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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대중의 불안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_대선멘붕에서 벗어나기

  • 분류
    정치
  • 등록일
    2012/12/24 11:29
  • 수정일
    2012/12/24 11:29
  • 글쓴이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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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선거는 자유주의 세력이 주축이 된 문재인 후보와 보수세력을 결집시킨 박근혜 후보의 양강대결로 치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은 박빙일 것이라며 51대 49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그보다 훨씬 더 격차가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8%,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은 51.6%였으며, 득표수로는 박근혜 후보가 100만 표 이상 앞섰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예상보다 좀 더 컸다.
지난 대선 투표율이 63%였던 것에 비해 이번 대선 투표율은 가뿐하게 70%대를 넘기면서 75.8%에 도달했다. 대선에서 승리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 중 하나인 투표율이 70% 중반을 넘게 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는 박근혜 후보가 가져갔다.
사실 어느 선거에서든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하겠다. 특히나 선거결과에 대한 젊은 층의 좌절감은 소위 ‘멘붕’상태다. 대중의 이러한 절망감과 패배감이 계속된다면 정치적 무관심이나 반정치주의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때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이렇게 집단적인 좌절감이 커진 첫 번째 이유는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당선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감도 더 커지게 마련이다.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70%대를 향해 쭉쭉 올라가는 투표율을 보고 문재인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은 낙관적인 선거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오후 6시 정각,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이 같은 열망과는 다르게 발표되면서 이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녁 9시를 넘기면서 박근혜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나서도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늦게까지 개표방송을 지켜봤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높은 투표율이 자유주의자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지난 대선 때보다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값 하락을 걱정하는 50대 유권자의 결집이 이를 압도했다. 젊은 층의 입장에선 아무리 총력을 다 해도 안 된다는 생각, 보수 세력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허탈감은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지는 등 기존 제도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의 정치적 불신은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의 지난 5년은 어떠했는가? 대기업만을 위한 고환율 정책과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뿐만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민주주의가 후퇴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물질적으로 대중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5년 동안 대중을 지치게 만든 이명박과 박근혜가 다를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별로 많지 않다. 사실 박근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박정희이고, 박근혜는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박근혜는 유신독재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중도보수, 실용보수를 자처하며 등장했음에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불신이 대중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Again 2008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회구성원들의 불만을 의식하며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정치를 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당장 내년도 예산 6조원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적자재정을 무릅쓰고라도 복지정책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란 듯이 각종 식료품 가격과 공공요금이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과 현대중공업하청노조 조합원이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 소식도 들려왔다. 한진중공업 동지는 사측의 휴직 조치 및 158억 손해배상 청구를 규탄하며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또 5년을...... 못 하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 같은 대중들의 절망감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대중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굳건한 정치세력의 등장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러한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실 문재인을 지지했던 1460만여 명의 유권자에게 민주당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었으며, 진보정당의 무능력으로 인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상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대중들을 보호해줄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다.
몇몇 언론과 학자들은 이번 대선이 정초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순히 일회적 의미를 갖는 선거가 아니라 남한의 미래를 결정하고 다시금 사회의 기틀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이다. 향후 박근혜 정권 5년이 전 세계적 경제 위기를 뛰어넘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복지정책은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박근혜가 당선된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는 고령화된 인구구성이 문제라면, 선거로도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칠 수 없다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명백히 인정하고 정치적 무관심과 반정치주의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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