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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놀고 있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혼나고 있는 이영훈이라는 교수가 이런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는군요. (http://armarius.net/bbs.html 게시물 579에서 인용합니다.)

 

역사의 진정한 청산이 무엇인지 외국의 사례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사회로부터 자발적인 참여라든가 자발적이 고백에 기초하지 않으면 진정한 역사청산은 없어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적극 협력한 자''라고 해서 동원에 참여하거나 이들을 관리한 업소주인들을 찾아내서 하겠다는 것인데 이 범죄에 대해 자발적인 자기고백이 없는 상태입니다. 법률에 의해 국가가 특정인을 경계 지우고 죄인으로 몰아 나머지를 역사의 원죄로부터 면죄시키는 효과가 발생하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겁니다.예를 들어 내가 일본 도서관에서 일본 위안부에 대해 큰 일본학자들이 조사한 많은 자료집을 보았는데 거기는 말하자면 재야사학이라는 사학자들이 참여되어 있는데 2000점 이상의 자기 고백들이 있어요. 일본군에 종사할 때 그 업소를 드나들었다고 하는. 자기고백과 여러 회고록들이 있는데 일본 전체가 반성하는 차원에서 전쟁 범죄를 소화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1939년 일제 징용령이 발동해서 약 11만명의 군이 일본군에 참전했는데 그 중에 다수의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대체로 (위안소에) 갔다왔으며 많이 이용했는데 누가 이 고백을 한 적이 있나. 그런데 몇 사람 추려서 범죄자라고 한다면 그게 어떤 의미의 진정한 역사청산이겠는가. 학자 입장에서 볼 때 역사의 진정한 청산을 이런 식으로 법률적으로 구획짓기, 경계짓기, 사회 추방하기로 되어서는 결코 용납할수 없는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어떤 연구자가 한국전쟁 때 위안소가 있었다는 걸 증명했는데 한국군대가 일본군대를 배워와서 한국전쟁 때 그런 일을 했다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이에 대해 한국사회는 조용하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느것입니다. 그러고 그 뒤에 대한민국 정부의 합법적인 지원 하에서 미군들의 위안부가 수십만 명이 있었고 그럼 점에 대해 하등의 자기성찰적인 반성이 없이 오늘날 제기되는, 정략적으로 제기된 과거사 청산을 법률적인 문제로 경계짓기를 통해 해결한다는 자체가 연구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청산이 아니죠. 정치인을 택하기 전에 역사 연구자들이 사회 성찰적인 고백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정치권을 끌어들여서 정치적으로 청산한다는 것만이 진정한 청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과연 그 방법 밖에 없단말입니까.

 

저 교수의 이 발언을 놓고 어떤 이들은, 원론적으로는 맞지 않느냐거나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런 말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저 사람이 친일 문제를 논하는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서, 기지촌 매춘 여성과 같은 선상에서 저런 발언했다는 상황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고백이 필요하고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의미가 있으려면 수많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일제가 조선인들을 위안소로, 사할린 탄광으로, 이름도 모르는 저 남쪽 섬나라로 마구 끌고 가서 짐승 취급한 역사가 분명히 밝혀져야 합니다.

둘째, 이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피해자들의 명예 훼손과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넷째, 조선인들을 일제에 가져다 바친 식민지 관료, 소설가, 시인, 언론인 등 잘난 조선인 지식인들의 행태를 명백히 밝히고 합당한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 뒤에야, 돈벌기를 위해 위안소 운영에 개입한 조선 민간인, 징용 가서 같은 조선 처녀의 몸을 배설구로 이용한 조선 청년들의 문제, 그리고 돈벌려고 '자발적으로' 위안소로 간 조선 처녀들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조건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을 뻔히 아는 저 교수가 저런 발언을 하는 건, 무지한 탓이거나 사기를 치려는 것이라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에 보면 '2000점 이상의 자기 고백들이 있어요. 일본군에 종사할 때 그 업소를 드나들었다고 하는. 자기고백과 여러 회고록들이 있는데 일본 전체가 반성하는 차원에서 전쟁 범죄를 소화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저 교수의 파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2000명이 자기 고백을 한 걸 가지고 일본 전체가 반성한다니, 전쟁 범죄를 소화하고 극복한다니...

 

저 교수님은 일제 시대는 잘 아는지 모르지만, 전후부터 지금까지의 일본은 전혀 모르는 것같습니다. 지금 일본 전체가 그 시대를 반성하고 극복해가고 있습니까? 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입니다. 국가, 체제, 체제에 기생한 지식인들을 그대로 놔둔 채 개인의 차원에서 2000명이 고백하고 반성해서 '자신의 실존적 무게'만 덜어버렸으니, 지금의 일본이 저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나치 문제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청산하지 말고 학문적으로 복원하자는 주장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제 이 땅의 학자들이 일제시대를 복원하고 정확하게 기록할 의지를 보였습니까? 해방된 지 60년이 되도록 제대로 일제 시대를 기록한 연구결과가 있습니까? 대학에서 편안하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안하니까, 답답해서 민족문제연구소 같은 재야 연구자들이 나섰고 그나마 돈이 없어 제대로 되지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학에서 친일 연구 조금 하다가는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 짝 나고요. 상황이 이런데, 정치인들은 건드리지 말고 학자들에게 맡기라고요? 학자들이 우선 해야 할 것은, 자신들이 임무를 게을리한 탓에 무식한 정치인들이 나선 현실을 반성하는 것입니다.

 

입 있는 자들이 침묵하니 돌들이 외치는 겁니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비극입니다. 돌들이 외치기 전에 입있는 자들이 입을 열어야 하고, 귀 있는 자들은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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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armarius.net 게시판에 올린 글을 '술 취한 채' 약간 수정한 겁니다. 술 냄새 풍기더라도 너그러히 넘어가주시길...

2004/09/07 20:57 2004/09/07 20:57
댓글1 댓글
  1. hi 2004/09/20 23:27

    ㅋㅋㅋ 이영훈교순가요? 이 사람때문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사실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헤프닝이 아닌가 해요. 지가 그렇게 학문적으로 복원하고 싶으면 연구소 차려서 지가 하라고 하면 되죠. 아무도 안말리니까. 한동안 이 문제로 난리가 났던데, 저는 그 사람 중의 누구 하나 꼬우면 니가 해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못봤어요. 니는 니대로 해봐, 국가차원에서 하는 건 그거대로 하게 두고. 나중에 니 연구논문 국가연군논문 갖다 놓고 함 붙어보면 될 거 아녀??? 이게 제 생각이었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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