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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혁명 - 다시 지배자들에게 넘어간 이집트(2012.7.15)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7호> 도둑맞은 혁명 - 다시 지배자들에게 넘어간 이집트 험난한 투쟁 예고 코미디 지난 6월 30일 이집트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당선자가 최고헌법재판소에서 선서를 한 후 장군들의 축하를 받으며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2011년 2월 11일 이집트 민중들이 30년간 일당독재를 해온 무바라크를 몰아 낸 과정과 그 이후의 과정을 아는 사람들에겐, 무슬림형제단, 반동군부, 무바라크가 임명한 재판관들이 벌이는 이 광경은 그저 코미디일 뿐이다. 권력을 장악한 군부 이집트 군부는 아랍민중의 대의를 배반하고 국가에 기생하는 반동세력일 뿐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2011년 2월 100만 명이 넘는 이집트 민중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자, 무바라크를 피신시키고 국회를 해산하면서 권력을 장악한 것이 바로 탄타위 장군이 이끄는 SCAF(군사최고위원회)다. 권력을 인계받은 SCAF가 저지른 만행은 수없이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SCAF는 2011년 3월 시위를 조직하거나 선동하면 10만 달러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한다는 악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법을 앞세워 수많은 민간인 시위대를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또한 민정이양 일정을 걸핏하면 연기해 왔다. 2011년 11월에는 기성정당과 군부 군력 유지를 위해 “민선정부가 헌법 원칙을 위배할 경우 군이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의회는 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을 발의하기 전에 군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헌법원칙을 발표했다. 군부의 ‘혁명’배반 이에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폭발하였다. 11월 18일 수만 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11월 25일에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참여했다. 이날 10명이 죽고 1,000명이 부상당했다. 이처럼 이집트 군부는 이집트 민중의 민주화 열망을 총칼로 억압해온 민중의 적이다. 그리고 11월말 선거에서 온건이슬람세력인 무슬림형제단과 알누아르 당이 다수당이 되자, 최고재판소는 지난 4월 구체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출마를 막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하면서 의회를 해산시켜버렸다. 이어 지난 6월 중순, 대선을 앞두고 SCAF는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감독을 받지 않으며, 군대의 민간인 구속권과 군사재판 회부권을 보장하는 것, 입법권·헌법조항 승인권(거부권)·전쟁선언권 등을 담은 임시헌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헌법기초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여기서 대통령의 권한은 부통령과 내각의 지명권, 예산제출권 그리고 사면권뿐인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군부와 손잡은 무슬림형제단, 도둑맞은 혁명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11월 군부가 헌법원칙을 발표하자 대부분의 정당들이 선거보이콧을 주장할 때, 선거참여를 발표해 민심을 배반했다. 이어 국회를 해산하겠다는 최고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발표해, 군부의 2중대 노릇을 자처했다. 뼛 속까지 기회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상층부는 이렇듯 대중이 투쟁에 나서고 있을 때, 그리고 투쟁에 나서야 할 때마다 투쟁에 찬물을 끼얹고 김을 빼는 역할을 해왔다. 군부, 재판관들, 무슬림형제단이 공동으로 축하하는 민선 대통령은 희대의 희극이자, 이집트 민중의 비극이다. 결국 이집트 혁명투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박석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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