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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30

수능은 한 이십여일이 남았다. 물론 내가 준비하는 시험은 한 삼십일 정도가 남았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이상한 습관들이 생겨난다.

 

자리에 앉으면 정신은 몽롱해지고,

마음은 점점 안이해진다.

학원 강사나 누군가가 전해준 자료만 보고 다른 것은 없이 전적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만 싶어진다.

앉아서 받아먹는건 싫은데, 자꾸 현실에 만족하고 싶다.

물론 그 자료를 완전히 익히는 것도 꽤 힘이 드는 일이다.

 

술이 자꾸 먹고 싶어지고, 요즘 술은 알코올 냄새도 싹 가시게 달짝한 것이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술자리가 있으면 마다않고 달려나가고, 없으면 내가 만들어 먹는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다. 내내 잘해놓고 시험이 다가오니까

텔레비젼에 술에 떨어지려고 작정했냐고 말이다.

동생은 한 5일전부터 저주를 퍼부었다. 그래 한 오년 더 공부할 생각인가보지?라고.

 

뭐, 공부가 안 되면 잠깐 멈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멈추는 지금 순간

다른 이들은 열심히 달려나가겠지만, 애당초 경쟁의식에서는 초연한 삶을 살고자 했으니,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니겠는가.

 

요즘은 다시 가슴 한쪽이 시리다. 조울증인 내가 우울모드로 돌아선게 확실하다.

하필이면 시험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절대 도움안되는 내 성격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이건 확실히 가장 큰 문제이다.

 

 

갑자기 모든게 뒤죽박죽인 느낌. 누구든지 그러하겠지만, 공부는 하고싶은데, 시험은 보기 싫다.

요즘엔 공부를 하고 싶어했던 것인지도 까먹었다. 난 분명 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며 도서관을 전전했는데, 지금은 블로그에 글 하나 쓰는데도 문법을 생각하고

애당초 되도 않는 글의 유기적 구성 등등을 떠올리고 있으니 대략 난감하다.

 

난감.난감.난감.난감.난감.난감.

아. 공부나 하러 가야겠다.

 

에잇. 눈이나 대박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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