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06/13 19:58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지난 3월에 다녀온 학회의 사진들 필름을 이제야 찾았다. 이미 그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쌓아놓은 호연지기는 바닥이 났건만, 그래도 기록은 기록이다.

 

요즘, 옮긴 직장에서 일이 많아서 엄청 바쁘다. 하지만 매일매일 다른 사업장을 다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건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노동탄압의 백화점인 어처구니 없는 사업장도 있고, 현장을 잘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가야 하는 사업장도 있다. 이런 사업장들 이야기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정치적 공간이 열렸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지금. 나는 우리가 실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의제로 내세울 만한 내용도 없고 열정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통찰력도 없고, 열정도 약하고, 책임의식도 없으니 우리의 정치는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대전에서 집회에 가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사업들을 고민하고 6월 10일을 보내면서, 서울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부족한 우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고 무겁기도 한 요즈음이다.

 

3월의 여행을 정리하면서 내 깊은 곳 어딘가 가라앉아 있던 호연지기라도 끌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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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있는 세계산업보건대회. 전세계에서 노동보건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큰 행사다. 올해 장소는 케이프타운.

 

격심한 정치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 곳. 돈 많은 백인들에겐 따사로운 햇살이 떨어지는 하얀 백사장과 천혜의 자연, 싸고 맛있는 음식과 술, 영화에서나 보던 해변가의 수영장 딸린 호화로운 집들이 넘치지만 흑인들에게는 가난과 고단한 노동, 40%의 실업률이 넘치는 잔인한 나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은 매일 저녁 먹었던 싸고 맛있는 와인과 우리의 가이드였던 케이프타운 암사자 가족의 따뜻함과 그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브라이(남아공에서 바베큐를 부르는 이름)와 많은 수다들로 기억될 것이다.

 

 

#1.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비행기만 싱가폴까지 6시간, 싱가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12시간, 다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2시간... 이렇게 꼬박 20시간을 비행기를 탔다. 게다가 싱가폴에서 대기시간이 12시간이나 되었던 나는 무료 시티투어 버스를 얻어타고 싱가폴도 살짝 둘러봤다.

 

싱가폴의 첫인상은 별로 매력이 없었다. 걍 뭐... 나처럼 뱅기 갈아탈 일 있으면 슬쩍 둘러보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는.

 



 

#2.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 테이블 모양으로 편편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테이블마운틴과 테이블마운틴에서 바라본 케이프타운 시내, 위에서 내려다본 캠스베이(헐리웃 스타들의 별장이 많다나?). 마지막으로 저녁먹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붉은 석양을 받은 테이블마운틴.

 

구름끼기 쉽상인 테이블마운틴에 올라간 날 날씨는 청명하였고 저녁에는 구름으로 테이블보까지 예쁘게 덮여있었다. 맥주 거품 같은 구름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



 





#3.

 

와인을 엄청 많이 생산하는 케이프타운. 와이너리에서 술도 많이 맛보고 구경도 했다. 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와인들.

 


#4.

 

백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캠스베이. 물도 좋고 공기도 좋고. 흑인은 종업원이나 관리인을 빼고는 절대로 안 보인다. 신혼여행지로는 참 좋을 듯.





#5.

 

물개 구경하러 가던 날도 날씨는 엄청 좋았다. 바람이 하나도 안불어서 멀미를 불러 일으킬정도로 냄새는 심했지만 말이다. 물개는 지가 돌고래인줄 아는것 같았다. 물속에서는 얼마나 날래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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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3 19:58 2009/06/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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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 2009/06/14 1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세계에서 노동보건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라... 착잡한 멘트일세

  2. 해미 2009/06/14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언니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거 같네요. '일'이라는게 조금 다른 의미일 수 있는데... 이렇게 쓴 제 자신에 대해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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