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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더먹은 나...

  새해가 밝았다. 작년 12월에 학교에서 '학사 구조조정'을 발표한 후로 정신없이 근 한달을 보냈다. 학교에 맞서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기 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정신이 없었다는게 맞을거다.

 

  그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학내 사안를 가지고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싸움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학교는 지역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서울에 있는 굵직굵직한 집회에가거나 현장활동에 참가하거나 그래왔다. 이러다보니 정작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인 학내에서는 활동은 커녕 존재조차도 알리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항상 사람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변명을 내내 늘어놓았던 것이 지난 학교 생활에 전부였다. 냉정히 말해서...

 

 물론 이렇게라도 했기에 지금에 '내'가 있는 것이기에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조조정 싸움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운동'인가? 이렇게 싸우는 것인가? 생각하게한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하고 그렇다.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을 알기에. 해야 할 일은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데 이것들을 감당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슬슬 밑천이 떨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많은 분들에게 현재 학내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현재 '학사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 대책위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2일에 있었던 학교 신년하례회에서 선전전을 준비했습니다. 이 날 학교 관계자들에 뿌린 유인물의 내용이고 간단하게 나마 현재 상황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는 공식적으로 구조조정 논의를 폐기했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은 비공개로 계속 논의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화되는 것을 막고 대책위의 활동을 막기위해서 학교가 거짓 선전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분들이 관심갖고 지켜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대책위 커뮤니티는 cyworld.com/no2013plan입니다. 현재는 준비단계에 있는 상황이고 대책위 준비가 끝나는데로 접근성이 높은 네이버 혹은 다음에 블로그를 운영할 계획에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해주시면 저희가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학사 구조조정 폐지를 위한 대책위(준)

‘신년 하례회에 초대 편지에 답장을 보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이번 2013년 학사 구조조정 폐지를 위한 대책위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작년 한 해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는 책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대학생, 청년들이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너무나도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인문학’이라는 가치에 대해 사회가 다시금 관심을 갖고 너도 나도 필요한 학문임을 외치며 다양한 활동들이 벌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이런 시대흐름에서 역행해서 취업률이 낮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고 장사가 않되는 학문이라고 해서 학사 구조조정을 통해 인문대학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품어야 할 학생들이 언제 내가 다니고 있는 학과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지금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 고민들이 모아져서 학사 구조조정 폐지를 위한 대책위를 준비하게 되었고 오늘의 선전전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는 모든 건대인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 축하하고 앞으로 한 해를 잘 해보자는 신년하례회입니다. 모든 건대인들 가운데서도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고 주체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기쁨과 희망에 가득 찬 새해가 아닌 학사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새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신년하례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찬 마음으로 올 수 없었습니다.

 

 진정으로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고 여기 모이신 분들께서도 생각하신다면 지금 논의하고 진행되고 있는 ‘학사 구조조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 의견을 반영하고자 최소한의 노력과 구조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12월 ‘학사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학생회에게 그 동안 이 논의를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모든 사안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미온하며 현재까지 학생회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학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앞으로 올 해 2월까지는 ‘학사 구조조정 논의’를 잠시 중단하고 3월에 개강을 하면 다시 논의하자고 학교가 먼저 이야기했음에도 여전히 비밀리에 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학교가 진정으로 학생을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학을 학문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공간으로 바라고보 있다면 지금의 이 과정들은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학교가 학생을 취업률의 도구로 바라보고 학문을 인기가 많고 취업이 잘 되는 상품으로 취급하고 대학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커리큘럼과는 전혀 관계없는 학과를 통·폐합하고 단과 대학을 재편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고장이 나고 있는 상황과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구조조정과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학과를 폐지하고 취업이 잘 된다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과로 재편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2012년을 시작하는 지금 모든 건대인이 함께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학생, 청춘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의 꿈과 역량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교가 할 수만 있다면 꿈과 열정이 있는 학생들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학사 구조조정’ 학생들의 날개를 꺾는 것도 모자라 뺏는 것 이며 학교 주인으로써의 교육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입니다. 부디 학교가 지금까지 상황을 전부 폐지하고 학생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학교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운영하는 참 된 본연의 대학으로써 기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 ‘학사 구조조정 폐지를 위한 대책위(준)’은 '학사 구조조정‘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던 간에 항상 토론하고 논의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계신 모든 건대인 분들의 참여와 지지를 기다립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학사 구조조정 폐지를 위한 대책위(준)의 한 발자국 발자국이 대학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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