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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아프다

오늘,

 

NO Borders 라는 이주 활동을 하는 아나키스트 그룹의 모임에서

한국의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간단한 발표를 하였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준비를 안했다가

완전 엉성한 발표가 되고 말아서

 

정 말

속 상 하 다.

 

한국말도 잘 못하는 내가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말해야 하는 걸

준비도 안하다니.

 

정 말

바 보 같 다.

 

그 친절한 미소 속에서

문득 문득 어색함을 발견한 나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들었을지

궁금 할 뿐이다.

아마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다,

라고는 알아들었을 게다.

 

발표를 준비한답시고

지난 사진을 고르면서

오래전 동지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났다.

 

가슴이 아릿했다.

 

한동안 동지들을

좀 더 정확히, 그 중 나의 친한 친구들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결의에 차서 발언하는 모습

집회를 선동하는 모습

그 강렬한 눈빛

높이 치켜든 팔

 

난 왜 그 장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픈 걸까?

꼭 그렇게 안 살았어도 좋았으련만,

하면서 말이다.

 

조만간 내가 사는 동네에서

NO Borders 친구들이 출입국 기습 투쟁을 할 예정인가 보다.

오늘 회의에서도 도청이 걱정되서

메모로만 주고 받았고

비밀리에 다음 회의 장소를 정했다.

 

문득 일정정도의 구속 혹은 구금을 예측하는 이  투쟁에

난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만약 내가 여기서 구속되면 어떻게 될까

추방될까

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추방을 결의해야 한다고

한국 노동자들도 싸우다가 구속된다고

그녀의 얼굴은 그 때 어찌나 무표정했고

조용한 목소리는 어찌나 침착했는지 

너무나 화가 났다. 갑자기 떠올라서.

 

같을 수 없는 것을 자꾸 같다고 말하는 게

이젠 싫은 정도를 넘어

폭력으로 다가온다.

 

이주노동자도 같은 노동자다.

이주노동자도 한국사회의 일원이다.

라는 식의 표현 말이다.

이주 노동자는 이주 노동자이고

한국 노동자는 한국 노동자이다.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이고

외국 사람은 외국 사람이다.

특정한 전제를 깔아 놓고

같다고 같다고 

우린 다 똑 같다고

무턱대고 얘기할 바에는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부터

생각하는 게 옳겠다.

 

문득

나의 친구들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남겨졌을  깊은 생채기와

순간 순간 절망과 후회 속에서 방황했을 그 시간들을,

이주해서 투쟁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늘상 들어왔던 그 말들을,

또 투쟁하는 길 한모퉁이에서

외국인 보호소 안에서

떠올렸을 온갖 상념들을,

이제는 막연한 끄덕임으로 듣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생각한 투쟁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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