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1/12 11:33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토요일 저녁, 뉴코아에 있는 한 동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CCTV 탑에서 농성중인 동지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런 전화를 많이 받는다. 오랜 투쟁으로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아픈 동지들부터 단식을 하는 동지들까지... 운동이 안 풀리고 저들이 악랄해지면서 우리의 동지들은 단식을 하는 처절한 선택을 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수차례 단식농성을 하는 동지들을 만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이었지만, 잘못된 상식으로 훨씬 힘들게 단식을 진행하는 동지들이 많았다는 것도 매우 안타까웠다. 보통 단식에 들어가기 전 많은 동지들은 물은 얼마를 마셔야 하고 마그밀을 하루 몇 알 먹어야 하고, 죽염을 얼마나 먹어야 하고... 등등의 교육(?)을 받는다. 문제는 그 교육들 때문에 오히려 몸을 더 빨리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단식에 정답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원칙은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몸의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자신의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의 경우는 보통 충분하게 먹는 게 좋다. 양으로 따지자면 하루 2-3L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체중과 체지방 분포 등등에 따라 그 양은 천차만별이다. 제시된 양도 보통 건강한 성인의 하루 섭취 물의 양이 2L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야기되는 것이다. 단식을 하는 경우 마시는 물의 양은 밖으로 나가는 물의 양에 비례해서 조절하면 된다. 소변을 단식하기 전보다 자주 보게 되고, 양이 많아진다면 물을 많이 마신 것이니 먹는 물의 양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염은 전해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특히 단식을 하면서 물만 먹게 되면 몸의 전해질 농도가 희석되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경련 등을 일으키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염과 같은 소금은 나트륨을 보충해줄 뿐이어서 다른 수많은 전해질을 보충해주지는 못한다.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온음료 같은 것을 마시는 거지만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소금이다. 죽염의 경우는 보통 하루 손톱만큼을 먹으면 되지만 이것 역시 갈증을 유발한다거나 소변량이 준다면 과하게 섭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그밀과 같은 배변제 역시 정해져 있는 용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숙변을 제거하는 것이 단식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게 되는 것이 이러한 배변제인데 문제는 과하면 설사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전해질 균형이 더욱 빨리 깨질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단식을 시작하면 먹는 양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변비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증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배변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먹어서 물설사를 하게 된다면 배변제를 더 먹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세부적인 몇 가지 지침은 단식을 하는 동지의 몸을 조금이라도 덜 상하게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식을 하는 동지를 가장 잘 살피는 일은 동지들의 지지와 지원이다. 같이 수다도 떨고, 먹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주변을 산책이라도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단식하는 동지 스스로 본인의 몸을 잘 살피고 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식은 가급적 피해야하는 투쟁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동지들의 몸이 조금이라도 덜 상할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즈음 단식 농성중인 코스콤 동지를 찾아 같이 수다라도 떨면서 동조 단식을 하고, 다른 동지들의 먹거리를 챙기기도 하는 그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이 어떤 약보다도 큰 도움이 된다. 먹을 것은 끊었지만 동지들의 연대는 끊이지 않아 배부를 수 있는 그런 단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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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2 11:33 2007/11/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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