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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꿈

 

 

요즘 계속 도망치는 꿈을 꾼다. 무언가 무서운 것에 쫓기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도망가는 이유는 도망가기 전의 현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금방도 나는 시위현장에 있었다. 한동안 힘차게 싸우다가 순간에 대상화되는 느낌이 강해져서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들 아는 얼굴들이지만,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는 것도 없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뒤를 따라가야 할 뿐이었다. 그게 순간 화가 나서 다른 방향으로 틀기 시작했다. 꿈꾸는 순간에도 얼마나 화가 났던지 자다가 방바닥을 몇 대를 치는 바람에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잠시 뜨고 괜찮다고 말하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꿈 속이다. 나는 차를 훔쳐서 총알세례를 받으며 무작정 도망치려고 한다. 철저한 방어벽을 치고 몰려오는 군대는 정말 무서웠다. 잡히면 죽을 것 같다.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내가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한다. 후진하는 방법 따위는 알지 못한다. 무조건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기만 한다. 산 길을 따라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옆에 앉혀놓고는 계속 도망가기만 한다. 끝없이 페달을 밟기만 하다가 잠깐 눈을 돌려 내가 지나온 곳을 찾는다. 그 곳은 산 중턱에 있고 지금은 연기가 난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더욱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도망가는 순간 가장 무서운 것은 누군가가 쫓아와서 내가 잡힐 것같은 불안감보다 방향을 알지 못한채 도망가는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난 계속 운전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한 길은 다른 사람들이 줄지어 행렬하는 아스팔트가 깔린 시내로 나아가는 길이고, 다른 한 길은 좁고 다른 이는 가지 않는 그런 길이다.

난 좁은 길을 선택했다가 큰 길로 합류하고, 다른 두 갈래 길에서 좁은 길로 갔다가 큰 길로 합류하는 것을 반복한다. 꿈을 깨기 바로 전에는 여전히 좁은 길로 들어선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좁은 길로 계속 가다보면 내가 도망쳐 온것으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차를 세웠다. 갈등을 한다. 여기에서 큰 길로 합류하고 시내로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좁은길로 차를 몰고 갈 것인가.

그 순간 꿈이 깬다.

 

 

꿈을 깨고 의미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해몽하기를 그냥 포기했다. 요즘 의도하지 않게 계속 술을 마시는데, 술을 마시고 나면 꼭 이런 꿈을 꾼다.

컴컴한 터널안을 계속 달린다든지 하면서 장소와 교통수단만 변화할 뿐 내가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건 여전하다. 그리고 항상 꿈을 깨기 전에는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 그 순간이다.

선택은 현실에서나 가능하다는 그런 의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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