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08/30 02:17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1.

 

왜 이렇게 날카롭고 신경질이 늘까? 더워서일까 아니면 요새 일들이 다 꼬여서 일까 아니면 어딘가를 떠나야 하는 불안때문일까?

 

#2.

 

정말 종잇장 같은 그녀들의 모습.도저히... 직접 가서 볼 용기가 안 난다. 보구나면 너무 미안해지고 죄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게 너무 뻔해서 그리고 그 느낌을 감당해야 하는게 싫어서 피하고 말았다. 제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3.

 

파란색이었다. 붉은색 물대포로 낙인 찍는게 맘에 걸렸는지 파란색을 날려주신다. 2MB가 당선되고 전국이 파란 나라가 되던날 절망적으로 느껴지던 그 파랑이 우리에게 폭력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4.

 

게으르고 축축 처지는 요즈음. 더위 때문인지 또 살짝 불안해진 정서 때문인지 모르겠다. 살짝,아주 살짝 불안해졌음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술을 퍼마시지도, 어디에 기대지도 않는 나의 모습이 다행이다. 모험심과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추진력 zero인 요즈음 여러 사람한테 쪽팔린다.

 

#5.

 

사실 처음 알았는데 이사를 하고 독립을 준비하고 직장을 옮기는 것은 매우 stressful한 일이다. 아무리 적응력 만땅인 나이지만 낯선 도시 낯선 거리, 낯선 사람은 참 어렵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전반적으로 내성적인 나의 본성과 게으름과 놀기 좋아함이 점철되는 요즈음이다. 깨닫는 것은 내가 전 직장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싶었다는 사실이다. 몇 년 활기차게 지내보다가 35살이 되면 단기 해외연수라도 가야겠다고 고민중이었는데 몇 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 놀고 싶다. ㅠㅠ

 

#6.

 

대전으로 떠 나는 날, 엄마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신다. 차가 주차장을 떠날때까지 주차장 입구에서 떠나시지를 못한다. 남동생 장가 보낼때는 하나도 안 우시더만 딸내미는 직장 옮기는거 가지고도 눈물바람이시다. 이러니 어린시절 동생이 차별이라고 성질내는게 당연하다.

 

이렇게 뿔뿔히 가족이 흩어질 줄 알았으면 가족사진이라도 찍어둘걸 그랬다고 하신다. 엄마가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엄마도 이제 자식들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사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주일에 두번씩은 꼭 전화하고 2주에 한번은 서울에 올라가야겠다 결심했다. 

 

#7.

 

이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게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몰랐다. 게다가 나의 옵세함이 발휘되어 음악 CD는 장르별로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책은 분류를 해서 키 순서대로 정리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컴퓨터가 이동의 후유증으로 살짝 맛이 가 주시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출근하는 동안 점심시간마다 무언가 업무를 처리하러 돌아다녀야 했고 퇴근하자 마자 마트를 전전하느라 허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 되기도 했다.

 

조그마한 집이지만 내 공간이 생겨서 좋기도 하고, 혼자서 저녁 시간마다 집에 틀어박혀서 말하는 사람도 없이 이것저것 정리하는 맛도 꽤 괜찮았다.

 

오늘밤 분류해서 박스 포장 해 놓은 책들을 정리하고 병원으로 가져갈 것들을 따로 빼놓고 가스 연결하고 인터넷 신청하고 컴퓨터 연결하면 내일 캐나다로 출국한다. 아파트 입주자 신고는 했으니 캐나다 갔다와서 몇 가지만 처리하면 대충 끝나는 것 같다. 장시간의 해외 출장이 예상되어 있는지라 먹을 거리는 물하고 커피, 라면 밖에 없지만 오늘 저녁 가스 연결을 하고 나면 나의 공간에서 처음으로 비빔면이라도 해 먹어야 겠다 생각중이다.

 

혼자 독립을 준비하면서 아쉬운 것이 '필요한 것들 목록' 같은게 없다는 것이다. 각종 검색엔진과 키워드를 동원해 보았지만 필요한 물품들과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나 쓸정도의 그릇과 냄비는 엄마가 챙겨보내서 살 필요가 없없지만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독립하려니 사야할 것들도 엄청 많았다. 이후 살다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조금씩만 사면 되지 싶다.

 

출장 다녀와서는 전입신고 하고, 신문 구독 신청하고, 식재료를 구입하는 일 등을 처리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밀린일을 엄청난 속도로 해치워야 한다. ㅋㅋ 에효... 어쨌든 한 숨 돌리니까 좋다. ^^

 

#8.

 

8월 30일 새벽 2시를 조금 넘긴 이 시간, 드디어 모든 짐 정리를 끝내고 인터넷도 설치하고 가스도 연결한 후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방을 밀대고 한번 싹 닥아주고 급한 일을 하려고 책상앞에 앉았다.

 

걸레를 빨고 청소를 하는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정리야 일년에 한두번은 했지만 청소는... ㅠㅠ 빨래바구니에 몇일간의 빨래가 약간 쌓여 있는데 빨래를 하기에는 너무 새벽이라 위아래 옆집에 민폐가 될거 같아 참는 중이다.

 

가사 노동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몇일 잠깐 했다고 말이다. --;;

 

좌우당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하고 썰렁한 벽에 그림 몇장 붙이고 나니 기분이 산뜻해진다. 덕분에 안 가지고 가려던 노트북은 가지고 가게 되었지만. 뭐, 기분이 상쾌하니 좋다. ㅋㅋ

 

공항으로 떠나기 몇 시간 동안 급한일부터 먼저 얼렁 처리해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8/30 02:17 2008/08/30 02:17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ptdoctor/trackback/43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마르케스 2008/08/30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뎌.갔나보이.
    일단.잘살아내는게;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0586
· Today
: 39
· Yesterday
: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