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7/30 23:56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오래간만에 필름 한 롤을 맡겼다.

 

36장의 필름 속에는 뉴코아-이랜드 투쟁의 모습들이 띄엄띄엄 담겨 있었다.

 

뉴코아 동지들이 처음 강남 킴스를 점거한 3일째 갔던 파업 교육에서 찍었던 몇 장과 침탈전 문화제의 모습, 그리고 일요일의 결의 대회까지 말이다.

 

물론, 너무 안타깝게도 공권력 침탈이 있기 전날 밤 강남의 아파트 촌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그 자리를 지켜던 많은 동지들의  반가운 모습도,

침탈을 당하던 그 날의 눈물도,

강남점과 야탑점에서의 지리하면서도 결연했던 하루도,

오붓하면서도 여유 있었던 긴장속의 하루도,

몸이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는 동지들에게 들고 간 주사를 맞고 '얼렁 나아서 투쟁 열심히 하고 꼭 승리하겠다'던 동지의 모습도,

피곤에 절어 입술에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돋아나서 엄청 아파하던 동지의 모습도, 

아들이 27살이라는 허리까지 내려올거 같은 긴 파마 머리를 눈물 한방울 안 흘리고 삭발을 하던 비정규 동지와 그녀의 머리를 잘라줄 예정이던 동지가 흘리던 눈물도 삭발하는 모습을 보고 꺼이꺼이 울던 동지들도,

혈서를 쓰겠다고, 자신의 피 한방울이라도 보태겠다고 긴 줄을 늘어서던 조합원들의 모습도,

이런 조합원 동지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 돌리고 숨어서 눈물을 훔치던 많은 동지들의 모습도,

긴장 속에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지의 모습도.

재점거의 긴박함과 벅참도,

담겨있지 않다.

 

이런 모습들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뜨거워져 있다.

 

사진을 보면서 그날그날의 일들과 사진과 사진사이의 일들이, 생각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가슴을 친다.

 

오늘 아침부터 계속되는 침탈 소식에 안절 부절 하면서 밀린 병원일을 해대고 있으면서도 촉수가 온통 그곳으로 가있어 능률이 완전 떨어진다. 직장일로 인한 지방 출장 땜시 아침 일찍 천안에 내려가야하는데 '강남점, 저녁 침탈설 있었으나 연대대오 1천명 넘어서며 내일 오전 침탈한다는...' 문자가 왔다. 그 자리에 같이 있지 못하는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다.

 

처음 침탈이 있던 날 새벽에 올라왔던 한 동지는 강남 한복판에서 옹기종기 모여 노숙을 하고 있는 연대 단위들을 보면서 '아직은 운동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그 동안 가진 느낌은 한 두줄의 말로 표현하기는 너무도 다양하고도 뜨겁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느낌이 내 몸속에 남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이 글을 본 사람들이 모두 강남으로 달려가주고, 앞으로도 많이 살펴주고, 힘을 보태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사진과 사진, 그리고 그 사진 사이에 가슴속에 새겨진 느낌은 언제가는 꺼내서 정리할 수 있는 그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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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23:56 2007/07/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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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 2007/08/03 2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뜨거운 그 순간"에 사진기를 꺼내들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불쑥 함께 하고있었을 해미의 모습이 그려지고,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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