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05/25 23:16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흐억... 이것이 우찌된 일일까? 어제 밤 사진 밑에 달아놓은 내용들이 전부 사라졌다. 직장을 옮겨서 엄청 바쁜데다가 지역에 일도 많아 정신없던 와중에 틈틈히 정리했던 것들인데 사라졌다. 투쟁과 죽음이 난무하는 5월, 블로깅이라도 하면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는디 것두 잘 안 되는구나. ㅠㅠ 

 

생각나는데로 간단하게만...

 

#1. 사과

 

 

어느날 갑자기 떠난 사랑과 갑자기 다가온 사랑. 사랑을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으며 일을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사랑하는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지방으로 내려가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게 사랑이라는 오해에 쌓여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남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을 전하는 영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약간 뻔하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 섬세한 묘사와 연기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감독의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남성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화자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괜찮았다.

 

 

#2.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케이트 윈슬렛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였다. 멜로 코드가 강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역사를 읽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난 솔직히 한나가 마이클을 사랑한 건지 이용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마음 역시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의 사랑도 이기적이긴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오해하고 판단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고 소통하지도 않았다.

 

전 세계적 전범이 되었던 한 노동자는 자기가 글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남들에게는 승진인 것이 일방적인 전환배치로 다가왔고, 그녀는 저항하는 대신에 직장을 그만두고 옮겨 버린다. 그녀의 죄는 상사가 시키는 일에 문제의식을 별로 갖지도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옥에서 글을 배우게 된 그녀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서 속죄를 하게 된다.

 

전쟁의 피해자는 미국의 커다랗고 화려한 집에서 살지만 여전히 그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거대한 이데올로기에 저항하지 않았던, 또는 저항이란게 있는지도 몰랐던 노동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어찌보면 결국 두 사람 모두 피해자 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전범에 대한 미화를 한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그러나 솔직히 내 마음에 들어 온 것은 영화에 나타나지 않은 그 무엇이다. 그녀가 저항할 수 없게 만든 이데올로기 그녀가 글을 못 읽게 만든 그 무엇, 그리고 전쟁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무엇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해자가 또는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 '무엇'에 대한 저항 말이다.

 

덧니> 케이트 윈슬렛은...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되었다. 타이타닉에 나올 때만 해도 이리 될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눈빛만으로 또는 뒷모습 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것은 어린 마이클 역으로 나왔다는 10대인 그 독일 배우다. 케이트 윈슬렛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의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 궁금했다.

 

#3. 할매꽃

 

 

정말 끔찍하게 징글징글한 가족사다. 그리고 그 가족사를 묵묵히 견디며 살아낸 할머니가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좌익이라는 이름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정신을 놓아버리고, 가족과 헤어지고, 딸을 북으로 보내고, 친구를 잃는 그 과정이 어찌 그렇게 한 가족 안에 오롯이 들어갈 수 있는지... 정말 끔찍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의 역사를 담담히 따라가기만 하는 감독도 참 잔인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부동의 평정심을 가지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다큐를 만들수 있는지.

 

이 다큐는 좌익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간다. 같은 사건이었지만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서 역사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 것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차분하게 보여준다. 배울 돈이 있었던 잘 사는 지주들이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어 좌익이 되고 그들의 논을 부쳐먹고 살았거나 하인일을 했던 사람들은 우익이란 이름으로 그들에게 칼을 겨눈다.

 

자신이 기반하고 있는 계급과 지향하는 이념이 괴리되는 상황. 지금도 다르지 않은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감성적이라 할 수 있는 개별의 관계들이 정치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이 개별로 보이는 것이 개별적인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만날수 있는 것일까? 많은 의문들이 무겁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4.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어느덧 공효진은 많은 여성감독들의 페르소나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족의 탄생과 미스 홍당무를 거쳐 그녀가 선택한 것은 부지영감독의 영화였다. 영화는 완전히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자매들의 모습에 대한 교차편집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로드무비들이 그렇듯이 그 과정에서의 화해와 용서를 담는다. 그리고 약간은 황당(?)한 결말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약간 부족하다. 이런류의 일종의 로드무비에서는 드라마의 설득력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좀 건너뛰는 느낌이 있고 설명되지 않는 많은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많은 부분들은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황당함으로 남는다. 전제와 반전(?) 때문에 디테일이 많이 죽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아무래도 신민아가 아닐까 싶다. 신민아 스스로는 자기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것두 공효진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제법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물론 신민아가 맡은 캐릭터가 신민아가 소화하기에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신경증적인 캐릭터를 비교적 무난하게 수행했다. 그녀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연기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5. 그림자 살인

 

 

탐정 추리극이라는 장르를 강조한 영화의 특성을 충분이 못 살린 느낌이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탐정의 역할은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점점 정형화된 캐릭터에 갇히는게 아닌가 싶은 우려마저 들게하고 그의 연기가 이제는 조금씩 지루해지는 느낌이 들겠한다. 오히려 조연들의 연기가 더 돋보인다고나 할까?

 

시나리오는 비교적 탄탄하게 잘 써진 것 같은데 러닝타임때문인지 장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약간 뒷심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갈등구조와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풀어보고 싶어한 감독의 과욕이 부른 결과가 아닌가 싶다.

 

흥미있었던건 엄지원이 연기한 양가집 규수 캐릭터였다. 정치, 사회, 과학에 능통한 똑똑한 그녀는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조선 최초의 이학박사가 되겠다며 홀홀단신 미국으로 떠난다. 물론 일제시대를 살았던 똑똑한 여성들의 스테레오 타입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나는 그녀가 좀 멋져보였다. ㅎㅎ

 

#6.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 영화는 각본과 감독의 승리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퀴즈쇼와 과거에 대한 기억을 교차편집하고 화면에 속도감을 불러 일으키는 짜릿한 촬영과 편집으로 기교를 더하고 인도의 빈민가라는 서구 사회의 일종의 로망을 주제로 삼아 새롭게 잘 버무린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데니보일은 확실히 기교도 뛰어나고 스타일도 훌륭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더 리더(레볼루셔너리 로드나 그랜토리노는 아직 못 봤지만...)를 뛰어넘을 만큼 작품성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전형성을 가진 인도영화에 미국식 스타일을 더한 결과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영화가 성공한 후 배경이 되었던 뭄바이의 빈민가에 대한 많은 논란들이 있었고 이 영화의 성공이 제 3세계에 대한 서구인의 그릇된(?) 로망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런 빈민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분명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최소한 관심은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빈민가를 약간의 판타지로 덧칠해서 그 현실을 포장한 것은 심한 왜곡이지만 뭐, 대중 영화라는 한계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의미가 있다고 할 수는 있겠다.

 

아역으로 나온 그 꼬마와 그 꼬마의 친구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7. 똥파리


 

이렇게 욕이 난무하는 영화라니... 참 처절하고 끈질기고 독사같은 감독이다 싶었다. 어디 한 구석 연민의 정이 스며들 틈도 안 주는 영화라고나 할까? 하지만 감독은 너무나도 전형적인 가족주의자인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영화의 스토리 또한 참으로 진부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로 인해 막나가던 인생이 개과천선 하려는 순간 죽어버리고 그의 죽음을 계기로 주변의 사람들이 화해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되는 스토리라니.

 

아마 이 영화가 훌륭하다 평가받는 것은 그런 진부한 스토리와 캐릭터 속에서도 그들이 끝까지 삶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는 모습을 그려 사람들에게 역설적인 희밍을 주면서도 그 관계의 복잡함 속에 결국 해결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같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희망과 절망이 같은 순간 모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다. 툭툭 던지는 듯 하면서도 소통도 안 되고 서로가 숨길 뿐인 관계들 속에서도 각자의 가슴에서 촉수가 뻗어나와 서로 닿는 그런 모습을 연출하는 무심한 듯한 연기가 발군이었다. 주연 배우를 맡은 감독 양익준의 그동안의 독립영화배우로서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도 그렇지만 김꽃비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도 좋았다. 껄렁거리는 듯한 디테일과 입꼬리가 감정을 전해서 마치 다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소통부재의 상황에서 가슴과 가슴이 만나 소통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판타지라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다.

 

감독이 언젠가는 전형적인 가족의 틀을 뛰어넘은 인간들의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성찰이 담긴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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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23:16 2009/05/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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