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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1년 전 나는 명동성당 계단 앞에 있었다.

참 추웠다.

 

1년 동안 정말 사우나를 많이 갔다.

명동의 하늘을 볼 수 있는 사우나에서

땅속 깊이 토굴로 만들어진 사우나까지

여성전용 사우나, 수천명이 우글거리는 사우나.

내 평생 이렇게 사우나를 많이 갈 날이 또 올까?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도 길을 잃어 버리고

4년 동안 다닌 학교 근처에서도 정신 없어 하는 내가

그 복잡한 명동 길을 참 잘 안다.

내 평생 이렇게 한 동네를 잘 알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깜깜한 새벽에 변기를 붙잡고 엉엉 울었던

나의 명동성당 전용 화장실

ABC마트 사거리 근처 피씨방의 

나의 전용 컴퓨터

찜통같은 더위를 피해 몰래 낮잠자던

mizy의 내 소파

길모퉁이 2000원짜리 멸치 국수집은

나의 속풀이 해장국집

4번텐트의

내 이불,배개,담요

 

그저 이런 생각...

 

농성을 한 지 1년이 되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해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니 생각하기 시작하면 밀려올,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견딜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우리의 투쟁을 담은 영상도, 글도 볼 수가 없었다.

하다 못해 신문기사도 읽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오랫동안 비두, 사말 동지와 전화 연락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역사는 주체에 의해 씌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 한켠의 무거운 돌덩이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는 순간

내가 관찰자가 되는 순간

그 때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명동 성당 계단에 서 있는 한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할 것이다.

바보 처럼.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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