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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어두운 길 옆에 차를 세웠다.

그녀와 나는 자동차 앞에 섰다.

헤드라이트 불빛 가장 환한 곳에서 그녀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붉은 덩어리 핏발이 눈의 흰자위를 덮고

전선줄에 칭칭 감겨졌던 자욱이 너무나 선명한 목덜미의 핏줄기

얼굴은 검붉은 반점이 가득했다.

 

난 아무말도 할 수 가 없었다.

무슨말을 하려고 그녀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갑작스런 사건에 나는 그냥 갔고, 내 앞에 그녀는 서 있었다.

 

내가 그녀보다 그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분노는 나에게도 전달됐다.

나는 죄라도 지은 양 그저 조심스러울 뿐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살의를 느끼고, 그것이 실제로 행해졌을 때

목을 죄어오는 전선줄과 번뜩이는 눈빛

그 눈빛은 이미 사랑했던 그의 눈빛이 아니었다.

 

사랑은 소유하지 못했을 때 집착이 된다.

집착이 강해지면 분노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미 사랑은 끝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미워했었다.

내가 본 그녀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에 충실했을 뿐이다.

어쩌면 그녀는 시작이 그랬 듯 이별에도 충실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가 본 그는 그녀의 충실한 사랑의 세례에 흠뻑 빠져 있었다.

행여 그녀가 다칠까 애지중지하며 그녀를 꼭 부여잡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움직이는 사랑을 현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의의 눈빛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는 외국인 범죄 근절에 앞장서는 강력계에 있다.

살인미수 혐의다.

하루빨리 이 땅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피해자임은 명백하다.

물리적인 힘을 가진 남성의 폭력 앞에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던 치명적인 피해와 상처 속에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여성과 제3세계 미등록 이주노동자 남성의 연애에 녹아있는 권력관계, 소유하고자 하는 자와 떠나고자 하는 자 사이의 권력관계 그리고 추방되어야 하는 현실.

 

내일은 그를 만나기로 했다.

도무지 만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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