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1/21 09:48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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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를 아시나요?

 

얼마 전 충북의 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나이는 불과 29살이었다. 18개월 된 딸과 6살 된 아들을 남겨두고 아들의 생일날, 새벽 4시에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그는 산재 노동자였다. 일하다가 발목을 다쳐서 3개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3개월은 다시 일을 하기에는 부족한 치료기간이었고, 그는 다시 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휴직기간에는 회사로부터 30%의 월급을 미리 받아서 생활을 했고, 복귀한 후 회사는 임금의 70%만을 지급했다. 부족한 임금을 채우기 위해 그는 사망하기 전 3개월간 매월 90시간 이상의 잔업을 해왔다. 사망 전날 점심식사도 거른 채 중식시간에 탈의실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잤고, 피로를 호소하며 일찍 귀가했던 그의 모습이 동료들이 기억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나이에 상관없이 노동자가 죽는다면, 더군다나 그 노동자가 매우 열심히 일을 했거나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다면 우리는 과로사를 의심해 봐야한다. 과로사를 유식하게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뇌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들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급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뇌졸중, 중풍,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등이 과로사의 다른 이름이다.

 

이름은 각양각색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뇌심혈관계 질환이라 통칭되는 과로사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교대 근무 등등이 원인이 된다. 이렇게 돌연사를 하면 회사는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그렇다’, ‘술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 또는 ‘평상시에 몸관리를 안 하니까 그렇지’라고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것이 아니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죽는 병, 이것이 과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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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를 권하는 사회

 

얼마 전에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와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해서 전 국민을 기쁘게 했다. 경제도 어렵고 세상살이도 재미없는데 그나마 세계 대회에서 열심히 해서 1등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1등을 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몇 년간 우리나라가 부동의 1위를 지키며 2위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시간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1년 평균 노동시간이 2,300여 시간이 넘는데 2,000시간이 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 예전처럼 밤을 꼬박 새서 일을 하고, 다음날까지 연달아 일을 하는 철야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물량이 많으면 쪼이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임금이 일한 시간만큼 주어지기 때문에 벌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언제 또 97년도 경제위기 때처럼 회사가 어려워질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몇 년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이렇게 장시간동안 가족을 위해서, 노후를 위해서 열심을 일을 했건만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가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주변을 돌아보자. 다들 견디면서 별 문제 없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몇 년을 같이 일하던 동료의 장례식을 쫓아다녀야 하는 일이 늘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조금은 인간답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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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1 09:48 2008/01/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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