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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풍화작용
결별은 쉬운 일, 그러나 그 다음이 항상 문제인 것이다.
사고(思考)는 항상 사실적인 힘임을 믿고 있다.
끊겠다는 의지가 끊는 행위와 같은 것을 뜻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
한 미소나 한 눈동자, 한 목소리를 기억의 표면에서 말살해 버리는 것은
많은 국가와 시간의 풍화작용의 도움이 필요하다.
잊겠다는 의식만으로는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관념이 긍정한 행위를 우리의 감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또 하나의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듯이 완전한 자유의지는 아닌 것 같다.
- 1964년 1월 20일 -
암흑의 장막이 하늘을 덮고 비가 그칠 새 없이 창문을 두들긴다.
벽난로의 불은 꺼지고 말았다.
독서에 피곤해진 눈을 쉬게 하려고 책상 앞에 하염없이 앉았노라니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절절한 고독감뿐.
이웃 방에서 도란도란 들려 오는 독일어도 나의 쓸쓸한 심정을 한층 북돋을 뿐이다.
마치 두더쥐가 땅속의 온기(溫器)를 탐내듯,
인간은 한 줌의 친절함과 인정(人情)의 필요를 느끼는 생물이었던가.
모든 것이 나에게 무관심하구나, 하는 생각은 아무래도 견디기 어려운 서러움이다.
따스함을, 이해를, 건강을 갖고 싶다.
살고 싶은 의욕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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