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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로버트 피스크 (Robert Fisk)

<더 네이션> 2001년 10월1일

백명수(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님이 번역하신 글입니다.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오스만제국의 멸망, 밸푸어선언(the Balfour declaration),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거짓말(Lawrence of Arabia's lies), 아랍 봉기, 이스라엘 국가의 건설, 4번에 걸친 아랍-이스라엘 전쟁 그리고 34년동안의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아랍영토 점령, 이 모든 중동의 현대사 전체는, 억압당하고 경멸받고 있는 민족을 대변한다고 자임하는 사람들이 불운한 민족의 사악함과 잔혹함으로 맞받아침으로써 단 몇시간 내에 지워졌다. 지난번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야만 행위가 미국인의 소행임이 밝혀진 마당에,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증거도 없이 성급히 써내려 가는 것이 정당한지, 그리고 도덕적인가? 나는 이것이 두렵다. 미국은 전쟁 중에 있으며 내 판단이 잘못되지 않은 한 수 천명 혹은 그 이상이 이제 중동에서 죽을 차례다. 아마도 미국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 중 일부는 이미 "폭발이 올 것이다"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악몽을 결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는 바로,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떠오른다. 그의 돈과 신앙, 미국의 힘을 파괴시키겠다는 무서운 헌신이 생각난다. 나는 그의 바로 앞에 앉아서, 자신의 부하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소련 군대를 파괴하고 그래서 소련연방까지 파괴시키는 것을 어떻게 도왔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1998년 9월21일 내 글을 보라.) 그들의 무한한 자신감이, 미국에 전쟁을 선포하게 만들었다. 당분간 전세계는 이것이 민주주의 대 테러간의 전쟁임을 믿으라고 강요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사태는, 1996년 팔레스타인 가정에 미국 미사일을 날리고, 미국 헬리콥터가 레바논 구급차에 미사일을 쏜 것에 대한 것이다. 또 미국의 포탄이 콰나(Qana)라는 마을에 날아간 것에 대한 일이며,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의 돈을 받아 군복을 입은 레바논 민병대가 피난민 캠프에서 난도질하고 강간하고 살인을 저지른 일에 관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완전하고 믿을 수 없는 흉보임에 틀림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학살을 축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절망의 상징일 뿐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미성숙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적군 이스라엘을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고발했는지를 깨닫지 못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스라엘의 부적절한 행동을 고발해왔음을 잊은 것이다. 여러 해 동안의 그 모든 수사를, 미국의 심장을 공격하고 "미국이라는 뱀"(the American snake)의 머리를 베어버리겠다는 그 모든 약속을 우리는 공허한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도대체 어떻게 퇴행적이고 보수적이며, 비민주적이고, 타락한 그룹의 정권이, 그리고 소규모의 폭력적인 조직들이 그러한 터무니없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안다.

 

9월11일 괴멸 이후 몇시간안에, 나는 어제의 사건에 비하면 이제는 사고한 것에 불과한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다른 엄청난 공격들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1983년 10월23일 베이루트에서 239명의 미군을 죽이고 58명의 프랑스 낙하산병을 죽인 자살폭파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았나?

 

미 해병대에 대한 폭탄 공격과 3마일 떨어진 곳의 프랑스에 대한 공격은 단지 7초 간격으로 이뤄졌다. 그리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아덴(Aden)에서 미군 전함 '유에스에스 콜'(USS Cole) 침몰 시도가 거의 성공할 뻔했었다. 게다가 우리는 중동의 새로운 무기에 대해 너무 싶게 놓치고 만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서방인들도 맞설 수 없는 무기, 곧 절망에 몰린 필사적인 자살폭탄이라는 무기를 말이다.

 

이 불바다 뒤에 놓여있는 역사적 잘못들과 부정을 모호하게 감추려는 부도덕한 시도가 피할 수 없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어리석은(mindless) 테러리즘"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3개의 위대한 종교가 탄생한 영토에서 미국이 얼마나 미움을 받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이 "어리석은"이라는 말은 핵심적인 구절일 것이다.

 

아랍인들에게 수 천명의 무고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라. 제대로 된 사람이 보통 그렇듯이 그 사람도 그것은 말할 수 없는 범죄라고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문할 것이다. 우리는 왜 이라크에서 5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의 목숨을 파괴하는 봉쇄 조처에 대해서는 범죄라는 말을 쓰지 않았는지, 또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1만7500명의 시민이 죽은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 중동이 포화에 휘말려 들어간 근본적인 이유 곧 이스라엘의 아랍 영토 점령, 팔레스타인을 몰아낸 것, 국가가 지원하는 폭격과 처형 등 이 모든 (과거의) 일들은, 지난 9월 11일 대량 학살의 이유를 보여주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되지 못한다면 그냥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아니, 이스라엘은 비난받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과 다른 그로테스크한 독재자들이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역사의 해로운 영향과 그 가운데 우리가 떠안아야 할 책임은 분명 자살 폭파범과 함께 역사의 그늘 속에 나란히 배치되어야 한다. 아마도 우리의 오스만제국 파괴와 함께, 우리의 약속 위반이 이러한 비극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전쟁 자금을 지원해왔다. 너무 오랫동안이어서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물론 미국은 "세계 테러"에 반격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사실, 경멸적이며, 때때로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기도 하는 "테러리즘"이라는 말을 쓴다고 미국에 손가락질 할 이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나는 왜 그렇게 많은 회교도들이 서방을 미워하게 되었는지를 해명하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는 지금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회교도들을 기억한다. 미국이 만든 폭탄과 무기 때문에 가족들이 불타버린 이들을 말이다. 그들은 신이 아닌 그 누구도 그들을 도울 수 없는지 이야기했었다. 신앙 대 기술, 자살폭파범 대 핵무기, 우리는 이제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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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피스크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언론계에 들어와 1976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언론사의 중동 특파원을 하고 있는 중동 전문 기자입니다. 현재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턴트의 중동 지역 특파원입니다.

 

원문: www.thenation.com/doc.mhtml?i=20011001&s=fisk

번역: 백명수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2004/07/11 15:55 2004/07/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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