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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중동

이그나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0년 11월호

원 제목 = (Middle East in freefal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책임자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첫째 정의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을 할 것, 둘째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양보도 할 것이라는 착각을 버릴 것, 셋째 팔레스타인이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글은 스웨덴에서 공부하시는 이유진님께서 번역해주셨습니다. 영어 번역본과 스웨덴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다시 옮긴 것입니다.


 

 

거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6월에는 팔레스타인와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중동 평화를 거의 이룬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들 - 영토 반환, 동 예루살렘과 난민 문제 - 에서도 역사적 합의가 정점에 달하는 것 같았다. 필히 이는 양보를 뜻했다. -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쪽에게 더욱 큰 양보를 - 이 양보에 대해 양쪽 강경론자들은 즉각 수용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심지어 신성모독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불완전하긴 해도 협정 초안은 평화를 향한 진정한 진전의 시작으로 보였다. 50년 이상 지속된 전쟁 끝에 이 지역에서 폭력을 종식시킴으로써 이 진전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안보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이에 못지않게 합법적인 주권국가에서 살 권리를 인정하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중동지역에 경제 및 사회 발전에 힘 쓸 기회를 주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9월말부터 이런 선순환은 중동 전체를 화염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살인적인 폭력의 악순환으로 급변했다.

 

거의 평화에 다다랐으면서, 왜 지금 그렇게 갑자기 전쟁 상태로 돌아간 것인가? 지난 7월 야세르 아라파트(Yasser Arafat)와 에후드 바락(Ehud Barak) 사이에서 이루어진 캠프 데이비드 협상에서, 이스라엘 당국의 반복되는 폭력에 분노하고 굴욕에 격분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압력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더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특히, 팔레스타인쪽이 나중에 수도로 삼으려는 동 예루살렘 관련 문제에 대해서 그랬다. 팔레스타인쪽은, 국제연합 결의안 242조가 이스라엘에 대해 1967년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그래서 이 전쟁중에 장악한 동예루살렘을 돌려주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국제법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동 예루살렘에는 세 유일신교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 의 성지가 있는 구시가지 전체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쪽은 동 예루살렘의 유대인 구역과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에게 넘길 용의가 있었다.

 

에후드 바락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서 나뉘지 않고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는 이스라엘 국민들 일부의 희망을 자신이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루살렘의 분할에 동의하지 않으려 했다. 이슬람 신도들과 이슬람 국가들이 부여한 성지를 아랍의 보호 아래 지킬 의무를 지고있음을 잘 아는 아라파트 역시 물러설 수 없었다.

 

명백하게 정치적이지만, 강력한 종교적 배후가 깔려있는 문제에 대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이 상황은 협상의 결렬을 초래했다. 이 결렬은 양쪽 강경론자들이 승리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그들은 대결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았다. 바락은, 사원산에서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알 쿠드스(Al-Quds, 예루살렘의 아랍어 이름)라는 이름의 팔레스타인 수도를 세우고 이 도시를 팔레스타인의 (주권이 아닌) 보호 아래 두는 마지막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제안은 폭력의 악순환을 막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그 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천 여명의 무장 경찰을 대동한 아리엘 샤론(Ariel Sharon)의 도발적인 알아크사 컴플레스(al-Aqsa complex) 방문,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항의, 이스라엘의 도를 넘은 잔인한 진압, 총탄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라말라에서 벌어진 두 이스라엘 병사에 대한 끔찍한 폭력행위, 나사렛과 그 밖의 지역에 거주하는 아랍계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살인적인 기습공격 등등. 반인간적인 행위들이 널리 자행되고 있다. 이는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인종-종교 분쟁으로 향하는 정치적 퇴보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양쪽의 광란자들은 사이프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종 청소"나 "인민의 분리"를 외친다.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절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다수가 평화 협정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공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평화 협정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 못지않게 강하다. (내놓고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정의의 뜻을 이해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두쪽이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요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는 식민통치자와 피식민통치자가 모두 있는 고전적 개념의 식민지이다. 이스라엘 정치가들은 포스트 시오니즘의 도전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듯하며, 상상력, 배짱과 인간애가 부족한 듯 보인다. 그들이 꼭 해야 될 조처를 할 용기를 얻게 될까? 우선, 중무장한 극우파 광란자들이 대개 불법적으로 조성한 가자 지구의 정착촌을 없애라. 둘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온갖 어려움 때문에 무엇이든지 양보할 것이라는 환상을 포기하라. 셋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다루고 있는 요르단 서안과 가자 지구의 점령 상태는 유태인 국가의 생존을 스스로 망치고 있는 일임을 인정하라. 지리적 현실과 미래의 요구는, 이 두 민족에게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것 외에 어떤 선택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고 있다.

 

 

영어로 번역 : 에드 에머리 (Ed Emery)

원문: mondediplo.com/2000/11/01leader

영어판과 스웨덴어판을 한글로 번역 : 이유진

2004/07/15 18:00 2004/07/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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