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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내 기억상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을 마지막으로 만난적이 없다고 생각했으니 거의 10년만에 만난 친구다. 물론 만나보니 중학교 3학년때까지 같이 지냈던 친구였다. 하... 그래도 나름대로 꽤 친했던 친구인데, 초등학교 때까지밖에 기억을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 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 내게 중학교 3년의 기억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 같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를 통해 듣는 예전의 내 모습과 행동은 사뭇 낯설고 신기했다. 그러고보면 내 생활을 판이하게 바꾼 대학생활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 모습은 아니였나보다. 겉으로는 약한 것 같지만 은근히 깡이 있는 모습은 초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 소리를 듣고, 중학교 때에도 교지를 만들고 무슨 토론반 모임을 했다고 한다. 제호도 목련이란다. 그러고보니 어렴풋이 기억도 났다.

 

어렸을 때 참 꿈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많지만, 현실에 적응하면서 접었던 꿈도 많다. 내 친구는 그렇게 꿈을 접기 전 무한한 가능성을 품으며 꿈을 꾸던 그 시절,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난 성우가 되고 싶기도 했고, 작가가 되고 싶어하기도 했다. 지금은 정말 안 어울리는 모습이지만, 고맙게도 내 친구는 날 문학소녀로 기억했다. ㅋㅋ 지금 내가 쓰는 글마다 형편없는 모습을 보면 눈물나게 고맙고도 이상한 일이다. 깡이 있다는 모습은 내가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 발표 자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던 모습에서 그렇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이 폭력적인 성격은 아이들에게 내가 소말리아 대통령으로 불렸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폭악한 성격에 국민들이 기아로 굶주리게 될 거라나 뭐라나...

 

 그리고 한참 이성문제로 고민하던 시절의 내 모습도 기억해줬다. 생전 처음 누군가의 고백을 받았던 때, 그 시절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친구에게 상담을 하던 유치한 모습들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그 당시 조숙하지 못했던 까닭에 좋아는 했지만 고백에 무감각했던 내 모습과 결국 고백했던 남자친구는 다른 내 친구와 이어져 얼마전에 나에게 천원을 뜯어가려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당시에는 가슴치고 후회할 일이었으나, 뭐 이제는 웃으며 지난 일로 기억하는 것들.

굉장히 사소하고 유치하지만, 재미있게 수다떨 그런 이야기들.

 

 

 

자리에 앉자마자 그 동안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오래된 타임캡슐처럼 술술 풀어주는 친구.

여전히 웃음이 호탕하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생각이 많은 친구.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소중한 보물을 다시 찾은 느낌이랄까.

뭐라고 말해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이제서야 사람을 만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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