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2008/09/12 14:49

나는 무지개!!

 

 

나는 남성이 아니예요.

사람들은 '생물학'적 지식으로 나를 남자라 부르겠지만요

 

그렇다고 나는 여성도 아니예요.

어떤 이들은 나에게 '여자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요.

 

그냥 나는 ''에요.

나는 '살림'이예요.

 

 



# 열일곱 봄날, 나는 같은 반 친구를 좋아했어.

 

(억지인지 모르겠지만 '했었어'와 '했어'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아. 그리고 이 차이는 내게 중요했어. 왜냐면 얼마 전까지 난 '했었다'라고 말하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분짓곤 했었으니까.. )

 

난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했으면서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건냈어.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는데도 거의 얘기한 적이 없어. 대신 매일같이 편지를 썼어. 좋아하는 시를 담기도 하고, 애절한 노래가사를 배껴쓰고, 고백같은 말을 빼곡히 채워놓기도 하고... 어떤 날엔 비가 와서 같이 우산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심장이 콩닥콩닥거렸어...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감정을 겪으면서 난 '동성애'라는 단어를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어.

스스로 이런 내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괴로워하지도 않았어.

그냥 난 그렇게 푹 빠져있었어. 음.. 난 정말 그 친구를 좋아했어.

 

 

# "샘~, 여자같아요!"

 

내 목소리는 톤이 높아. 어쩌다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도 나지..

근데 말은 잘 못해. 머리에서 뭔가 잘 정리가 안돼. 그래서 쌩뚱맞은 소리도 잘해. 그래서 말이 짧아.

또... 작게 말해. 자신이 없으니까.. 그리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해.

 

행동은 조심스러워. 워낙 소심하다 보니... 

앞에 나서는게 부끄러워. 낯도 많이 가리고..

몸을 쫙 펴는 것보다 움츠리고 있는 게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그래서 움직임도 크지 않아.

 

멋진 것보다 예쁜 걸 좋아해.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좋아하고,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배 깔고 누워서 하는 놀이가 더 좋아.

노래부를 땐 남자키도 못 맞추고 여자키도 못맞춰 (이건 그냥 음치인가? ;;) 

 

아무튼 이런 나를 보고 여자같대.

어디서 여자같다고 느끼는 걸까? 

 

 

# '여성성 61%에  남성성 39%인 남자 = 여자같은 남자' ???

 

                                        50%

  여성성 |---------|----------|---------|---------| 남성성

   100%                   ↑                                    100%

                 여자같은 남자

 

한때는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난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사회적 여성성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거라고..

또 어떤 때는 남아있는 남성성을 말끔히 벗어던지고, 더 여성적이여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둘로 나눈 다음 일직선상의 스펙트럼 안에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

 

난 그냥 나야. 넌 너 그대로의 너이고...

 

∑나's@우리

 

수많은 '내'가 내 안에 있고, 너 안에 있고, 우리 안에 있어 

 

살림이기도 하고, dane이기도 하고, 루니일 때도 있고, 망골라 때도 있고, 에스라고 불리기도 하고, 민균이라는 소리도 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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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2 14:49 2008/09/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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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랑  | 2008/09/13 09:44
차이에 대해 무한정 인정되는 세상이 올 때 '랄랄라~'함께 노래불러요.. 저역시도 수없이 많은 이름이 있답니당~! 사주에 저는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남성성이 100%라고 하더군요.. - -;; ㅋㅋ
지선  | 2008/09/30 20:45
그러게, 무지개가 보고 싶네. 살림도 보고 싶고 새림도 보고 싶네. 현기타도 보고 싶고 우루사도 보고 싶네. 더 추워지기 전에 옥상 별도 보면 좋겠지요. 흑맥주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던데 빈집에서 접선해요. 마감 끝나면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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