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분과회의에 참석했다가 어느 학부모(겸 단체장)의 불만을 듣고
여러생각이 들어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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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일학교가 재미 없어서 가기 싫다고 해요. 재밌게 해주세요."
"주일학교 캠프가 지겹다고 해요. 뭐 재밌는 거 하면 안되나요?"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듣는 부모님들의 투정(?)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무엇이든 재미가 없으면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재미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미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말초적인 자극에 의한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열정에서 비롯되는 재미이다.
전자의 경우 놀이기구를 탈 때나 혹은 tv 오락 프로그램을 볼 때 생기는 재미이다.
이는 순간적인 만족도가 매우 크다. 하지만 지속성이나 깊이 혹은

교육적인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후자는 취미생활을 하거나 무엇에 집중할 때 생기는 재미이다.

이때는 순간적인 재미보다는 장기적인 만족도가 더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 있어 하나의 경험이자 삶의 원동력이 된다.
 또다른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전자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지만,

후자는 그것을 찾아내고 느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성취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후자의 재미를 더 값진 것으로 평가하고 교육한다.
그래서 주일학교 교육에도 재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사목부 연수의 첫 프로그램에서

'적극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앞에서 인용한 어느 부모의 투정은 그런 재미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말하는 재미는 전자의 재미이다. 그래서 주일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서바이벌 게임장에 다녀오라고 권유한다.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재미를 위하여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주일학교의 목적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함에 있다.

다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재미라는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단 여기에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재미의 종류이다.

우리는 재미라는 요소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라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말초적이고 수동적인 재미보다는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재미를 교리교육에 접목시키려 한다.

즉 일반 사회단체나 학교에서와는 다른 교육내용과 방법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를 우리 교사는 물론,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그래서 무한 경쟁이라는 사회적인 가르침과 완전히 다른,

공동체를 위한 상호 존중의 그리스도 영성교육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단기적이고 말초적인 재미를 교리교육에 도입할 경우

그 교육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그 이후의 교육 또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그 재미는 보통 반그리스도적인 가치를 지니며,

또 더 큰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일학교에서 청소년을 데리고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고 치자.

과연 이 게임 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겠는가?

상대를 공격하고 죽여야만 내가 사는 게임을 통해 뭘 가르치라는 것인지???

그리고 그 곳을 다녀온 후 또 무엇으로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것이가?


 글이 길어지면 읽기 힘들어지니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마치겠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복음적인 가치를 철저히 연구하고 묵상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육내용을 발견,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순수 봉사직으로 이루어지는 교사들로는 소화하기 힘들다.
 또 다른 하나는 기존 사회의 것 중 복음적인 가치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개량하여 교리교육에 접목하는 것으로 보통 이것을 우리는 많이 활용한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영성이다.

재미는 그 영성을 위한 양념일 뿐이다.
복음적인 가치의 유무를 우리는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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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0 02:16 2005/07/20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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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력적인 알이  2005/07/20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