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2/05 20:11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밤에 술에 취해 걸려온 스탭의 전화. 쓸 보고서가 있어서 나가기 힘들다는 나에게 "그건 모르겠고, 얼릉 나와라"라고 이야기하는 스탭. 스탭의 술에 취한 이야기를 듣고 있을 전공의들과 예비 전공의들이 불쌍해 어찌어찌 나갔다.

 

우는 아이는 달래야 조용해지는 것처럼, 예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할 얘기들을 하면서 이래저래 복잡하고 짜증난 전공의들의 분위기를 무마하고 재빨리 술자리를 정리했다.

 

아쉬워하는 스탭을 꼬드겨서 맥주 몇잔을 둘이 했다. 하고 싶다던 얘기는 좌청룡 우백호가 없어서 일하기 힘들다는 것이었고 내가 조직적이지 않고 개인적이라서 불만이라는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가 없는 것은 스탭이 쥬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개처럼 쥬신이 되고 싶기는 하지만 사람을 움직일 마음과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교수이고, 무슨 연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고, 훌륭한 전공의들과 연구원들이라는 신물이 있기는 하지만 신물이 영험함을 발휘해서 신물의 수호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배려가 없고, 자기 밖에 모르는 호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소위 조직적인 가부장 문화가 싫은 것 뿐이라는 것, 그리고 당신이 요구하시는 카리스마라는 것은 나같은 비정규직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나의 중간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직원들을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게 설득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분위기 좋게 돌려 하니라 내 속마음이 고생했다.

 

맥주 두병 마시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헛헛함을 참지 못해 문을 닫으려는 포장마차에서 순대를 사들고와 새벽에 맥주를 퍼 마셨다.

 

수지니가 밤마다 술병을 찾던 헛헛함은 나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어쨋든 술병을 들고 통째로 마시던 수지니와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헛헛한 마음에 것두 혼자서 들이 붓는 술은 정말 맛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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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20:11 2007/12/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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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둥이 2007/12/06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대를 샀다고 하길래 소주나 청하랑 먹었겠거니 했는데 맥주랑 잡쉈네. 맥주와 순대라~ 맛있었나요? 글고 우리 은제 본다냐. 해미양반 시간이 나야 말이지.

  2. re 2007/12/06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개가 뭔 새로운 스텝으로 춤을 추는줄 알았음.ㅋㅋ
    hotmail이랑 jinbo.net으로 메일 보냈수다.
    active한게 어떤거지? ^^

  3. grazzio 2007/12/07 0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호개도 알고보면 엄청 불쌍한 캐릭터여.. "난 처음부터 하늘의 힘 따위 원하지 않았어." 그러잖어

  4. 해미 2007/12/07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염둥이/ 중간에 주종을 바꾸면 뒷일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ㅋㅋ 맥주와 순대도 괜찮아요. ^^
    re/ 답멜 보냈슴다. staff와 step의 차이군요. ㅎㅎ
    grazzio/ 이 포스팅이 태사기 마지막회 방송전에 쓴거라 약간의 오해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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