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쇼핑 홍이라 부르리

  • 등록일
    2008/05/13 13:48
  • 수정일
    2008/05/13 13:48

한번에 쭉 쓰기에는 너무도 재밌고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많았기에

가끔 생각나면 떠올리려고 한다.

대련여행...

 

# 그대를 쇼핑 홍이라 부르리...

대련 시내의 이른바 짝퉁 쇼핑몰엘 갔다.

서울의 동대문 여느 쇼핑몰과 외관상 다름이 없으나

상표들이 다 어마어마한 명품들인 것이 다를 뿐,

샤넬, 구찌...

나이키를 나이스로, 아디다스를 아다디스로 살짝 살짝 바꾸었던

그 귀엽던 '양심'은 어디로 갔느냐...

진품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는 명품 그대로이다.

우선 붑의 신발을 사기 위해 사냥 시작.

우선 눈팅을 한다.

맘에 드는 건 우리끼리 가격을 정한다.

디가 홍에게 디스카운트 지령을 내린다.

홍이 깎기 시작한다.

흥정하는 동안 우리는 유유히 다른 물건들을 둘러본다.

돌아왔는데 아직 흥정이다.

홍에게 미안해진 나는 대략 이정도로 하자고 한다.

하지만 홍은 물러나지 않는다.

슬쩍 가는 척도 해본다.

그 능구렁이 같은 페이크는 늑대게임에서 익히 보아왔던 바다.

그의 중국어 학습 일수는 겨우 2개월,

하지만 그의 서바이벌 지수는 200을 훌쩍 넘는다.

결국 붑의 신발을 반값 이상 깎는다.

다음은 차를 사러 차 가게에 들른다.

디가 홍에게 이런 저런 차를 마셔보겠다며 지령을 내린다.

홍은 점원을 상대로 지령을 성실히 수행한다.

그리하여 다소 도도해 보이는 넉살녀 디와

기분좋게 가격을 깎는 굽실남 홍의 환상적 콤비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최상품 용정차를 손에 얻었다.

물론 모든 차의 맛을 보고 난 후.

만약 내가 혼자 쇼핑을 했더라면,

내가 적정한 가격이라고 여기는 선에서 그냥 합의를 봤으리라.

그러나 홍과 디는 깎을 수 있을 데까지 깎는다.

게다가 기분좋게 깎는다. 가게 주인이 인상찌프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디의 말로, 홍은 싸게 사는 대신 그 가게의 단골이 되어 준다고 한다.

내가 차라리 쇼핑 에이젼트를 차리라 했다.

어쨌든 이렇게 열라 재미있던 쇼핑은 여지껏 없었던 듯 하다.

미친 로봇이 같이 했었더라면

더 즐거웠을텐데 생각해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