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7/17 13:4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장애운동은 전혀 모르기도 하고, 지방 출장을 가는 길의 무거운 가방에 넣어가기에는 딱 알맞게 얇고 가벼워보이는 물고기 문고의 그 첫번째였다.

 

에바다 투쟁에서 시작해 장애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그 투쟁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을 써 낸 것 같다.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장애인 운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그렇게 많은 장애인을 보았건만, 그들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적인 구조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나는 '버스를 타자'라는 장애인들의 절절한 요구를 충격으로 받아들였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생산성의 이데올로기와 '사람'이 중심이 아닌 '산업'이 중심인 지금의 냉정한 현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투쟁의 기억과 현장이 그리고 우리의 한계와 서있는 지점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책이었다. 활동가가 쓰는 글이 학자들이 쓰는 글과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마치 지금의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그리고 KTX 동지들의 투쟁이 개악된 비정규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선에 서게 된 당사자들의, 그리고 또 다른 당사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잠재적 당사자인 정규직들의 투쟁인 것처럼, 그리고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겠다고 활동 보조인 서비스를 따겠다고, 사회권을 보장해달라고 싸우는 것처럼...

 

그렇게 전선은 당사자들에게서 벌어지고 그만큼 처절하다. 처절한 싸움은 이제 정말 없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싸운 사람들이 꼭 이겼으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은 처절하지 않기에는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에는 그 삭막함과 냉정함이 얼음 송곳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당사자들을 조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겠지... 

 

얼마전 공장을 일방적으로 정리하겠다는 회사의 시도를 꺽고 드물게 구조조정 싸움에서 승리했던 사업장의 동지들이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고 한다. 어렵게 이겼건만 일본에 있는 주주들이 공장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또 다시 처절할 수 밖에 없는 당사자들의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아직 멀었지만... 하나씩이라도 승리의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7/17 13:48 2007/07/17 13:48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ptdoctor/trackback/34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스토커 2007/07/19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어요. 담에 볼 때 당사자 운동에 대해 좀 더 얘기해봐요. 해미에게 들을 게 많을 듯 싶네요.

  2. 해미 2007/07/19 1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토커 / 흠...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은데... ㅋㅋ 하여간 조만간 함 보자구요~

  3. 나후 2007/07/25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읽었음 나 줘. -_-;;; 책살돈이 없어서 책을 못읽는 형편은 아니지만... 쩝... 다읽은책 있음 문자 보내삼... 내 친히 수거하러 가 줄께...ㅋㅋ

  4. 해미 2007/07/30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후/ 메이데이 책은 한권 사는 것이 예의라오. ㅋㅋ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19638
· Today
: 71
· Yesterday
: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