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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자신있게 물건사기

* 이 글은 님의 [용산에서 여자만나기]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용산에 혼자 오는 여성들이 별로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자주 용산에 갔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하던 일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성이라... 용산에 여성들이 가지 않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바가지를 쓰거나 엉뚱한 제품을 잘못해서 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닐까? 그래서 용산에서 자신있게 물건 사는 나만의 비법(?)을 공개한다. 비법이 아니면 말고...

 

1. 다나와(www.danawa.co.kr) 같은 제품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여러 업체 제품들을 비교한 뒤 살 물건을 딱 하나만 확실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최저가격과 살 물건의 모델명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2. 용산의 많은 상점 가운데 중간 이상 규모의 크기이지만 내부가 너무 화려하지 않은 상점에 들어간다. 규모가 작거나 너무 화려한 곳은 웬지 믿음이 안간다. 상점 앞에 노점처럼 놓고 파는 곳에서는 절대 사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사도 되는 건, 정품 프린터잉크같은 정도다. 어차피 품질 차이나 불량이 별로 없는 것들이다.

 

3. 사고자 하는 모델명을 빠르게 말하면서 값을 물어본다. 더듬더듬 말하면 안된다. (모델명을 확실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 게 이 때문이다.) 더듬거리거나 부정확하면,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으로 얕보이기 십상이다.

 

4. 저쪽에서 말하는 가격이 다나와 최저가와 비교해서 턱없이 비싸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바로 나온다. 가격이 최저가에서 최저가+5%까지의 범위이고, 상점 주인이나 점원이 비교적 친절한 태도를 보인다면 한 두푼 아끼려고 하지 말고 산다. 다만 한번쯤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최대한 뻔뻔한 표정으로 “차비라도 빼달라”고 조른다. 분위기를 봐서 어려울 것같으면 적당히 포기한다. 너무 싸게 사려고 욕심내다가 속아서 사는 것보다는 낫다.

 

5. “그 제품보다 이게 더 좋은 최신 제품이에요.” 등등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애초 사려던 것 대신 다른 걸 사면 절대로 안된다. 성능이 나쁜 것을 사거나 바가지 쓸 위험이 농후하다. 찾는 물건이 없다는 말도 전적으로 믿으면 안된다. 믿음이 안가는 사람이면 바로 나와서 다른 상점으로 가고, 믿을만해 보이는 사람이면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럼 웬만하면 어딘가에 전화해서 구해준다. (물론 단종된 제품은 예외지만...)

 

6. 물건을 산 뒤에는 다른 상점 기웃거리지 않고 바로 온다. 다른 상점에서 더 싸게 파는 걸 확인하면, 새로 산 제품 포장 뜯기 전부터 기분 상하고 그 제품은 정나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 참고로 마우스를 산 실제 경험을 하나 소개한다. 광 마우스가 필요해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니 대략 3만5천원이었다. 제품명과 가격을 확실히 기억하고 한 가게에 들어갔더니 4만5천원을 불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잣말로 “왜 이렇게 비싸”하며 나왔다. 좀더 작은 가게로 갔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역시 값을 물으니 4만5천원이란다. 이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최저가와 이렇게 차이나는 가격을 두곳이 똑같이 부르는 일은 드믈다. 이제는 솔직해지는 작전을 썼다. 아주머니에게 인터넷에서는 3만5천원인데, 어찌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하니, “그래요? 그래서 값만 물어보고 그냥들 갔구나...” 하더니 잠깐 기다리란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이 마우스 값이 많이 내렸다는데 어찌된 거냐”고 한다. 전화를 끊고는 저쪽(공급 대리점쯤으로 추측)에서 그 사이에 가격이 내렸다고 했다며 내가 부른 가격으로 가져가란다. 지체없이 사서는 그 가게를 나왔다. (그 마우스, 지금도 잘 쓰고 있다^^)

2004/10/05 13:59 2004/10/05 13:59
6 댓글
  1. 현근 2004/10/05 15:32

    저는 최저가로 떠있는 가게에 전화해서 재고 있는지 확인하고 위치적어가서 사온답니다...이게 제일 확실하더군요...그리고 전화하고 가면 미리 물건 가져다 놓기 때문에 안기다리고 바로 사올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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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shin 2004/10/05 16:12

    현근님 맞아요. 그게 최고의 방법입니다. 제가 이거 쓰고 나서 왜 나는 최저가인 가게에 전화를 안할까를 생각해봤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귀찮아서 일까... 아니면 최저가는 못믿겠다는 건가.. 답은 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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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algun 2004/10/05 21:48

    2년전에 컴터를 사기위해서 3일간 공부를 하고 용산으로 향했지요.
    하드웨어에 대한 용어공부, 온갖 벤치 마크 사이트와 텀즈와 같은 용어해설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조립할 부품들의 궁합을 맞춰보고 말씀하신 다나와 사이트에서 가격비교를 한후 사러 갔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니, 견적을 뽑는 아저씨가 "공대생이에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 잘사고, 잘 조립해서 여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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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algun 2004/10/05 21:53

    견적을 뽑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들인데, 그사람들한테 구매자가 여성이라는 것은 이미 얕보이는 일인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런 말투와 태도를 느낄수 있죠. 그래서 질문을 하면서 정보를 얻는것이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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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dalgun 2004/10/05 21:53

    용산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남성들은 서로 이렇게 저렇게 묻고 답하면서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얻는것 같은데 여성들 사이에서는 일단 정보 유통이 되고 있지 않고, 남성들에게 질문하는 경우 비웃음을 사거나, 과잉친절을 발휘해서 문제를 대신 해결주곤했던거 같아요.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지만요.. :)
    마리신님의 TIP은 절대 동감이에요. 절대 더듬거리거나 틈을 보여선안되는 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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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arishin 2004/10/05 23:49

    달군님, 저도 용산 갈 때는 단단히 준비하고 가는데, 여성들은 오죽할까요. 짐작이 됩니다. 특히 여성들은 틈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데, 그러니 여성으로 사는 건 정말 힘들어요. 남성에 비해 갖추고 신경써야할 게 훨씬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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