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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주

< 피터 스토커 지음 / 김보영 옮김  이소출판사>

 

"눈부시도록 참신한 주머니속의 가이드북" 이라는 찬사 만큼이나 "참신"함에 눈부시지는 않다. 그건 직접 쓰라고 하면 "참신"하게 쓰지도 못하면서, "참신"함에 대한 눈만 높은 이 괴로운 현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도 몇가지 참신함이 있었다면,

 

1. 책이 두껍지 않고, 각각의 단락이 짧아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도 읽힌다. 게다가 한 페이지에 글이 많지 않고,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크다보니 한장 넘길 때 마다 뿌듯하다. 

 

2. 이주에 대한 국제적인 시각-예를 들어 세계지도가 나오고, 18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역사성을 설명하는 그래프도 나오는 등의-이 간명하게 담겨있다. 

 

3. 어디서 모았는지,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온갖 통계 그래프들이 한장 걸러 나오지만, 그닥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것 또한 대부분의,읽어보진 않았지만 보기도 싫은,국내 이주관련 서적에 나오는 이주노동자 개개인의 아주 사적인 삶에 대한 통계를 너무나 불편해하는 내 상태에 기인한다)

 

4. 이주민들이 도착하는 나라로서의 한국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도 재밌다. 

 

5. 무엇보다 이 책은 국제이주가 이주민이 떠난 나라와 도착한 나라 모두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 이주민과 일자리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갖는 사람들은 이주민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것은 '노동총량오류'-어느나라에서나 일자리 수가 정해져 있어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고루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믿음-에 근거한 생각이다.그러나 이는 명백히 거짓이다. 노동자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즉, 인구가 늘어나면 해야할 일도 늘어난다.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만 사람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 또한 사람인 것이다..... 이런한 영향은 이주민이 공항 혹은 항구에서 발을 내딪자마자 나타난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선, 목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게 될텐데, 이 때 버스 운전기사, 교통경찰-그리고 버스표에 사용되는 종이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 등의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한다. 그들은 아침 식사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식당 종업원, 조리사, 운송업자, 농민 등등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주민들이 갖게 되는 일자리는 눈에 뻔하게 보이는 반면, 그들이 다른 모든 이들에게 만들어 주는 일자리는 대체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 동지들과 함께 갔던 그 많은 식당과 술집들, 바로 그거!!!

 

 

- 전통적인 산업의 수호

 

"많은 기업 특히 소슈모 기업들에게 자동화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다. 자국 노동자로 필요한 인력을 충당할 수 없으며 이주민을 고용하든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체들은 결국 사라지겠지만, 그 때 까지는 이주민들이 떠받치게 된다. 이 때 이주민들은 기업을 생존케 할 뿐 아니라 중간 관리자나 자회사의 직원들까지 먹여 살리는 샘이다."

=> 산재문제처리로 씩씩거리며 찾아갔던 프레스 공장에서 사장이 내민 뭉툭한 손! 그 때 약해졌던 마음. 뭐 그런게 떠올랐지.

 

 

- 초국적 커뮤니티

 

" 대부분 이주민이 보낸 돈은 가족들이 쓰지만, 지역 공동체에 쓰이는 경우도 많다. 멕시코 인들은 약 1500개의 '고향을 위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도로 건설에서 교회 건물의 도색 작업, 축제 자금 마련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 네팔 노총의 이주노동자의 날 행사 때 혹은 네팔 민주화 투쟁 시기에 한국에 있는 네팔 동지들의 재정적인 지원이 생각난다.

 

- 발전과 그에 따른 혼란

 

" 경제발전과 근대화는 이주의 증가와 감소 두 가지 모두의 원인이 된 것이며, 이를 '이주의 고개'라고 부른다.... 유렵의 경험에 근거하여 추정하면... 196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남쪽의 가난한 나라에서 북쪽의 부자 나라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남유럽의 소득이 증가하자 이주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경우 전환점은 연간 1인당 평균 소득이 양4000달러가 되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오늘날 개발도상국이 처한 상황이 갖는 결정적인 차이는 경제적인 환경이 훨씬 불안정해졌다는 점이다... 진행중이던 근대화 과정은 세계화가 가져온 충격으로 더 나쁜 상황을 만들었고 결국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뒤흔들어 익숙한 환경에서 이탈시킴으로써 이주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세계화의 진행이 억제되지 않는 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 그러니까, 이주를 막겠다며 '귀환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소자본가 만들기 프로젝트'는 도대체 뭐냔 말이지... '이주 없는 세상'은 절대 꿈꾸어야 할 꿈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다.

 

- 온건한 이주정책

 

" 국제 이주민들은 글로벌 경제의 충격 흡수 장치가 되어 위험한 여행과 불법 노동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그에 따라 모든 형태의 학대와 착취에 노출되었다....이주민의 학대는 상당부분 정부 지도력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정치인들 가운데 이주민의 공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실질적인 노동력 부족, 다른 한편으로는 더 많은 이주민을 수용하는 일이 가져다 줄 정치적 인기하락,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한 발 물러서서 시장의 결정에 맡기려고 한다. 그 결과, 이주민들은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생명까지도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 "

=> FTA와 이주노동에 대한 고찰, 뭐 그런 글 없을까?

 

 

이 책의 목차인

 

1.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는가?

2. 왜 이주하는가?

3. 어디로 이주하는가?

4. 국제 이주로 인한 경제적 이득

5. 영웅이 된 이주민

6. 글로벌 경제의 충격 흡수 장치

 

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 이주에 대한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주민이 출발하는 나라와 도착하는 나라에 대한 경제주의적 이익이라는 측면에 대한 설명은 저자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에 대한 수용적 입장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좀 답답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 참신성은 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주민은 자신들이 취하는 것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보다 많은 세금을 내며, 그들이 사는 다문화 사회를 더 풍부하고 강하게 만들어 줄 지언정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 이 곳의 연구자 혹은 활동가의 책은, 눈 씻고 찾아보지 않아 잘 모르긴 하지만, 별로 없는 것 같은 현실에서 이 책의 참신함을 인정해주려 한다. 아주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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