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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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블로그 메인 홈에 계속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민망스럽다. 그러던 차, 책을 하나 더 소개할까한다. 과로사회, 김영선 지음, 이매진, 2013.

 

음...미리 주례사 소개임을 밝혀둔다. 아는 분이라 좀 팔아줘야 하겠고, 책값도 1만원이라 그리 부담되지 않기에, 그리고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서...이유는 대기 나름 아닌가? ㅋㅋ.

 

사실, 나보다 강수돌 선생의 소개글이 훨씬 재미있어 아래에 옮겨둔다. 소개글을 대신하겠다(내 글이 아니라 전문을 싣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미디어 오늘>에도 기사나 났다(24시간 불 밝히는 대한민국,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참고하기 바란다.

 

다만, 이 책의 독자층은 학부 교양용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아주 쉽지만 다소 재미 없는 서술 방식을 택했다. 에세이는 아니기 때문에 건조하게 읽힐 수 있지만, 장시간 노동과 최소 여가라는 현실을 잘 전달하고 있다.

 

또 하나 언급해두자면, 출판사의 기획의도인데, 책을 직접 보시면 약간 제본책 필이 날 것이다. 디자인을 최소화하고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가 읽히는데,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한국시장에서 어떻게 먹힐지 궁금해진다.

 

 

비인간적인 과로사회, 어떻게 극복할까?
 

 

강수돌

 


[장면1] 24시간 편의점이 도시의 동네마다 불을 환히 밝힌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곳에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의 한강변에는 아무런 집주소가 없어도 자장면이 배달된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향하는 심야버스는 일상화한 지 오래다. 이 책 『과로사회』에 따르면, 2012년 초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한국계 캐나다인 탤런트 줄리엔 강은 한국의 야식문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밤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고 손님을 맞는 음식점들이 신기하고 게다가 집까지 배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 무렵 나는 캐나다의 토론토에 있었다. 유럽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의 식료품 가게들은 저녁 무렵 문 닫는 시간이 엄격했다. 1분이라도 늦으면 들어가지 못했다. 아차, 하면 저녁 반찬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것이다. 놀라운 것은 24시간 편의점이 별로 없어도, 아무 슈퍼에서나 술을 팔지 않아도, 온타리오 호수 변에 피자가 배달되지 않아도, 심야버스가 없어도 사람들은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장면2]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란 말이 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내는 주부로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가족 형태다. 아내는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점차 주말부부도 늘었다. 남편이(또는 아내가) 먼 곳에 가서 일을 하는 경우 주말에만 부부가 만난다. 또, 갈수록 맞벌이 부부도 늘었다. 남편과 아내가 동시에 출근하고 비슷하게 퇴근하는 경우다. 한편, 부모가 힘들게 사니 자식만은 경쟁력을 갖춰 편히 살도록 엄마와 아이는 해외 유학을 떠나고 아빠는 돈만 벌어 보내주는 ‘기러기 아빠’도 꽤 많다. 미국의 A. 혹스차일드 교수의 말대로, 여성은 회사 노동과 가사 노동이라는 이중부담을 넘어 아이들 감정까지 챙기는 3교대 노동을 하기 일쑤다. 한국 여성은 아이들 공부도 챙기는 4교대 노동까지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태그팀 커플’도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이긴 하되, 서로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 마치 레슬링 선수들이 상호 교대를 하며 게임을 하듯 부부가 교차하며 살아간다. 이제 가정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밥을 먹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누군가 잠시 들렀다 먹을 것만 챙겨먹고 바삐 사라지는 ‘버스 정류장’으로 변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형식적으로만 유지될 뿐, 오히려 직장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회사가 집이 되고 집이 회사처럼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장면3]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물론 날품팔이 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종 노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노동권 부재에 시달린다. 그러나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보수 언론이 ‘귀족 노동자’라고 비아냥거리는 상대적 고임금은 대체로 잔업, 철야, 특근으로 빼앗긴 시간주권에 대한 보상에 불과하다. 물론 독점 대자본에 종속된 노예가 하청 자본에 예속된 노예보다 사정이 좀 낫긴 하다. 그러나 잘 나가는 자동차 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는 말한다. “아내나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면 애완견하고는 인사를 나누고 말도 건다. 그런데 내가 퇴근 후 돌아와도 내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나는 애완견 취급도 못 받는다.” 이제 한국의 노동자는 애완견보다 못한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략]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저자는 ‘과로사회’를 꼽는다. 졸저 『일중독 벗어나기』(2007)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2012)와도 상통한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독일의 H. 하이데 교수가 『노동사회에서 벗어나기』(2000) 또는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2009)에서 말한, 상흔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집합적으로 드러내는 ‘노동사회’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간답게 살고자 일을 하는데, 도대체 왜 일을 할수록 더 비인간화되는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결국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돌파구를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세 가지만 꼽아보자.

첫째, 노동시간은 일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거친다. [중략] 둘째, 노동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중략] 셋째, 부자 되기 열풍, 달리 말하면 가난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 [중략]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장시간 노동의 문제나 과로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의 인생관, 노동관, 시간관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철학적 성찰 위에 비로소 사회 제도나 정책 등 온갖 구조적인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단언하건데, 돈이 많이 드는 전략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돈을 많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일을 더 많이 요구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지 결코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진정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 『과로사회』를 함께 잃고 진지한 성찰과 토론을 힘차게 벌여 나가길 강력 추천한다.

 

강수돌 - 비인간적인 과로사회, 어떻게 극복할까?
 
[장면1] 24시간 편의점이 도시의 동네마다 불을 환히 밝힌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곳에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의 한강변에는 아무런 집주소가 없어도 자장면이 배달된다. 서울의 위성도시로 향하는 심야버스는 일상화한 지 오래다. 이 책 『과로사회』에 따르면, 2012년 초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한국계 캐나다인 탤런트 줄리엔 강은 한국의 야식문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밤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고 손님을 맞는 음식점들이 신기하고 게다가 집까지 배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 무렵 나는 캐나다의 토론토에 있었다. 유럽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의 식료품 가게들은 저녁 무렵 문 닫는 시간이 엄격했다. 1분이라도 늦으면 들어가지 못했다. 아차, 하면 저녁 반찬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것이다. 놀라운 것은 24시간 편의점이 별로 없어도, 아무 슈퍼에서나 술을 팔지 않아도, 온타리오 호수 변에 피자가 배달되지 않아도, 심야버스가 없어도 사람들은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장면2]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란 말이 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내는 주부로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가족 형태다. 아내는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점차 주말부부도 늘었다. 남편이(또는 아내가) 먼 곳에 가서 일을 하는 경우 주말에만 부부가 만난다. 또, 갈수록 맞벌이 부부도 늘었다. 남편과 아내가 동시에 출근하고 비슷하게 퇴근하는 경우다. 한편, 부모가 힘들게 사니 자식만은 경쟁력을 갖춰 편히 살도록 엄마와 아이는 해외 유학을 떠나고 아빠는 돈만 벌어 보내주는 ‘기러기 아빠’도 꽤 많다. 미국의 A. 혹스차일드 교수의 말대로, 여성은 회사 노동과 가사 노동이라는 이중부담을 넘어 아이들 감정까지 챙기는 3교대 노동을 하기 일쑤다. 한국 여성은 아이들 공부도 챙기는 4교대 노동까지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태그팀 커플’도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이긴 하되, 서로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 마치 레슬링 선수들이 상호 교대를 하며 게임을 하듯 부부가 교차하며 살아간다. 이제 가정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밥을 먹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누군가 잠시 들렀다 먹을 것만 챙겨먹고 바삐 사라지는 ‘버스 정류장’으로 변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형식적으로만 유지될 뿐, 오히려 직장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회사가 집이 되고 집이 회사처럼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중략]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저자는 ‘과로사회’를 꼽는다. 졸저 『일중독 벗어나기』(2007)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2012)와도 상통한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독일의 H. 하이데 교수가 『노동사회에서 벗어나기』(2000) 또는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2009)에서 말한, 상흔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집합적으로 드러내는 ‘노동사회’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간답게 살고자 일을 하는데, 도대체 왜 일을 할수록 더 비인간화되는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결국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돌파구를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세 가지만 꼽아보자.
 
첫째, 노동시간은 일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거친다. [중략] 둘째, 노동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중략] 셋째, 부자 되기 열풍, 달리 말하면 가난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 [중략]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장시간 노동의 문제나 과로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의 인생관, 노동관, 시간관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철학적 성찰 위에 비로소 사회 제도나 정책 등 온갖 구조적인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단언하건데, 돈이 많이 드는 전략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돈을 많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일을 더 많이 요구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지 결코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진정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 『과로사회』를 함께 잃고 진지한 성찰과 토론을 힘차게 벌여 나가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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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5:44 2013/06/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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