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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가 '국가비상사태'?

 정부와 여당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은 특별법을 마련하면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경호특별법)'은 경호안전통제단의 단장으로 대통령 경호처장이 경호안전지역을 설정해 검문검색, 출입통제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고, 집회와 시위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골자다. 

경호처장 '필요에 따라' 집회 시위 금지 자의적으로 해석 전권 행사

특히 경호특별법에서는 행정기관 등의 장에게 경호안전업무의 지원 및 인력동원에 관해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했는데, 정부는 '협조 요청 대상에 군이 포함될 수 있다'(최찬묵 대통령 경호처 차장)는 입장을 밝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경호특별법이 비록 한시법(9월 1일~11월 15일)이긴 하지만 충분히 형사법과 집시법을 통해서라도 불법집회와 시위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우선, 경호특별법은 경호처장이 경호안전상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권한을 전권 행사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경호특별법 제8조를 살펴보면, 경호처장이 경호안전구역 안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교통소통, 질서유지 등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호처장의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호안전구역 안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경호처장이 집시법상 허용될 수 있는 집회의 요건을 무시하고서라도 '필요에 따라' 집회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관할 경찰서장이 집시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집회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집시법을 무시하더라도 경호처장의 필요에 따라 집회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미 집시법에는 폭력이 예상되는 집회,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집회에 대해서는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경호특별법 제8조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있어 위헌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경찰특공대 전술평가대회

G20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경찰특공대 전술평가대회ⓒ 민중의소리



G20 정상회의가 국가비상사태?

경호특별법은 또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으면서 사실상 계엄령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히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는 "헌법상 군을 동원할 수 있는 요건은 비상 계엄을 선포할 경우에 가능한데, 경호특별법이 계엄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헌법 제77조 제1항을 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임 교수는 "G20 정상회의에서 경호 안전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과연 군을 동원할 정도로 국가 비상 사태인지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달만에 뚝딱...집시법 개정못하자 편법으로

경호특별법의 제정 과정도 논란이 크다. 경호특별법은 정부 발의 가 아닌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마련됐고,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하고, 자구 수정을 하는 법사위까지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윤지혜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법안자체가 사회적 합의없이 한달만에 나왔다. 정부 입법으로는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어 의원들의 청부 입법을 통해 급작스럽게 통과를 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통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입법 예고→법제처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G20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 G20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 청와대



헌법 불일치 판결을 받은 야간옥회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집시법을 개정하지 못하자 경호특별법이라는 '편법'을 통해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조진형 의원 발의로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한 집시법 개정안을 내놨다.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은 야간집회금지 조항은 집시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오는 7월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조 의원의 개정안은 처리되지 못했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오는 7월까지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사실상 집시법 개정안이 물건너가자 경호특별법을 통해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 여당도 G20 정상회의에서 불법집회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집시법 개정안을 해야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관련 "경호특별법과 집시법 개정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아무래도 야간옥회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초석 다지나

특히 경호특별법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도 크다. 테러방지법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른바 '국정원 권한강화법'으로 불릴 정도로 '테러 위험'을 들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법안으로 지적받아 왔다. 테러방지법 조항에는 '감청'과 '계좌추적' 등 국내법률로는 상당히 제한돼 있는 활동을 테러 위험으로 부터 보호한다는 이름아래 허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법안이 테러방지법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호특별법 '국가중요시설 등에 대한 테러예방대책' 제9조를 보면 "국가정보원장은 통제단장과 협의를 거쳐 테러의 위험이 있는 국가중요시설과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보안 및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며 국가정보원의 권한 강화를 명시해놓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천안함 사고로 안보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맞물려 비록 한시법이라고 할지라도 경호지역 내에서 검문검색을 하고 차량 통제하는 등 이런 부분들이 효과를 낸다면 경호특별법을 가교 역할로 해서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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