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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어버이날

어버이날 저녁밥 시간에 딱 맞춰 부모님 집으로 갔다.

일을 그만두고 놀고 있어서 더 일찍 갈수도 있었지만, 걱정꺼리 하나더 늘릴까봐 실직사실을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은터라

퇴근뒤 사무실에서 부모님 집까지 거리, 시간, 뭐 이딴 잔머리 써가며 집에 갔다.

부모님 선물은 패쑤, 둘째언니 생일이 같은 날이라 케잌이랑 아부지 간식거리만 사들고 갔다.

 

엄마는 니가 이렇게 일찍 오다니 웬일이냐 살짝 웃기까지 하신다.

하긴, 저녁상에 오를 고기까지 굽고 있으니 좋으실만도 하지.

 

정말 오랜만에 저녁밥상에 식구들이 둘러 앉았다.

큰형부와 남동생 내외는 일 때문에 빠졌지만 저녁밥을 같이 먹는건 명절때, 제삿날 외에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다.

4살짜리 조카는 빨리 케잌먹을 요량으로 숟가락까지 놓는다. - 여시 같은 것. ㅎ

 

씻고 나오신 아부지가 자리에 앉으시고 다들 기분좋게 밥을 먹으려는데

"할아버지 카네이션이요."

하며 초4 조카가 종이접기로 만든 카네이션과 손수건을 내민다.

 

우리 모두 이쁘네, 잘 만들었네, 기특해하는데, 둘째 조카가 아주 무심한 표정으로

"나 아까 길에서 카네이션 파는 거 보고 엄마 생각나서 울었어." 한다.

 

일순, 정지.

막 밥한숟가락 뜨려던 엄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셨다.

우리는 둘째 조카도, 엄마도, 아부지도 쳐다볼수 없었다.

서로 한동안 황망한 눈길을 허공으로 이리저리 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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