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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행위는 미국에 큰 희생을 부르는 군사 모험을 도발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로버트 피스크 (Robert Fisk)

제트네트(ZNet) 2001년 9월12일

 

 

 

 

난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미국에서 벌어진 참사 소식을 어떻게 접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모두 합쳐 5시간동안 나는 수단과 아프카니스탄의 광활한 산속에서 그가 미국의 붕괴가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와 그의 아프카니스탄 동지들이 (소련의) 적군 붕괴를 거든 직후의 일이다.

 

그는 방 구석에 앉아 위성 텔레비전 방송을 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미시왁 막대기(mishwak stick)로 이를 닦으면서 말이다. 말하기 전에 잠시 생각하면서.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생각하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는 몇 안되는 아랍인이다. 한번은 내게, 소말리아에서 자기 휘하의 사람들이 미국인들을 공격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리야드 미군기지에 폭탄을 던져서 사형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인 두명을 개인적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그가 어제 미국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의 배후인물일 수 있을까?

 

물론 이쯤에서 건강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해야겠다. 만약 빈 라덴씨 소행이라고들 말하는 그 모든 일이 정말 그의 책임이 되려면, 그는 휘하에 군인 1만명을 둬야한다. 유혈 사태만 났다하면 요즘 가장 혐오하는 인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이 세계의 버릇은 정말 우려스럽다. 이번처럼 중대한 일이 벌어지면, 그동안 지속적으로 미국을 위협해온 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새로운 정당성을 얻게 된다.

 

빈 라덴씨는 아프카스탄 전쟁 기간중에 일종의 종교적 경험을 했다. 러시아군의 포탄이 그의 발에 떨어졌고 그것이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단 몇초동안 그는 갑작스레 종교적인 평온감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바랄만한 일의 정반대로, 포탄은 폭발하지 않았다. 그는 입만 열면 미국이 걸프 지역에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봉쇄조처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또 이스라엘을 이용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항상 하는 이야기다. 의심의 여지 없이, 또 중동의 복잡한 현실을 고려한 주저함도 없이 말이다. 그는 반제국주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전쟁을 하고 있다. 그가 아라비아를 지배했다면, 교수형이 지금보다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늘었을 것이고, 가혹한 처벌이 더 많으며 서구식 민주주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를 지지하는 알제리아, 쿠웨이트, 이집트, 걸프지역 아랍인들은 메시아의 말씀을 듣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으로 그의 텐트에 모였을 것이다. 나는 아프카니스탄 산악지대 캠프에서 어느날 밤 그 지지자들을 봤다. 그 날은 너무 추워서 자다가 깨어보니 내 머리칼에 얼음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빈 라덴에게 아주 순종했는데, 그건 어린 아이들의 순종이 아니라 단호히 결심한 이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충성이었다. 그들이 듣는 말은 무서운 암시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미군 목표물 뿐 아니라 미국 민간인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그런 사람이다. "깡패 국가"(rogue states)에 맞설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지만 국내선 항공기로 미국의 경제, 군사력의 핵심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막지 못하는 무서운 아이러니를 고맙게 생각할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빈 라덴씨가 내 가방에 든 신문 뭉치를 꺼내 들던 날 밤도 기억한다. 텐트 구석에 앉아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타는 기름 램프 아래서 신문을 한 장, 한 장 차례대로 읽었다.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이란 외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내용을 크게 읽기도 했다. 미국이 자신의 목에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는 말을 듣고 웃던 이 사람이 정말 미국에 타격을 가한 사람일까? 빈 라덴씨를 "세계 테러"의 얼굴로 만든 이가 바로 미국이 아닐까? 그가 그렇게 막강하고 치명적일까?

 

만약, 우린 계속 이 만약이라는 말을 반복해야 하는데, 어제의 파괴 행위에 중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면, 중동의 또 누가 세계의 유일 초강국에 엄밀하게 시간을 맞춘 공격을 강행할 수 있을까? 오합지졸인데다 부패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단체들은 비행기 납치를 즐겨 시도했지만, 단 한건의 자살 폭탄를 시도할 능력도 없을 것같다. 하마스(Hamas)와 이슬람 지하드(Islamic Jihad)는 이번 공격을 할 능력도 돈도 없다. 아마도 1980년대에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가 순수한 저항 운동 조직이 되기 전에 헤즈볼라에 접근했던 오래된 위성 그룹들은 이번 일을 계획할 수는 있을 것이다. 1983년 미 해군에 대한 폭탄 공격은 정확성과 적확하고 세밀한 계획이 요구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그룹들을 지원했던 이란은 그 이후 분명히 변화했고, 사라진 지 오래된 종교혁명 "수출" 야망보다는 내부 투쟁에 더 몰두하고 있다. 이라크는 완전히 파괴됐다. 이라크 정보기관들은 1991년 기습공격으로 자신들을 파괴시킨 나라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국민을 고문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몇일 동안 아프카니스탄 산악지대를 위성과 고공비행 첩보기들이 촬영할 것이고 빈 라덴씨의 오래된 훈련소와 새 훈련소가 펜타곤의 프로젝터에 표시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건가? 미국이 지난번 빈 라덴씨를 폭격하려고 했을 때 한 일은, 수단의 무고한 제약 공장과 아프카니스탄의 빈 라덴 지지자들을 파괴한 것이었다. 이번 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갑부와 부시 대통령의 미국간의 전쟁이라면 다른 전쟁처럼 싸울 수는 없다. 실로, 큰 대가를 치르는 해외 군사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 전쟁을 펼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이야말로 빈 라덴씨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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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피스크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언론계에 들어와 1976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언론사의 중동 특파원을 하고 있는 중동 전문 기자입니다. 현재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턴트의 중동 지역 특파원입니다.

 

원문: www.zmag.org/fiskcalam.htm

번역: 신기섭

2004/07/11 15:57 2004/07/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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