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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6/06/11 01:03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약 8시간 후면 나는 이탈리아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 있게 될 것이다. 언제나와 다름없이 해외로 나가기 전날인 오늘 역시, 밤을 새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있는 학회에 발표를 해야 하건만 이제야 기본 통계를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 수요일 발표이니 가서 또 몇일 밤을 지새우게 될 운명이려니 하고 있다. 여행의 구체적 계획은 약 14시간으로 예상되는 비행중에 자는것에 지칠무렵 집중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항공권과 일정만 정해져 있는 여행이다.

 

아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숙소라도 미리 예약한 여행이다. 뭐...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이번 출장은 밀라노에서의 5일간의 학회와 베니스, 피렌체, 로마를 잇는 휴가여행을 겸해 약 2주간 예정되어 있다. 이런저런 사업으로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던 현장동지들에게는 약 2주간 연락이 안 될 수 있음을 전달하고 현재 진행상황을 확인했고, 연구소 동지들에게는 월례모임을 문자로 알렸고, 만들기로 되어있던 교안을 만들었다. 병원일들도 이번주 내내 분주히 돌아다니며 정리했고 크게 다쳤던 형의 상황과 관련된 일들도 일단락이 되었다.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만 없다면, 그리고 학회기간에는 노동강도 평가 연구와 관련된 방법론과 연구 성과의 정리에 대한 내용을 정리, 소통 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볼 생각만 아니라면 간만에 가뿐한 느낌이다.

 

어쨌든 이탈리아로의 출국을 계기로 밀려있던 몇가지 일들을 한 매듭 짓게 된 셈이다. 출국으로 인한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ㅎㅎ

 

물론 엄청 불어날 마이너스 땜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ㅠㅠ

 

아무튼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나름 가슴 설레는 기대를 하게 한다. '최후의 만찬'은 예약이 꽉 차(다빈치 코드의 열풍때문이란다. 젠장!) 볼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너무 안타깝지만 피렌체의 우피치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미술과 로마의 고대 건축을 보게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의 그림과 조각들을 실제로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묘사되던 밀라노와 피렌체를 그리고 로마라는 그 오래된 공간들을 혼자서 오롯이 걸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쁨은 월드컵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한국땅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시간대인지라 경기자체를 보는 것도 편하고, 여건이 안 되면 물론 못 볼 수도 있고 또 안 되면 무시할 수 있는 자유도 있는 곳으로 떠나는게 좋다.

 

월드컵에 묻혀 버릴 투쟁들을 나 역시 모르는 채 떠나야 하는 게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구동지의 말마따나 몸도 마음도 좀 추스리고 와야겠다. 지금은 그래야 할 때인것 같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절대 못 읽을 것 같은 움베르토 에코와 지롤라모 데 미켈레의 '미의 역사'이다.

 

그렇게 혼자서 낯선곳을 떠 돌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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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1 01:03 2006/06/1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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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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