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1/09 00:35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원작이 너무 좋았더랬다. 책이 재미있으면 영화는 영 실망스러운 법...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다만 임상수가 원작의 무게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지가 궁금했다.

 

임상수의 '오래된 정원'은 한윤희의 이야기이다. 시대의 무거움에 여러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밟히는 와중에 '시대'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자신이 살길을 찾아갔던, 하지만 자기의 삶을 스치고 지나는 인연과 관계들 때문에 본인도 시대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녀 '한윤희'의 이야기이다. (사실 연기도 지진희는 별루 였다. 염정아만 기억에 남는다는... ㅡ.,ㅡ:;)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시체로 가득찬 체육관을 보여주는 광주 혁명, 연행되어 옥상을 걷다 떨어져 죽어도 그저 백골단의 헬멧한번 치면 되고 그렇게 떨어져 죽은 학생의 심장을 의사가 허망하게 몇번 쳐보고 마는 건대사태(난 맨처음에 연대사태인줄 알았다. 근데 시대를 생각해보니 건대사태가 맞을것 같았다는... ㅠㅠ)를 생각나게 하는 학생들의 점거농성, 이용석 열사의 분신현장을 생각나게 하던 학출로 현장에 투신한 깜장콩의 분신장면까지... 정말 가슴 곳곳이 쑤시고 아프다.

 

80년부터 86년정도를 보여주는 디테일과 에피소드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느끼게해 가슴 이곳 저곳이 아프다. 여전히 현실은 살아 있는데 그 때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분노와 울분이 적은 이유가 무언지도 궁금했다.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하고 현학적인 말만 하는 애들도 여전하고 끊임없이 어딘가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한데.... 현상은 여전한데 사람들은, 그리고 그 관계들은 어디로 간걸까?

 

그런 시대에서 윤희는 광주를 품은 현우를, 분신한 먹물 깜장콩을 그리고 조직의 지령에 따라 구속투쟁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영작이를 품는다. 깜장콩의 분신에 괴로워하는 영작이를 받이들인 윤희는 불현듯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한다. '그 아이는 나중에 유명한 인권변호사가 되었어요.'라고...

 

현우가 간첩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7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한국은 광주혁명을 같이 겪은 친구들은 '혁명은 짧고 역사는 길다'며 한자리씩들을 차지하고 있고 미안하기만 했던 어머니는 천만원이 넘을 정도의 옷을 선뜻 사주는 복부인이 되어 있다.

 

아마도, '오래된 정원'의 영작이는 '바람난 가족'의 영작이의 과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뜨거웠던 80년대 중반 학번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 앞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결혼을 못한채 엄마가 된 딸과 그녀의 엄마가 같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이 장면...

정말 아리면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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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00:35 2007/01/0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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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엠 2007/01/09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 싶었는데....이 글 보니 정말 봐야겠어요. 물론 마음이 아프겠지만.... 해미~ 늦었지만 새해 인사, 건강하고 많이 웃는 한 해 되세요~

  2. 해미 2007/01/09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엠/ 아직 늦지 않았어요. 설날이 아직 남았잖아요. ^^ 알엠도 좋은 일만 마~~~안은 한해 되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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