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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일본 사회

삶이 절망적이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아르바이트만 한다는 이른바 '프리터'가 사실은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한다고 한다. 말이 좋아 프리터지, 단순 저임 시간제 노동자다. 체인형 게임센터나 식당의 관리자는 하루에 기껏 3-5시간 정도밖에 잠잘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일은 프리터말고는 아무도 하기 힘든 일이 됐다고 한다.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일본인들, 인간 관계가 단절된 일본인들, 그들도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이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나보다.

 

노숙자(홈리스)는 '호프리스', 희망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니, 정말 그렇다고 절감합니다. 그들은 “내가 지금 조금 노력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볼 수 없는 겁니다. 누군가 “병원에 가서 몸을 회복한 뒤에 다시 한번 시도해보면 어떤가요?”라고 하면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병원가면 뭐해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데요? 몸이 조금 더 나아져도 밖에 나가면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지도 않을거에요. 그러니 번잡스럽게 병원에 입원하러 왜 갑니까?”...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 종교로 귀결되곤 합니다. 그러나 내 느낌은, 문제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뿌리가 있다는 겁니다...

호프리스의 절반은 홈리스(노숙자)가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일본을 탈출해 해외 여행을 합니다. 수입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사실 그들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연결하는 선이 있어야 합니다...

'버블 초과 고용 세대'의 의사소통 능력이 극도로 줄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듯 한데, 저는 어른들이 놀랍게 한 데 뭉쳐서, 아이들만 지옥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관계가 약화하는 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요즘은 퇴직 연금을 받으면서 거리에 사는 나이든 노숙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퇴직 연금을 받으려면 등록된 주소가 있어야 합니다. 등록된 주소에 더는 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거나 어떻게 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외래 처치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이런 경우처럼 경제 환경이 전부가 아닙니다. 인간 관계가 큰 요소입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쓸 방이 필요해져서 이젠 내 공간이라곤 남은 게 없어요”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문제에 대해 거론하기 전에 지적할 것은, 요즘은 고교 졸업생 5명 가운데 1명만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지역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맥도널드에서 손님에게 인사할 때 어느 각도로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제 아무리 잘 습득해봐야, 할 수 있는 건 기껏 켄터키나 롯데리아로 옮겨가는 겁니다. 요즘 요리에 관한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가 그렇게 인기있는 이유는, 솜씨가 느는 게 가시적으로 보이고 그 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의 뒷면은, 자신이 사회에 유용하다는 걸 분명히 느끼고 알 수 있는 직업이 아주 드물다는 겁니다. 요리사나 카리스마 넘치는 미용사 같은 것들을 빼면 말입니다...

 

 

-- '희망이 없는 일본 사회에 내일이 있는가?', 가네코 마사루와 가네코 마사오미의 대담, <세카이> 710호, 2003년 2월호에서 인용.

2005/09/22 22:36 2005/09/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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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보 진영의 글을 번역해 공개하는 걸 주 목적으로 하지만 요즘은 잡글이 더 많습니다. mari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