 

[오마이뉴스 오수연 기자]19세 베트남 처녀 롱(가명)은 한국 드라마에 열광했다. 매일 미싱 학원만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 텔레비전을 보았다. <천국의 계단> <겨울 연가> 같은 드라마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천국처럼 보였다. 저런 데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했다.

비슷한 또래의 처녀들과 롱은 호치민 시로 향했고, 어떤 '언니의 집'에서 다른 지역으로부터 온 수십 명과 함께 복닥거리며 한국 신랑감을 기다렸다.


   
"넌 운이 좋은 거야"


드디어 그들이 왔다. 여러 '언니의 집'에서 200명도 넘는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 남자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갔다. 한국 남자들은 고작 10명 정도였다. 그들이 안내자와 쌍을 이루어 호텔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베트남 처녀들은 줄지어 방들을 순례했다.


한 방에 들어갔다가 남자가 아무 말 없으면 다음 방으로, 그 다음 방으로 갔다. 한 남자가 롱을 지목했다. 남자들은 대열 중에 일단 눈에 띄는 처녀를 다섯 명쯤 골라 방에 앉혀 놓았다가 나름의 기준으로 그 중 한 명을 선택했다. 롱이 뽑혔다.


"넌 운이 좋은 거야."


안내자의 통역에 따르면 그 남자는 롱에게 처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튿날 남자는 롱의 부모님을 방문하여 허락을 받고, 그 다음날 결혼식을 올렸으며 롱은 마침내 한국에 왔다.


"1억원을 줘도 싫다."


7개월 후 롱은 이렇게 되뇌며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자기가 사는 동네를 구경할 새도 없이 남편이 운영하는 해장국집에서 설거지 그릇에 파묻혀 지냈으며, 제 자식까지 있는 서른 살도 넘은 남편의 아들들한테 무시당했다. 또한 남편으로부터 이상한 성기구를 동원한 잠자리를 강요받았다. 남편의 말에 속아 임신 중절 수술까지 경험했다.


필리핀 여성 린(가명)은 어떤 한국종교단체 중매로 한국인과 결혼했다. 결혼 전에 남편을 두 번 만났는데, 그의 사진을 본 가족과 친지들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게 흠이지만 인상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 종교단체에서 주관하는 집단 결혼식을 마닐라에서 올렸지만, 린은 한국인으로서 살 각오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시 남편과 전통혼례식을 치렀다. 그런데 남편은 그걸 매우 귀찮아했다. 곧 린은 깨달았다.


남편은 린과의 결혼생활을 잘 꾸려나갈 의지도 성의도 없었다. 린이 한국말을 익히려고 말을 걸면 성가시다며 자리를 피했다. 걸핏하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누나를 돕는다고 다른 도시로 가서 한동안 머물렀다.


도시 출신이라 농사일이 몸에 익지 않았건만 린은 5년 동안이나 논밭을 혼자 가꾸다시피 하며 연로한 시어머니를 모셨다. 그러다가 미심쩍은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알고 보니 결혼 전부터 남편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린의 남편이 자주 가는 누나의 집 근처에 사는 유부녀로, 그와의 관계 때문에 자신의 남편한테 심하게 맞은 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소문난 사이였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나를 속였다. 이러려면 뭐 하러 결혼했단 말인가?"


필자와 인터뷰할 때 린은 탁자를 두고 마주 앉아 있었는데, 이 말을 할 때 탁자가 부르르 떨렸다.


국적법 대폭 개정, '간이 귀화'에 대하여


 
 
▲ 나이 19, 결혼 7개월째인 사진 속의 베트남 여성은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나왔다. 그녀의 바람은 하루 빨리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2004 육성철
우리나라 국적법은 1998년에 대폭 개정되었다.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여자에게만 국적 허가를 내주던 이전의 부계혈통주의 법률을 고쳐, 한국인 여자와 결혼한 외국인 남자도 국적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당시 시끄러웠던 중국 동포들의 '위장 결혼'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간이 귀화 (결혼으로 국적을 취득)' 자격을 강화했다. 국적법 제6조 2항에 따르면 간이 귀화를 하려면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대한민국에 2년 이상 주소가 있거나 혼인 후 3년이 지나고 대한민국에 1년 이상 주소가 있어야 한다.


결혼 생활이 이 기간 전에 끝나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할지라도 외국인 배우자가 국적을 신청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 1월 다음과 같이 자격 요건이 완화되었다.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 실종 또는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혼인 생활을 할 수 없었거나 또는 그 배우자와의 혼인에 의하여 출생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든지 양육해야만 할 외국인은 정해진 기간 동안 결혼 생활이 유지되지 않았을지라도 간이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그래도 거주는 그 기간만큼 한 후에 해야 한다.


이혼사유 남편에게 있음을 증명해야 귀화 가능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은 여기 살러 오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정착이다. 그러나 지금의 법은 이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올 초 다시 개정되었다 해도 그렇다.


베트남 여성 롱의 경우 그가 계속 한국에 살기를 원했다면 우선 체류 기간 제한과 곡예를 해야 한다. 이혼 소송을 내어 결혼 거주 비자(F2)를 3개월씩 연장하거나 법무부 장관의 인정을 받아 특별 체류 허가(G1)로 1년을 연장하는 등 그가 온갖 서류와 절차를 거쳐 간이 귀화 거주 기간을 넘겼다고 치자.


간이 귀화를 신청할 때 결혼이 지속되지 못한 이유가 한국인 남편에게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남편에게 잘못이 있다고 기록된 이혼 판결문, 남편의 폭행을 고소하여 받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 남편한테 맞은 사실이 드러나는 진단서, 남편의 4촌 이내 친척이 그의 잘못이라고 기록한 확인서 등 1개 이상이 필요하다.


설사 한국인 여성일지라도 맞아서 팔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남편의 폭행을 증명하기 어렵고, 카메라와 녹음기를 숨겨두고 살지 않는다면 남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증거를 수집할 수가 없다. 남편의 4촌 이내 친척인 시댁 식구들이 자기 아들이나 사촌을 비난하는 확인서를 써 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인인 이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신부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말도 통하지 않고, 법도 모르며, 아는 사람도 없는 롱이 이런 증빙 서류들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결혼 안 하려면 그동안 든 비용을 물어내라"


린은 5년이나 결혼 생활을 했으므로 진작 간이 귀화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못했다. 왜냐하면 원칙적으로 간이 귀화는 남편이 같이 출석해야 하기 때문에 남편이 무관심하거나 불화가 있으면 신청할 수가 없다.


린은 롱의 예처럼 남편의 귀책사유를 밝히는 지난한 시도를 하거나 아니면 딸이 있으므로 양육해야 할 필요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길도 첩첩산중이긴 마찬가지다. 구비해야 할 서류가 앞의 경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약 남편과 딸의 양육권을 놓고 분쟁이 붙는다면 한국 국적이 없는 상태에서 제3세계 출신 린은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매우 불리하다. 국적이 없기 때문에 양육권 소송에서 지고, 양육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국적을 못 얻는 악순환이다. 별거 상태인 외국인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태가 바로 아이를 빼앗기고 출국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린은 대한민국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서 일반 귀화를 신청하는 길이 하나 남는다. 그런데 이건 더욱 험난하다.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교육위원, 판사, 검사, 변호사, 대학교수, 각급학교 교장, 교감, 5급 이상의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 공무원 등의 자격을 갖춘 자 2인 이상의 추천서가 그들의 재직증명서와 함께 필요하다.


무엇보다 본인 또는 가족이 독립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서류, 예컨대 재직증명서나 3000만원 이상의 예금잔고 증명서, 30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 중에 하나가 필요하다.


 
 
▲ 이주여성쉼터에서 진행하는 미술치료 프로그램 
 
ⓒ2004 인권위 김윤섭
외국인이고 더구나 아이까지 딸린 여성으로서 재직증명서 있는 직장에 취직하든지, 3000만원 재산을 모으라니 지나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3000만원 이상 재정관련 증명은 사실상 가난한 외국인 신부들이 남편의 동의 없이 한국에 정착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남편 하나 믿고 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은 남편이 등을 돌리면 쓰디쓴 배신감을 안고 고향에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가 되어야 한다. 칼자루는 어디까지나 한국인 남편이 쥐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고약한 남편들은 신원 보증을 안 해주겠다거나 국적을 얻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로 족쇄를 채워, 외국인 아내를 노예처럼 학대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이주여성인권센터의 최진영 사무국장은 "간이 귀화 신청시 거주 기간 요건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1998년 국적법 개정은 남녀평등 측면에서는 나아졌지만, 외국인의 인권 측면에서는 개악이다. 과연 그런다고 위장 결혼이 방지될까? 올해 거주 기간 요건이 완화되었다 해도 명문상 그럴 뿐이지 외국인들이 그 혜택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주와 국제결혼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므로 우리나라도 자국민 우선주의를 버리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남편 구타와 외도를 못 견뎌 4번이나 가출했고, 다섯 번째로 집을 떠나서는 다시는 안 돌아갈 각오로 두 남매를 혼자 키우고 있는 필리핀 여성 '진(가명)'은 말한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나는 선택할 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 자리가 없었고, 우리 친정은 너무 가난하다. 아버지가 장님이며 어머니는 아프다.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이라도 받아들이려고 마음먹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내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지쳤다."


좋은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 왜 결혼했느냐고, 이 여성을 비난할 수 있을까? 63세의 남자와 결혼한 롱,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남자와 결혼한 린,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수많은 제3세계 여성들을 경솔하다고 욕할 수 있을까?


이들의 결혼에는 반드시 그 배우자, 한국인 남성들이 있다. 그들도 그렇게 결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농촌 총각이든 이혼남이든, 자녀 딸린 홀아비든, 어떤 이유로든 그들은 한국 여성들에게 선택받지 못했지만 비행기 타고 가난한 나라에 날아가서는 왕처럼 선택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여성 쪽에서는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빈곤이라는 상황에 쫓겼고, 결혼 중개인으로부터 "결혼 안 하려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물어내라"는 식으로 위협당하는 등 인신 매매적인 측면도 있다.


 
 
▲ 이주여성쉼터에서 한 베트남 여성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드라마들은 한국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2004 인
과정이야 어쨌거나 이들은 한국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고 자신의 운명을 쥔 남편과 잘 지내려고 애정을 부풀리며 온다. 그러나 남편과 시댁은 아내를 돈 주고 샀다고 생각하며 신뢰하지 않는다. "넌 비싼 년이야","거짓말 하지 마" 외국인 아내들이 흔히 듣는 말이다.


자기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외국인 아내를 부려먹다가 인권단체 실무자가 조사를 나가자 "종업원 쓰기가 힘드니까 데려왔지, 내가 미쳤다고 외국 여자랑 결혼하느냐?"고 호통을 치고, 중매업체에 찾아가 "지금 아내가 너무 고집이 세서 반품하고 이혼할 테니까 다른 여자랑 재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또한 성 능력을 상실한 나이에 이십 대 초반 신부를 데려다가 인조 성기까지 착용하고 밤마다 성노리개로 삼는 등 참혹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한국인 배우자한테 시달리는 쪽은 주로 절대적 약자인 외국인 아내들이며, 남편들은 한국 사회에서 당한 울분과 서러움을 자기밖에는 의지할 데 없는 아내들에게 쉽게 풀어 버린다. 이 외국인 여성들은 빈곤, 신분 불안, 성차별이 겹친 다중의 억압에 짓눌린다.


"내국인들끼리도 이혼율이 높은 판에 언어도 문화도 다른 국제결혼은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외국인 아내들은 남편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환상을 갖고 오고, 한국인 남편들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내를 강제하려고만 한다. 난립하는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국가 감시, 아내와 남편 양쪽에 대한 교육, 이중 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융화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주여성인권연대 김민정 상담원은 "당장 시급하게는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홀로 키우는 외국인 여성은 국적과 상관없이 그 아이와 함께 '모자복지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필리핀 사목센터 글렌 신부는 "국제결혼이야 개인들끼리 할지언정 그 가정들의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말한다.

/오수연 기자 (sixman@humanrigh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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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들

국제결혼 여성 80% "한국인과 다시 결혼 안 해"


 

결혼 여성이민자 국내 2년 거주하면 이혼해도 영주권

 

배곯는 국제결혼여성


동남아 외국여성 국제결혼시 신랑재력-가족 꼼꼼히 따져

 

국가가 구박하는 필리핀 신부

 

학대하려고 결혼하셨나요?

 

국제 위장결혼 알선 조직 무더기 적발

 

에이즈 이유 ‘혼인비자’ 발급 거부 미묘한 파장

 

팔려온 신부, 국제결혼여성

 

베트남 신부 성병

 

국제결혼 질병관리 더 사려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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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목록

 

국제결혼 6부작 - mbc

 

피디수첩 /632회(2005) - 우리 엄마는 필리핀

피디수첩 /537회(2003)- 국제 결혼의 덫에 걸린 여성들

 

시사매거진 2580 463회(2003) - 베트남 국제결혼 속전속결 ‘5박 6일’ 

 

추적 60분 2006.1.26 - 동남아 국제 결혼 10년, 코시안을 말한다.

추적 60분 2005.3.30 - 국제결혼 실태보고, 캄보디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KBS스페셜 2005.10.29 - 국제결혼 보고서, 나는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238회(2003) - 돌아오지 않는 신부들 - 국제결혼의 그늘


생방송 세븐데이즈 140회(2006/3) - 코리아의 영원한 이방, 아시아 이주여성

 

우리가 바꾸는 세상 18회(2006/3) - 옥천 한국어학당

 

김미화의 U 57회 (2006/2) - 한국인이 되고픈 코시안(이주여성 출연 대담)

 

생방송 모닝와이드 1823회 3부 (2005.3) - 국제결혼의 그늘

 

국제결혼 사이트에서 모아놓은 방송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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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그녀에게

일요일, 오후.

갈까말까를 한 백 번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출발.

커다란 빠알간색 보드 하나를 들고, 1시간이 넘는 지하철 거리를 가늠해 보며.

 

작업실에 앉아서 테잎을 본다.

내가 찍은 화면을 보는 게 왜 그렇게 부끄럽고 화끈거리는 일인지.

부끄럽거나 챙피해지면 가장 먼저 도망부터 쳤던 나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하고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건 나쁘구나, 혹은 저건 조금 더 찍을 걸,

뭐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뱅뱅, 헤엄쳐 다닌다.

오래 전에 찍었던 테잎을 보다가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이 있음에 어쩐지 흐뭇해 하기도 하면서.

하긴, 그래도 또 까먹고 마는 것이 나이기도 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머리 끝까지 있다가도

천성인 게으름과 건망증이 자꾸만 내 욕심을 무너뜨린다.

그래도 다시 또 잘하려고 욕심내야지.

 

+) 언니가 여기 써 놓은 글을 이제사 봤지 뭐에요.

이번 작업에 관한 언니의 단상들도 이 곳에 복사해 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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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에게

요즘 힘들지?

프리뷰 하느라고...

의미 없는 일 처럼 느껴져도 정말 중요한 일이야.

후반 작업, 아니 제작 과정 중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프리뷰 작업이 아닐까혀.

난 가끔 강좌를 할 때 작업하면서 프리뷰 안하는 것은 '나쁜짓'이라고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해.

 

프리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뭐가 빠졌는지 다시 따져 보면서 반성할 수 있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데도 중요한 바탕이 되는 거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촬영할 때 못 봤던 것을 볼 수 있어.

그게 보물이지. 난 촬영할 때 A를 생각하면서 촬영했는데 다시 보니 거기에는 A보다 더 중요한 B가 있을 수 있거든. 그게 느낌일 수도 있고 말일 수도 있고 행동일 수도 있어.

결국 프리뷰는 또다른 촬영이 되는 거 같아.

 

나의 프리뷰 애찬론이었어.

 

오늘 보니 이번에 촬영한 인터뷰는 카메라 워크가 좋더라.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좋았어. 이전 보다.

 

화이팅~~~그녀. 난 모리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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