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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18일 오전 11시
 
 지난 밤, 길고도 길었던 술자리로 인해 컨디션이 영 아닌데.
 아~ 갈까? 말까?
 그 때 희미하게 떠오는 장면이란
 " 함 타보세요. 자전거 진짜 좋아요.
 그리구 내일 진짜 멋진 행사가 있는데...
 어쩌구 저쩌구..."
 술자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던 내모습.
 그래, 여기서 포기함 안되지!

 ## 오후 1시

 "에구, 한참 멀었네.. 어쩌나?
 우린 먼저 가야겠어요.
 참, 근데 깃발든 분이 한 분 신정교에서 기다리실 거에요"
 안양천변에서 만나기로 한 달구지님과의 전화 통화였다.

 조금 늦게 출발한데다가 처음이라 속도를 맘껏 내지 못한 걸
 예상하지 못했다. 벌써 민폐가 시작되었군...
 어쩌지? 그냥 가지 말까?
 그래도 기다리신다니...

 ## 오후 1시 40분

 '여기가 신정교 맞나?'
 깃발들고 있는 분은 보이지 않네..
 넘 늦어서 먼저 갔나보다.
 전화하기도 미안하고..
 에구, 오늘 광화문 가기는 다 틀렸네...
 그래도 한강까지는 가야겠당~
 
 ## 18일 오후 2시

 한강 도착.
 달구지님이랑 통화가 되었다.
 "신정교에서 사람들이 35분까지 기다렸다는데,
 어디세요?"
 "성산대교 근천데요..."
 "우린 여의돈데, 기다릴 순 없구. 어쩌죠?"
 "여기 기다려 주실분?"
 기다려 주실 분이 있었다.
 '휴~ 다행이다"
 에구, 미안해서...
 
 ## 오후 2시 40분
 우여곡절 끝에 마포대교에 올랐다.
 세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땡볕에서 한 참 기다린 것도 그러려니와
 아마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고 오는 내 모습에
 황당함과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에구, 미안해라~)
 근데 내가 생각해도 좀 웃겼다.
 이 자전거 타고(그것도 가끔씩은 내려서 끌고)
 안양에서 광화문까지 혼자 가겠다고 왔으니.
 기다리신 분들한텐 미안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상황이 넘 황당하다보니 자꾸 웃음만 나왔다.
 "자, 이제 출발입니다~"
 마포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1미터 옆으로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는 마포대교.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아, 증말 미치겠다.
 넘 공포스러웠다.
 자동차 경적소리만 들어도 중심을 잃고 휘청 휘청.
 자동차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해.'
 평정은 커녕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구사일생으로 마포대교를 건넜더니
 이젠 버스 피하기가 시작됐다.
 언덕을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단 체인 끊어질 것 같다며 기어도 봐주시고,
 삐뚤어진 안장도 고쳐주시지만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씽씽 달리던 자동차들을 뒤로한 채
 횡단보도 제일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땐
 너무너무 신났다.
 자전차도 차라니깐!
 하하
 
 ## 오후 3시 30분
 아, 광화문이다!
 같이 왔던 분들은 인사할 겨를도 없이 어디로 가시고
 덜렁 혼자 남았다.
 다들 참 멋진 자전거에
 멋진 옷차림
 동호회 분들이랑 즐겁게 이야기하고
 뻘쭘! 뻘쭘! 뻘쭘!
 바구니 달린 동네 자전차는 나밖에 없자너.
 집에 갈까?
 근데 혼자서 또 마포대교를 건넌다구?
 고건 안돼지! 안돼!
 어쨌든 같이 가야한다~

 ## 4시 30분
 출발!
 광화문에서 출발한 건 알겠는데
 어디로 어떻게 여의도까지 갔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그저 앞만 보고, 어깨에 힘 팍들어가서
 다른 자전거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진행요원'인 듯한 분들이
 앞에서 뒤에서 계속 도와 주셨다.
 가끔씩 이야기도 걸어주시고.
 '그래도 잘 따라오시네요'
 라는 칭찬에 용기도 얻고
 정신없이 놓쳐버린 손수건도 누군가
 주워 주셨다.
 
 ## 6시 30분
 너무나 공포스럽던 마포대교도
 함께가니 '가볍게' 건너졌고
 드디어 여의도 공원이었다.
 결승 테이프를 끊은 마라토너 처럼
 목적지에 도달한 기쁨이란.
 긴장이 쫘악 풀어지면서 그제서야 웃음이 나왔다.
 결국 해냈구나!!! ㅋㅋㅋ
 야호~

 구호로 정리하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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