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4/10/27 20:12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오늘 근로복지공단앞에 갔었다. 근골격계 인정기준 개악안을 저지하고 산재보험 민영화를 반대하기 위한 공투본의 집회겸 출범식이었다.

 

많은 반가운 얼굴이 보이던 와중에 정말 오래간만에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위원장님을 만났다.

 

옆에 있던 형이 문득 던진말...

 

'이용석 열사 일주기가 어젠가 오늘 아닌가?'

 

맞다...어제였다. 노동보건문제에 대한 자본의 공세에 끔찍하게 답답해 하면서 제 2의 이상관투쟁을 준비해야만 하는, 아니 어쩌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던 어제였다.

 

'죽어서도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인가 보다...참세상에 뉴스하나 없더라...'라는 형의 말...

 

30날 광주에서 한번더 추모식을 하신다는 위원장님의 말...죄송스러웠다.

 

비정규직의 노동보건문제에 대한 글을 오늘밤안으로 써야만 하는 지금...

 

1년전에 비해 깊어지지 않은 내 고민이 부끄럽다.

 

작년에 이렇게 마음 아파 했는데...

 

2003년 10월 27일에 나는 이런 글을 썼었다.



어제 비정규직 대회에 참석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조직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깃발을 띄우는 날이었다.

몇일전 분신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세원테크의 지회장님을 대신해 세원테크 사무장 동지가 투쟁발언을 하기도 하였고 이주 노동자들의 발언도 있었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가투를 나가기 전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대오에서 나왔다.

화장실을 가는 길에 동지들이 배가 고프니 먹을것을 좀 사오라며 웃었다.

길건너편의 제과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다시 종묘로 건너올 무렵...

얼마전 목을 매고 자살한 김주익 동지의 영정을 지날 무렵이었다.

대오가 흩어지면서 사람들이 둥그렇게 무언가를 둘러싸고 모여있었다.

소리를 지르고...울고...아비규환이었다.

옆에 있던 철폐연대 동지에게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집회도중 한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고 한다.

들고 있던 먹거리들을 던져버리고 사람들을 헤치며 '저 의사에요! 좀 비켜주세요!' 라고 외쳤다.

사람들이 비켜준 자리에 한 노동자가...

너무나도 체구가 작은 노동자가 있었다.

응급실에서나 몇번 맡아본 사람의 타는 냄새가 그 넓은 종묘바닥에도 퍼지고 있었다.

달려가 외쳤다.

'동지! 의식있어요?' 라고 물어보며 재빨리 그 동지를 살폈다.

자그마한 체구에 마른 몸...

상체는 이미 심한 화상을 입어 마치 밀랍인형처럼 그렇게 하얗게 변해있었다.

하얗게 변해버린...혈관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타들어 가버린 그 손을 붙들고 한 동지가 오열을 하고 있었다.

호흡은 괜찮고 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머리카락과 호흡기 주변의 그을음으로 보아 흡인화상을 입은게 분명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을 구해달라고 외친후 하의까지 손으로 찢으며 벗기기 시작했다.

열기가 남아 있는 것들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이미 그의 몸에 부어진 신나는 그를 이 세상에 있기에 힘든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조금후...119가 도착하고 그 동지는 병원에 실려갔다.

나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손과 다리가 떨려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죽음을 목도하였다.

옆에서 울고 있는 동지들에게

'울지말라'며...

동지들 울으라고 자기가 이런거 아니라며...

열심히 싸워달라며...

얘기하던 그 동지였다.

광주 근로복지공단의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이라고 했다.

32살인가 밖에 안된 젊은 노동자라고 했다...

또...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

나는 술을 먹고 죽었다.

이어진 가투에서 전경한테 엊어맞아 온몸이 쑤시고 안경을 잃어버려 눈앞에 뵈는게 없는데...

빌어먹을 술은 무지하게도 잘 들어가더라.

그렇게 술먹고 죽어버렸다.

하루만...그렇게 힘빠져 하고 싶었다.

다시... 오늘부터는...

열심히 싸우리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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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20:12 2004/10/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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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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