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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박영근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힘든 네 몸을 내려 놓아라
네가 살고 있는 낡은 집과, 희망에 주린
책들, 어두운 골목길과, 늘 밖이었던
불빛들과, 이미 저질러진
이름, 오그린 채로 잠든, 살얼음 끼어 있는
냉동의 시간들, 그 감옥 한 채
기다림이 지은 몸 속의 지도
바람은 불어오고
먼 데서 우레소리 들리고
길이 끌고 온 막다른 골목이 젖는다
진창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잇적 미소가 젖는다
빈 방의 퀭한 눈망울이 젖는다
저 밑바닥에서 내가 젖는다
웬 새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다
비 젖은 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간다
* 박영근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에서
기형도 전집을 샀다.
얼마전 그의 '빈집'이라는 시를 인상깊게 봐서인지 서점에서 이책 저책보다가 눈에 띄여 샀다.
어느 술집에 앉아 소주를 먹으며 훑어가며 읽었다.
시를 잘 쓴다.
예전에(십몇년전) 기형도시집<잎속의검은잎>을 앞부분 조금보다가 그만둔적이 있다.
나랑은 많이 다른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물론 아직도 이해가지않는 부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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